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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의 끝

순수의 끝

: 메건 애버트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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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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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4년 06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340쪽 | 436g | 140*210*21mm
ISBN13 9788901165295
ISBN10 8901165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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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메건 애버트 Megan Abbott
메건 애버트는 1971년 미국 미시간 주의 디트로이트에서 태어나 미시간대학교를 졸업했다. 2000년 뉴욕대학교에서 영미문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이후 뉴욕대학교, 뉴욕주립대학교, 뉴스쿨대학교에서 문학과 글쓰기, 영화를 주제로 강의를 했다. 2002년 미국 메이저 출판사 중 하나인 맥밀란에서 『스트리트 워즈 마인(The Street Was Mine): 하드보일드 픽션과 느와르 영화의 백인 남성성』이라는 제목으로 논픽션을 출간했다.
메건 애버트는 범죄소설 선집의 편집자로 일하다가, 2005년 하드보일드 미스터리 『다이 어 리틀(Die a Little)』을 펴내면서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2007년에 출간한 『퀸핀(Queenpin)』은 2008년 배리 상과 에드거 상을 받았고, 앤소니 상에 노미네이트되었다. 그녀를 미스터리계의 3대 총아 중 하나로 꼽은 제임스 엘로이는 “대단한 스토리텔러이자 필름 느와르 전문가, 진정한 예술가의 열정으로 가득 차 있는 소설가”라 칭하였다.
주요 작품으로는 『더 송 이즈 유(The Song Is You)』 『나를 깊이 묻어줘(Bury Me Deep)』 『데어 미(Dare Me)』 『피버(The Fever)』 등이 있다. 그녀는 현재 뉴욕에서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www.meganabbott.com
역자 : 김지연
1975년생으로, 과천외국어고등학교와 한국교원대학교에서 프랑스어를 공부했고, 편집자로 일해왔다. 10여 년 동안 다양한 언어권의 문학 작품들을 책으로 소개하다가 번역의 길에 이르렀다. 옮긴 책으로는 『러브 인 뉴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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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비와 함께한 수많은 시간처럼, 그곳에는 즐거웠던 시간이 깃들어 있다. 뒤뜰에 세워져 있던 우리의 브라우니 텐트, 마시멜로로 끈적이던 입과 손, 한밤중에 잔디 위를 구르거나 온갖 소리와 메아리에 몸을 떨던 일, 그저 우리를 향해 철써기들이 온통 거친 날개를 마찰시키며 내는 소리.
뭔가가 있다. 그게 뭔지는 나도 알 수 없다. 넘어질 것 같아서, 나는 손바닥을 벽돌 벽에 갖다 댄다. 이곳에 뭔가가 있었다. 뭔가 의미심장한 것이. 알아야 할 뭔가가, 내 목에 아하 하는 감탄사를 불어넣을 뭔가가,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그게 뭔지 짐작할 수 없다. 더불어 뭘 찾아야 할지도 알 수 없고, 내 눈으로 확인할 수도 없다. (p.42)

스물한 살의 나이에 어두운 색의 더벅머리를 하고 건반 위로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는 베버 씨의 모습을 생각하니, 머릿속이 하얘진다. 그의 쇄골도 돌출되어 있었을까? 그의 목울대도 튀어나와 있었을까? 그 또한 너무 빨리 자라서 당황하고 그들 자신의 몸에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남자애들처럼, 어색하게 구부정한 자세로 있었을까? (p.97)

침대에 누워 있으면서, 내가 그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내가 그 일을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때 나는 어젯밤 베버 씨의 집을 뒤흔들어놓았을 비운의 소식에 대해 생각한다. 그린홀로 호수의 캄캄한 진흙탕 속으로 빠르게 가라앉는 에비에 대해 생각하는 낮과 밤, 갈고리에 걸려 에비의 시신이 올라오는 생각, 부패되어 알아볼 수 없는 에비의 얼굴. 그게 일의 전모라는 얘기가 아닌가? 어디선가 읽었던 적이 있다. 물은 사람들의 얼굴을 부패시킨다. 그런 생각을 하며, 베버 씨의 마음이 지난 열두 시간 동안 만들어냈을 절망적인 여정에 대해 생각한다. 참을 수 없다. (p.125)

나는 셔츠 아래로 내 맨살을 느끼면서 그를 내려다본다. 그리고 그는 내가 앉아 있는 의자 팔걸이에 두 손을 올려놓고서, 너무나 은밀한 것들을 내게 말하고 있다. 우리 주변으로는 온갖 전기 제품에서 윙윙거리며 나오는 불빛이 반짝반짝 빛을 발하고 있다. 그 불빛으로 내 얼굴은 타들어갈 듯하다. 그의 어둡고 축축한 눈이 내게 고정되어 있어서, 생각조차 할 수 없다. (p.191)

이제 나는 이 일이 에비에게 어떤 것이었는지 안다. 에비는 그의 두 눈을 보았고 생각했다. 그는 분명히 알았을 것이다. 우리가 수십 년 동안 알지 못했을, 주옥같은 소중함과 미칠 듯한 두려움과 뼛속 깊은 후회를. 그는 이 모든 지혜를, 상실과 그 느낌을 에비에게 전했다. 그 자신이 중시했던 바다 같은 상징을, 그의 삶과 슬픔의 인상을 에비에게 전하고, 알려주고 싶어했다. 에비가 그것들을 영원히 느끼도록 하고 싶어했다. 에비 자신의 피부로. 그리고 에비는 그러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제 나도 그러게 될 것이다. 나도 그러게 될 것이다. (p.276)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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