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6월 5일 ‘세계환경의 날’ 제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세계환경지도자 서울원탁회의가 있었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세계 각국의 대표들은 ?환경윤리에 관한 서울선언문?을 채택하고, 유엔환경계획(UNEP)의 사무총장이 이를 선언했다. 이 선언문은 서론이라고 할 수 있는 ‘전문’과 네 가지 원칙들, 즉, 물질만능주의 극복과 정신문화의 창달, 환경정의의 추구, 과학기술의 환경친화성 증진, 책임분담과 협력극대화 등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 p.17
세계적 환경위기를 자본의 입장에서 보면,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더 이상 자연을 자본의 영역 바깥에 두고 무제한 착취할 수 있는 대상으로 방치할 수 없게 되었다. 환경비용은 이제 생산비용에 내재화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국가 간 또는 세대 간 형평성이나 지속가능성 원칙은 무시한 채, 대기를 상품화하고 기후시장을 형성·활용하는 ‘자연의 자본화’ 전략이 도입되고 있는 것이다. 자연의 자본화란 자연을 자본의 지속적 성장기반으로서 자본의 내재적 범주로 파악하여 자본의 끊임없는 성장을 위하여 자연의 보존 및 재생산을 도모하는 전략을 말한다. 이른바 교토메커니즘은 시장의 활동이 온실가스를 가장 효율적으로 감축할 수 있다는 논리에 의존하여, ‘자연의 자본화’를 추진함으로써 세대 간 및 세대 내 형평성을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 p.43
자유무역 비판가들은 공해산업들이 개도국의 이른바 ‘공해 천국’들로 재입지하기 때문에 환경기준이 저급화한 ‘바닥을 향한 경주(racing to the bottom)’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은행은 이러한 우려에 대해 경험적으로 반박하기 위한 연구들을 제시하면서, “지구화 시대 동안 4개국(미국과 중국, 브라질, 멕시코)의 주요 도시들에서 매우 위험스러운 형태의 대기오염이 실제 감소했다”고 주장한다(Wheeler, 2000).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들 가운데 하나는 직접투자를 통해 유치된 대규모 다국적기업들이 OECD의 환경기준을 개도국의 공장에 일반적으로 적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 p.45
그러나 실제 미국국제경영협회(USCIB)가 “우리는 정부나 기업에 부과하는 환경, 노동에 관한 일체의 구속력 있는 의무를 반대한다”는 말에서 밝히고 있듯이, 초국적자본은 개도국에 투자를 하면서 노동 및 환경에 대해 당사국의 규제가 없거나 최소화되기를 바란다. 이에 따라 외국자본을 경쟁적으로 도입하기 위하여, 개도국의 기업이나 지방정부는 투자협정을 맺으면서 가능한 한 이러한 규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으려 한다. 기본적으로 아무런 규제장치가 없는 시장 메커니즘이 환경기준을 강화하는 쪽으로 작동하기에는 어렵다는 점과, 자국에서의 환경부담을 줄이기 위해 환경 관련 규제가 느슨한 제3세계 국가로 진출하는 초국적기업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점 등을 감안해볼 때, 초국적자본이 개도국의 환경개선에 기여했다는 주장은 허구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 p.45
이러한 상황에서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이 제3세계 국가들을 더욱 압박할 경우 결국 자원전쟁이 발발한다. 1990년의 걸프전쟁과 2000년대에 들어와서 세계적 위기를 고조시켰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침공은 사실 자원 확보를 위한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21세기에는 석유뿐만 아니라 물이나 그 외 점차 고갈·희소화되고 있는 자원의 확보를 둘러싸고 심각한 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환경오염 물질의 월경현상으로 인하여 이에 의한 피해보상 및 관리를 둘러싸고 국제적 긴장이 심화될 수 있다. 이와 같이 자원 및 환경문제를 둘러싸고 발생할 수 있는 생태전쟁(eco-war)은 자원의 불평등한 접근과 이용을 더욱 심화시키면서 지구환경을 황폐화시킬 것이다. 이러한 생태전쟁으로부터 지구환경을 구하고 인류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논리에서 환경정의의 원칙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하겠다. --- p.46
이 지구상에서 인간은 처음에는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그 이후에는 정복하기 위해 수천 년에 걸친 자연과의 전쟁을 해왔다. 이제 그 전쟁이 끝나고, 우리는 그 덕분에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결과로 자연은 되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황폐화되고, 또한 그 과정에서 환경 불평등과 생태 부정의가 만연하게 되었다. --- 앞으로 이러한 불평등과 부정의로 인해 인간들 간 그리고 인간과 자연 간 긴장이 고조되고 갈등이 심화된다면, 인류는 결국 생태전쟁으로 인한 대파국을 맞게 될 것이다. 이러한 대파국을 막기 위하여, 자본주의적 지구화를 추동하는 시장의 논리에 저항하는 비판적 생태학, 그리고 새로운 지구공동체를 건설하기 위한 환경정의의 윤리가 대안으캷 제시되어야 한다. --- p.55
맹목적 경제성장, 즉, 자본축적을 위한 환경개발정책은 중단되어야 한다. 특히 최근 진행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지방화 과정은 자원생산의 효율성을 위해 자연의 상품화를 촉진하고 시장을 통한 환경재의 배분과 소비의 합리성을 강조하지만, 그 결과로 자연은 더욱 황폐화되고 자원배분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자연의 파괴와 자원이용의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시장메커니즘에 의존하는 신자유주의적 환경정책에서 환경정의에 기초한 생태민주적 정책들이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생태민주적 정책은 생태공동체의 건설, 즉, 인간과 환경의 공생적 발전을 전제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민주적 합의에 기초하여 입안되고 시행된다. --- p.56
환경정의교육은 도시사회에 심화되고 있는 계층·인종·지역 간 환경불평등의 문제들을 부각시키고 이들에 윤리적·실천적으로 접근하여 환경정의에 기초한 생태공동체를 구축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자연의 생태계와 환경오염 문제 등에 관심을 두고 도구적·기술적으로 접근하여 환경문제의 효율적 해결을 추구하는 전통적 환경교육과는 목적을 달리한다. 또한 환경정의교육은 자원이용의 차별성과 환경피해의 불평등에 관한 경험적 현상의 규명에서 나아가 인간과 환경 간 관계를 체계화하고 그 구조적 배경을 고찰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환경 파괴 및 오염의 가시적 현상을 개별적으로 나열하여 분석하고자 하는 전통적 환경교육과는 구분된다. 앞으로 환경정의교육은 기존의 진보적 교육이론들과 결합하여 체계화되면서, 환경부정의에 관한 경험적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고양시키고, 환경정의를 지구 공동체의 새로운 윤리로 설정하여 추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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