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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 하나만 들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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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 하나만 들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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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9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444쪽 | 512g | 145*210*30mm
ISBN13 9788932393544
ISBN10 8932393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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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경찰은 오래도록 눈빛을 교환했다. 경찰학교에서 언제나 남편이 첫 번째 용의자라는 이론을 배웠겠지. 하지만 아내가 실종될 당시 남편이 대서양 건너편에 있었을 경우 수사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가르쳐 주는 수업은 빼먹었나 보다.
“2~3일 더 지켜보죠.” 경사가 말했다. “잠깐 머리를 식히고 싶었을 수도 있으니까요. 자기만의 휴가를 갖고 싶어 하는 엄마들이 많아요.”
“경찰관님은 이해 못 하세요. 에밀리는 아들을 저에게 맡기고 갔다고요! 이런 식으로 말없이 아이를 두고 떠나서 전화도 안 하고 연락을 끊었던 적은 한 번도 없어요.” 내가 말했다.
“다른 이유들이 있겠죠. 저도 아이가 셋이니 믿어 주세요. 저도 며칠 휴가 내서 고급 스파에 묵으면서 나만의 휴식 시간을 갖고 싶다는 로망을 꿈꿉니다.” 블랑코 경찰관이 말했다.
나는 잠깐 말을 멈추고, 내 블로그를 생각하며 엄마들이 그 말을 얼마나 자주 했는지 떠올렸다. 하지만 에밀리는 그런 엄마가 아니었다. 뭔가 심각하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시킬 수 있을까? 한편 경찰들은 숀에게 다른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 보았는지 묻고 있었다.
“제가 친구인데요. 저랑 제일 친해요. 아마 무슨 일이 있었으면 나한테 먼저 말할…….”
몰로이 경사는 내 말을 막았다. “가족은요? 가까운 친척은 없습니까?”
“아내의 어머니가 디트로이트에 삽니다. 하지만 거기 갔을 리가 없어요. 에밀리는 엄마와 몇 년째 소원한 사이입니다.”
충격이었다. 에밀리는 자기와 엄마가 서로 아끼는 모녀 사이라고 믿게 했었다. 내가 부모님 모두 돌아가셨다고 했을 때 매우 안쓰럽게 여기기도 했다. --- p.60~61

잠시 기절을 했었던 것 같다. 그다음 장면은 내가 화장실 바닥에 앉아 있었다는 거다. 아마도 넘어지면서 세면대 한쪽에 머리를 부딪친 것 같았다. 피를 멈추려고 수건을 이마에 눌렀다. 침실에서 마일스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마일스가 얼굴 위로 피가 흐르는 나를 보자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나는 생각했다. 그래, 울어야지. 울어도 돼. 우리 착한 아기. 당연히 무서울 거야. 너희 엄마는 괴물이니까. --- p.154

스테파니는 말했다.“다른 사람한테는 한 번도 하지 못한 이야기인데 너에게는 하고 싶어.”
스테파니는 항상 그런 식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어떤 이야기들은 상당히 세기도 했고, 다른 이른바 ‘비밀’들은 너무 시시해서 듣자마자 잊었다.
마일스와 니키가 탄 작은 잠수함이 우리를 지나쳤다. 그들은 웃으며 손을 흔들었고 우리도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나는 히치콕 영화의 장면을 떠올리고 있었다. 회전목마는 점점 빨라지고 점점 통제를 벗어나서 팔리 그레인저와 로버트 워커는 죽기 직전까지 간다. 그 기구를 멈출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회전목마 밑으로 기어 들어가는 작은 노인이다. 그 사람이 위험에 처한 모습을 보는 것이 회전목마가 도는 것보다 더 기괴하고 서스펜스가 넘쳤다. 마일스와 니키의 놀이기구가 미친 듯 돌아가게 되면 우리는 어떻게 할까? 누가 그 회전목마 밑으로 기어 들어가 우리 아이들을 구할까?
티켓을 확인하는 아르바이트생은 핸드폰 문자를 보내고 있다. 그렇게 할 사람은 스테파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스스로에게 상기시켰다. 너는 에밀리야. 스테파니가 아니야.
나는 돌아서 스테파니 옆에 바짝 붙고는, 이런 일이 일어날 경우를 대비해 주머니에 넣고 다녔던 작은 최신형 녹음기를 눌렀다. --- p.251~252

레스토랑에 앉아 내 쪽으로 걸어오는 그녀를 보는 순간, 내가 살아 있는 한 다른 사람을 이처럼 사랑할 수 없음을 알았다. 그녀는 너무나 영특하고, 너무나 맵시 있고, 너무 우아하다. 모두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본다. 그녀에게는 그런 특유의 에너지가 있다. 그녀가 공간에 들어오는 순간 공기 속의 무언가가 바뀐다. 혼자 있어도 그렇고, 그녀의 곁에 있는 행운의 남자까지도 그 시선을 받는다. 반면에 스테파니가 혼자 들어온다면 아마도 그녀는 약속에 늦거나 주차할 곳을 못 찾고 헤매는 비실비실한 남자와 같이 왔겠거니하게 된다. 어쩌면 곧 그녀를 바람맞힐 상대를 기다리는 것이려니 싶을지도 모른다. 스테파니 생각은 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지금 절대 생각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스테파니였다.
--- p.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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