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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의 독서일기 4
중고도서

장정일의 독서일기 4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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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1998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12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7115269
ISBN10 8987115267

중고도서 소개

사용 흔적 많이 있으나, 손상 없는 상품
  •  판매자 :   중랑중고책갤러리   평점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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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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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

인간 개개인의 정체성은 자신이 욕망하는 것으로 결정지워진다. 자신이 욕망하는 것이 곧 나다. 샹탈은 팽창하고 정복하는 장미향처럼 모든 남자들과 사랑을 나누고 싶다는 은밀한 욕망으로 존재하며, 장 마르크는 화려한 성공보다는 세계의 변두리에 살고 싶다는 비활동적 욕망으로 산다. 그래서 샹탈은 연하의 남자에게서 예닐곱 살때의 자기 욕망을 채우고, 장 마르크는 시라노 드 베르즈락이 되어 연상의 여자에게 기식하며 산다.

두 파리지앵이 오매불망 바랐던 그 욕망이야말로 그들의 삶을 든든하게 보호해주는 울타리다. 그러나 그 정체성은 우연히 극대화된 욕망의 실천 속에서 위기를 맞이한다. 샹탈은 '음탕한 꿈의 도시' 런던에서 재미를 보기는커녕 고독을 느끼며, 장 마르크 역시 굶고 지친 상태로 런던의 밤거리를 헤매며 깨닫는다. '잠을 깨! 이건 사실이 아니야!' 바로 이 대목이 쿤데라가 독자에게 던지는 나비꿈이다. 욕망 속의 내가 진짜 인간인가? 욕망 밖의 내가 진짜 인간인가?
--- p.193-194
이 일화는 책을 쓰고 또 읽고 살면서, 책장을 넘길 때마다 문득문득 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나도 <햄릿>을 읽지 않은 하워드 링봄이 아닌가? 문제는 그게 아니고, 나는 네가 읽은 책들을 얼마만큼 이해하고 있는가? 나이가 들수록 굴욕이 철철 넘치는 기분이다. 그래서 다시 읽고자 시도한 소위 고전과 명작들.
하지만 나는 또 고백한다. 지난해 봄 카뮈를 다시 읽어 보겠다고 <전락>과 <페스트>를 읽고 단 한 줄의 감상도 쓰지 못했던 쓰지 못했던 때의 막막함. 그리고 지난해 여름 구치소에서 읽었던 고은의 <화엄경> 앞에서 느꼈던 무지. 책 속에서 지식을 얻고자 한 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늘 지식 밖에는 얻지 못했다. 마주 막연하게, 어려서부터 책 속에 쾌락의 길을 내고자 했던 내 소망은 기실 지혜를 얻고자 함이었으나 지혜에 눈뜨기보다는 지식이라는 무거운 짐만 얻었다. 오 지혜여! 어떻게 쾌락을 얻을까!
문8)당신은 음란물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답)음란물이란 성적흥분을 일으키기 위한 구체적이고 의도적인 고안물이지요. 예를 들어 권태기의 부부나 성장애자 혹은 쾌락을 즐기려는 연인이 단순히 성적흥분을 고조시킬 목적으로 찾는 비디오나 성보조물,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찾아 드는 누드잡지, 시간을 때우기 위해 심심풀이로 혹은 일부러 찾아 보는 에로만화나 소설 등등. 성범죄를 일으킬 목적으로가 아니라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 음란물은 필요합니다. 제 생각에 음란물은 따로 있지 않고, 그것이 닿지 않아야 할 수중에 있을 때 음란물이 됩니다. 성인용 비디오가 청소년의 손에 닿는 그 순간 말입니다.
--- p.67
3. 20.
유미리의 <풀 하우스>를 읽다.

유미리의 희곡 <물고기의 축제>와 <그림 벤치>를 대학로에서 연극으로 본 적이 있다. 그리고 <물고기의 축제>를 공연하던 극장의 매표구에서 판매하던 <유미리 희곡집>을 통해 그녀의 작품을 읽은 바 있다. 벌써 3년 전의 일이다.

두 편의 중편이 실린 이 책의 표제작은 앞서 보거나 읽었던 그녀의 연극 작품에서 알 수 있었던 작가 자신의 가족사를 다시 한 번 되풀이 들려준다. 파친고의 지배인인 아버지와 카바레 여급이던 어머니의 불화와 별거. 그늘진 가정과 재일 한국인이기 때문에 받아야 했던 질시 속의 학창 생활. <풀 하우스>의 아버지는 뿔뿔이 흩어진 가족을 모으기 위해 집을 짓는다. 그러나 가족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두 자매와 아내는 아무도 그 집에서 살려고 하지 않는다. 아버지는 길에서 우연히 알게 된 부랑인 가족을 공사 대금을 채 지불하지 못해, 원칙적으로는 가스도 전기도 넣을 수 없는 가건물에 살게 한다. 하지만 두 자매 누구도 아버지에게 그 낯선 가족을 내쫓으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들을 내보내라는 말은, 우리가 여기 살겠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풀 하우스>의 동생은 가족보다 아버지의 재산에 약간 관심이 있는 것 같다. 또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풀 하우스>의 어머니 역시 집을 가족이 함께 사는 공간으로 보기보다는 투자의 개념으로만 본다. 한편 유미리의 분신인 <풀 하우스>의 언니는 아버지가 지어 놓은 가건물과 같은 집을 불태워 버리고 시피어한다. 언니의 그 심정은 소설 속에서 직접 드러나지 않지만, 부랑인 가족 가운데 섞인 어린 딸의 방화가 그녀의 심경을 대변하고 있다.
--- p.2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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