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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에서 찾은

엄마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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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10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166쪽 | 170*257*20mm
ISBN13 9791198830357
ISBN10 1198830352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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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을 생각해 보니 난 재수가 좋은 여자인 것 같다. 딸만 여덟을 낳았으니 옛날 같으면 시집에서 쫓겨나고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는 여자였을 텐데, 세월은 나를 위해 돌아가는 것 같다. _박순근
--- p.15

이런 봄에는 부모님 생각이 더 많이 난다. 봄이 오면 만물이 소생하고 앙상한 가지에도 물이 오르는데…. 꽃도 피고 잎도 솟아나는데…. 한번 가신 부모님은 못 오시네. 인생도 만물과 같이 살아났으면. 1988년 봄날
--- p.16

엄마의 일기를 보니 친정에 갔을 때 엄마가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너희들 시집보내고 나서 처음으로 뛰지 않고 걸어 봤다. 처음에 너무너무 신기할 정도로 좋아서 둥실둥실 날아갈 것만 같더니, 그것도 며칠 지나고 나니 심심하더라.”
엄마는 그렇게 사셨다. 바쁜 와중에도 틈만 나면 우리 옷도 직접 만들어 입히셨다. 손재주가 좋으신 엄마는 한 가지 옷감으로 모두 다른 디자인의 옷을 만들어 입히셨다. 지금의 K-POP 스타들 의상처럼 같은 컨셉 다른 디자인으로 만들어 입혔으니 시대를 앞지른 신여성이셨다. 사운드오브뮤직 영화에서 마리아가 커튼으로 아이들 옷을 만들어 입히는 장면은 우리 엄마가 원조다.
--- p.26

지금 울엄마는 91세
2023년 올여름에 울엄마는 스스로 요양원에 들어가셨다.
딸들에게 매달릴까 걱정하시던 울엄마
당신 위해 돈 한 푼 쓰실 줄 모르는 울엄마
겨울에도 춥지 않다며 난방기 한번 켜지 않는 울엄마
절약이 애국하는 길이라며 달력 뒷장이 아까워 버리지 못하는 울엄마
우리에게 뭐라도 주셔야 직성이 풀리는 아무도 못 말리는 울엄마
버려도 아깝지 않은 물건만 쓰시겠다고 고집하는 울엄마
쓰고 남을 여유가 있는데도 그 습성을 버리지 못하는 울엄마
생각만 해도 가슴 따듯해지던 울엄마가 언제부턴가 생각하면 가슴 시려오는 울엄마가 되었다. _김미숙
--- p.29

미련한 내가 밉기도 하다. 둘만 낳아 잘 키우자는 산아제한법을 위반하고 아들이 무엇이길래 하나만 더, 한 번만 더 하다가 딸 여덟을 낳았다. 법을 위반한 죄를 씻기 위해 나는 딸들을 이 나라의 쓸모 있는 사람으로 만들려고 애썼다.
자식들은 잘 자라서 모두 대학을 졸업하였다. (생략) 나의 소원인 아들을 낳지는 못했지만 나라에 쓸모 있는 사람이 되도록 대학을 보냈으니 나의 소원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_박순근
--- p.31

그날도 직행열차 두 대를 보내고 완행 기차를 탔다. 배가 고픈데도 집에 가서 저녁 맛있게 먹어야지 하며 400원짜리 가락국수도 안 사 먹고 참았다. 완행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점점 뱃속에서부터 온몸이 얼어붙는 것 같아 할 수 없이 역무실로 갔다. 역무실은 따뜻했고 역무원은 3명 있었는데 모두 따뜻한 난롯가에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몸을 좀 녹이고 싶다고 하니 들어오라고 했다. 그리고 왜 열차를 안 타셨냐고 물었다. 나는 엉겁결에 누구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_박순근
--- p.40

여섯째가 배 속에 있었고 다섯 명의 딸들과 우리 부부 해서 단칸방에 7명이 나란히 누워서 잠을 잤다. 아이들 요강 찾아주랴 기저귀 갈아주랴 이런저런 심부름을 하다 보면 내가 누웠던 자리가 없어진다. 또 좁은 자리에 누워서 자는 둥 마는 둥 하다 보면 날이 밝아온다. _박순근
--- p.46

돌아오는 길에 동생이 이런 말을 했다.
“언니, 인생은 바람에 뒹구는 비닐봉지 같데. 비닐봉지가 바람의 힘을 거역할 수 없는 것처럼 인생은 내 맘대로 안 되는 거라네.” 그렇다. 내 삶을 돌아봐도 그렇다. 바람에 이리저리 쓸리다 보면 웃을 일도 생기고 시궁창에 처박히기도 하고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이 우리는 인생에 부딪힌다. _김미숙
--- p.49

사회 초년생이다 보니 사사건건 시시콜콜 트집 잡고 제왕처럼 군림하는 교장 선생님과 자주 마찰이 생겼다. 그때도 엄마는 교육청에 일을 보러 나오는 학교 아저씨를 통해 음식과 소소한 생필품을 바리바리 챙겨 보내 주셨다. 거기에는 가끔 맥주와 마른안주도 들어 있었다. 스트레스 풀어버리라고 술까지 사서 보내주시던 울엄마.(생략) 요즘 말로 울엄마는 딸바보에 울트라 맘이다. _김미숙
--- p.64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인생
여자는 남자를 낳는데, 왜 여자는 땅, 남자는 하늘이란 말인가?
이치에 맞지도 않는 말
여자는 자기의 위대한 자리를 찾지 못하는 것 같다.
자식들을 위해 몸 바치고, 자식을 위해 평생을 다한다.
죄 많은 것이 여자라지만 가족들의 인생을 책임지고
하루의 반을 싱크대에 다리를 묶고 사는 인생이 여자라지만
그러나 딸들아, 여자의 권리를 찾아라. _박순근
--- p.88

올해 남편은 84세다. 병원에 입원했다. (생략) 그이의 대소변을 받아내야 하는 일을 감당할 수가 없어서 병원에 들어왔는데 지난밤에는 남편이 보고 싶었다. 정신이 없어 나를 몰라보니 도리어 안심이 되었다. 나를 알아보면 거기에 두고 불쌍해서 못 올 것 같았다. 시집보내는 것도 둘이서 의논하고 의지하면서 살았던 것이 행복이다. 딸들 효도 받으며 살아서 늘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남편이 늘 옆에 있어서 행복한 줄은 몰랐다. _박순근
--- p.111

우리는 아무도 엄마를 집으로 모시지 못했다. 힘들게 키워도 다 소용없다는 생각으로 얼마나 외로우셨을지 짐작은 했지만 피하고 싶었다. 마음속으로 엄마를 모실 수 없는 어떤 변명 하나도 온당한 것은 없었다. 그러던 중 주간보호센터에 다니시던 엄마는 우리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스스로 짐을 싸서 요양원으로 들어가셨다. _김미숙
--- p.112

모직으로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코트를 만들어 주시던 아버지,
매일 김을 구어 밥상에 똑같이 나눠 주시던 아버지,
스케이트를 데우고 담요로 덮어서 얼음판까지 태워다 주시던 아버지,
자전거로 학교까지 태워다 주시던 아버지,
저녁 보충수업 시간에는 매일 따뜻한 도시락을 가져다주시던 아버지,
구들장 위에 뺑 둘러앉게 하고 삼겹살 구워 주시며 행복해하시던 아버지,
나는 아버지 병문안을 거의 가지 못했다.
그리고 아버지의 임종도 보지 못했다. _김미숙
--- p.117

엄마에게 자식은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존재인데,
자식에게 노모는 늘 가슴이 아픈 존재이다. _큰딸 미숙
--- p.121

손글씨로 엄마의 세월이 응축되어 담겨 있는 일기는 우리에게 주는 엄마의 소중한 선물이다. 서로 아끼고 보듬으며 살아가라는 유훈 같은 것이다. 낙엽처럼 늙어가시는 엄마. 엄마는 이 찬란한 봄꽃을 몇 번이나 볼 수 있을까? 슬픔 셈을 하며 손가락으로 가만히 헤아려본다. _둘째 딸 재숙
--- p.122

낚시로 잡아 온 물고기를 큰 다라에 풀어 놓고 행복하게 웃던 아빠. 그 모습을 보며 아들보다 더 좋냐고 웃던 엄마. 훈훈했던 추억으로 가슴도 따뜻해진다. _세째 딸 정숙
--- p.124

2009년 8월 어느 날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아빠가 요양원에 가셨다고 하셨다. 나는 매일 요양원에 들렀다. 그리고 집에 가는 버스 안에서 매일 울었다. 이제 엄마도 요양원에 계신다. 세월이 하는 일이라 나는 힘이 없다. _네째 딸 수연
--- p.125

약국으로 돌아왔을 때 엄만 손목에 붕대를 칭칭 감고 사색이 된 얼굴로 앉아계셨다. 너무 센 바람이 출입문은 유리가 깨지면서 손목동맥을 끊은 것이다. 그때 너무 당황해서 엄마에게 못한 말, 시간이 지날수록 가슴속에서 자꾸 커지는 말. "엄마, 죄송해요“ _다섯째 딸 효숙
--- p.126

중학교 때 점심시간 1~2분 전이면 교실 창문 위에 살며시 놓여 있던 아빠표 따뜻한 도시락! 엄마는 따뜻한 점심을 싸고 아빠는 딸들을 위해 자전거를 타고 배달했다. 자식들을 위해 먹이를 나르는 2인 1조 시스템이 지금도 생각하면 따뜻하고 뭉클하다. _여섯째 딸 선희
--- p.128

나는 엄마라는 우주 덕에 지구별에 와서 50년 넘게 여행 중인데 나의 우주였던 엄마는 쪼그라든 별이 되어간다. 끝도 없이 주고만 가려는 우리 엄마. 미련하기까지 한 바보 같은 이름 '엄마'다. _일곱째 딸 은경
--- p.134

난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아들이 아니어서 서운해하시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오히려 막내라 사랑만 받고 자랐다. 발 시릴까 핫팩을 이불 속에 넣어주던 아빠. 대학 시절에 이쁜 치마도 입고 화장도 예쁘게 하고 매니큐어도 바르라시던 엄마. 그때는 잔소리인 줄 알았는데 사랑이었다. _여덟째 딸 희남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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