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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기억하는 슬픈 버릇이 있다

당신을 기억하는 슬픈 버릇이 있다

: 시인 이용임의 서른 건너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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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6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192쪽 | 321g | 140*210*16mm
ISBN13 9788994792873
ISBN10 8994792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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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이용임
바다의 도시에서 태어나 목련과 라일락이 아름다운 정원에서 자라다. 바람만 마시면 기침을 하고 열이 오르는 허약 체질이라 자연스럽게 집 안에 갇혀서 책만 보는 지루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사람보다 활자가 반가운 비뚤어진 태도는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팔다리는 우람하지만 쓸데없이 눈만 큰 탓인지 꽃잎만 떨어져도 눈물을 뚝뚝 흘리는, 지나치게 감성적인 사춘기를 이십대 후반까지 겪느라 마음이 바빠서 일찍 늙었다. 딸이 노처녀로 살게 되리라는 걸 직감하시고 혼자 버틸 수 있는 경제력을 강조하신 어머님 덕분에 공학을 전공했다. IT 강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이런저런 회사를 전전하며 밥벌이는 곧잘 했지만, 사는 게 이렇게 여름 폭우 속을 우산 없이 걷는 기분이란 것이 믿어지지 않아서 시를 쓰기 시작했다. 폭풍 야근의 후유증 속에 심야 버스를 타고 지나온 밤의 풍경을 기록하며 한 줄의 텍스트에 몰입하느라 사랑 몇 번이 지나가는지도 모르고 서른을 넘겼다. (도대체 언제?)
일하느라 허리가 부러져 몇 달을 누워 지내기도 하고, 살인적으로 오르는 밥값이 아까워 새벽에 일어나 도시락을 싸면서 젖은 머리카락 말리다 보니 어느새 십 년 차 직장인. 사무실에 가면 여자론 최고참으로, 고향집에 가면 철딱서니 없는 딸로, 친구들 사이에선 게으르고 대책 없는 골칫덩어리로 꿋꿋하게 삼십대의 어느 날을 막 지나가고 있다. 밤마다 빈방의 사방 벽에 대고 “눈물을 흘릴 수 있는 날들이 차라리 반갑다”라고 안구 건조증을 하소연하느라 여전히 마음이 바쁘고 일찍 늙는다.
사수자리. O형. 진격의 주름, 주름, 주름.
* 시집 《안개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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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고 마른 먼지 창궐한 시간 동안 내가 은밀히 공모한 문장들, 들켜서는 안 될 목마름을 가진 자들과의 비밀스런 산책, 세계의 갈비뼈에 새겨 놓은 이름들을 당신께 보낸다. 내가 사랑한 당신, 내가 그리워한 당신, 얼굴도 모르는 당신, 체취도 아련한 당신, 내가 서성거리며 다만 바라보았던 당신, 당신들. 당신을 향한 나의 기록을, 봄날의 나비를 따라오시라.”

“당신은 내가 아주 조금이라도 생각이 날까, 그럴까.
당신의 이름은 당신이고,
그건 내 영혼과 마음속에서만 유효한 이름.
내면의 울타리를 건너 햇빛 속으로 나오면 나는 쓸쓸한 타인.
조용히 손을 맞잡고 긴 복도를 다시 돌아 나가는 그림자의 단편.
아주 짧지만 자꾸 읽게 되는 문장처럼 내가 나를 읽는 슬픈 시간.”

“울음만이 유일한 힘이라면 외로운 밤마다 복근을 단련해야 하리라. 운동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뼈가 가벼운 종족일수록 배는 단단해야 한다는 걸. 울음이 제멋대로 흘러나와 세상을 맑은 홍수로 뒤덮지 않도록 나 자신을 오로지 강한 둑으로 단련해야 한다는 걸.”

“어쩌면 나는 사랑이 아니라 그리움을 만지작거렸는지도 모른다. 봄비가 자욱하게 내리던 어느 퇴근길, 고가를 지나는 버스 안에서 나는 흐린 창밖으로 간판마다 당신의 이름을 찾아내곤 했다. 답장 없을 문자를 보내곤 했다.”

“피로가 지나쳐서 과로를 넘어설 때, 녹초가 된 목요일의 퇴근길 버스 유리창에 비친 내 유령이 그렇다. 뼈까지 투명하게 들여다보이는 내가 어떠한 여유도 부릴 수 없는 앙상한 가시를 닮은 일상을 통과하느라 표정을 없앤다. 아아, 그건 왠지 맑다. 허무하게도.”

“생은 아마도 길고 지루할 것이다.
그때 손을 내밀면 맞잡을 손이 있어 다행이다.
당신의 하늘과 나의 하늘이 몸을 섞어 같은 색인 것이 다행이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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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용임이를 나는 ‘완두공주’라 부른다. 수십 장의 솜이불 맨 아래에 깔린 완두콩 때문에 등이 배겨 잠을 못잔 공주. 그만큼 예민해서 진짜 공주가 된 공주. 완두공주 용임이는 시인이기 이전에 엄청난 독서가이고, 엄청난 독서가이기 이전에 유능한 사무원이기도 하다. 텅 빈 사무실에 앉아 “사람들이 사라지고 그들이 미처 챙기지 못한 비밀들이 유령처럼 증발하는 모습을 인사도 없이 바라보는 것”을 사랑하는 공주님. “시계는 1시를 알리고 훈훈한 김치찌개 냄새를 풍기며 모두가 돌아오는” “마르고 춥고 환한 공간”에서 이 많은 시집을 읽고 독후감을 써온 공주님. “이제 나는 어떤 나이에도 감탄하지 않는다. 모든 나이가, 아니 모든 사람들이 내겐 너무도, 위대해 보인다”는 고백을 아껴 두기 위하여 매일매일 이 비망록을 적어 갔을 공주님. 과연 공주님답게 섬세하기 이를 데 없는 시구들을 다소곳이 추려 놓았다. 가시는 발라내고 살점만을 밥숟갈에 얹어 주는 연인을 만난 듯 나는 기꺼이 이 책을 맛있게 시식했다. 공주님의 식성이 못내 그윽해서 내 마음이 다 정갈해졌다.
김소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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