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림은 아흐메드와 모하메드와 함께 몸을 숨겼던 담 뒤에서 빠져나와 탑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렸다. 거리가 충분히 가까워지자 카림은 한쪽 다리는 무릎을 굽히고 다른 다리는 뒤로 뻗어 안정적인 자세를 취한 다음, 가죽띠에 총알을 얹어 고무줄을 팽팽히 당기고 쏘았다.돌은 쌩 날아가 탑을 때렸다.
따아악!
돌은 콘크리트를 때리며 박살이 났다. 그러나 탑은 생채기 하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멀쩡하다.
--- pp.18-19
“우리는 그냥 안전하게 살아갈 땅이 필요해.” 테사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말했다. 테사는 이 소년이 유대인이 겪은 아픔과 괴로움을 이해해 주기만 바랐을 뿐이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팔레스타인으로 오는 거야?” 테사는 멋쩍은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왜 하필 팔레스타인인지 따지는 모의 말에도 일리는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리가 대체 어디로 가야 해?”
“이곳으로 오는 유대인의 대다수는 유럽인이잖아. 유럽에 땅은 얼마든지 있지 않아? 거기서 살면 되지! 또는 영국으로 가거나. 영국 사람들은 너희를 무척 좋아한다더라.”
“하지만 언젠가는 그들도 우리를 더는 좋아하지 않을걸. 우리는 유대인만 사는 독자적인 국가가 필요해. 오로지 유대인국가에서만 우리는 박해 없는 세상을 살 수 있어.”
“그래서 우리더러 나가 달라고?”
“아니, 우리가 너희를 쫓아내려는 건 아냐. 하지만 자발적으로 가지 않는다면…….”
“우리가 자발적으로 가지는 않아.”
“그럼 나도 몰라, 어떻게 될지.”
--- pp.138-139
“우리 전사들은 라말라 북부의 어떤 정착촌에 잠입했어.” 모하메드는 이제야 본론을 꺼냈다. “전사들은 어떤 집으로 숨어들어, 그 집의 가족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가족 모두를 그들이 좋아하는 천국으로 보내 버렸어!”
“잘했군.” 아빠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가족을? 아이들까지?” 엄마가 캐물었다. 그때야 카림은 엄마가 음식에 손도 대지 않은 것을 알아차렸다.
“그럼요, 애들도 깔끔하게!” 모하메드는 아이들을 군인으로 보는 게 당연한 것처럼 말했다.
“저들은 당해도 싸.” 아빠는 이렇게 말하며 고기 한 점을 집어먹었다.
“대체 아이들은 왜 죽인대?” 카림은 엄마가 말하기 전에 이렇게 묻고는, 속으로 괜히 물어봤다고 후회했다.
“왜 죽이지 말아야 하는데?” 형이 목청부터 높였다. “저들은 아직 요람 안에 있는 우리 아기까지 죽이잖아! 아말을 봐, 너 자신을 잘 보라고! 내일 아말과 네가 살아 있을지 누가 알아? 오늘 밤 저들이 또 불심검문을 벌인답시고 쳐들어와 수작 부리다가 자기들 기분 나쁘면 그냥 쏴 버릴 수도 있지!”
--- pp.249-250
남자는 이미 오래전부터 카림만 노리고 쫓아왔다. 그는 카림의 목덜미를 움켜쥐고 발로 카림의 오금을 찼다. 그대로 쓰러진 카림을 남자는 다른 발로 어깨를 밟았다. 그리고 철모로 카림의 살과 뼈를 때렸다. 뼈를 울리는 아픔이 펄펄 끓는 주전자에서 쏟아지는 커피처럼 쓰라리게 퍼졌다. 카림은 비명을 질렀다. 군인은 그 넓적한 손으로 카림의 머리를 짓누르며 그의 팔을 뒤로 꺾었다. 흙바닥에 처박힌 카림의 얼굴은 진창으로 범벅이 되었다. 카림은 다시 한번 비명을 질렀다. “아얏! 찰라스(그만해)!” 이 아랍어는 이스라엘 군인도 익히 안다. 검문소나 불심검문에서 자주 쓰는 말이므로.
“제발 멈춰요, 싸우지 않을 테니까.” 카림은 영어로 말하며 사정했다.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때리지 말라고 구걸하는 영웅? 하지만 아픔은 갈수록 커졌다. 카림은 자신의 어깨가 더는 압박을 견디지 못할 거 같아 무서웠다.
--- pp.332-333
“앞으로 몇 세대를 거쳐야 너희가 형제 또는 사촌처럼 함께 평화롭게 살 수 있을까?” 스페인에서 온 마르타가 물었다.
“우리를 모범으로 삼아 봐, 그럼 한 세대도 안 걸릴 거야.” 아드난이 이렇게 답했다. 그의 혀도 이제 심각하게 꼬인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람들이 우리처럼 한자리에 모여 한잔하면서 서로 사랑을 나눈다면, 모든 문제가 깨끗이 사라질 거야. 장벽을 허물고 하이파와 자파 또는 유대와 사마리아를 아이들이 자유롭게 오가며 살 수 있다면, 아무 문제가 없잖아. 저마다 원하는 곳에서 행복하게 살면 되는 거야. 말하자면 대이스라에티나! 아니, 아냐, 좀 이상하다. 대팔레엘! 이건 더 괴상하네. 아, 이런 식으로는 안 되겠다. 결국 우리는 이름을 합의하지 못해 다시 치고받고 싸우겠어.”
--- p.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