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자네가 이해를 못하고 있군. 내가 웃었다고 해서 슬퍼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는 말게. 사실은, 숨막힐 정도로 웃고 있는 때조차도 나는 울고 있었네. 그러나 울고 있다고 해서 전적으로 슬퍼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서도 안되네. 그 순간에도 웃음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네. 진정한 웃음이란 무엇인가 생각해 보게. 마음의 문을 두드리면서 <들어가도 될까요>라고 묻는 웃음은 진정한 웃음이 아닐세. 그럼 아니고 말고. 웃음은 왕처럼 행동한다네. 자기가 원할 때,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온다네. 아무에게도 묻지 않고, 적절한 때를 골라서 오지도 않네. 그는 그저 <나 여기 있다>라고 말할 뿐이네. (p.316)
--- p.316
'내가 어떻게든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 즐거울 뿐입니다. 오, 하느님!'
그가 갑자기 외치더니 일어나 앉으려고 애쓰면서 나를 가리켰다.
'이걸 위해서라면 죽는 보람이 있습니다. 보세요! 보세요!'
태양이 이제 바로 산꼭대기 위에 걸려 있었고 붉은 빛줄기들이 내 얼굴 위로 떨어져서 마치 내 얼굴이 붉은 빛에 흠뻑 젖는 것 같았다. 남자들의 눈길이 그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을 따라 갔다가 모두가 한꺼번에 무릎을 꿇으며 진정으로 경건한 <아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죽어가는 사람이 말했다.
'이제 하느님께 감사를 드려야 해. 우리의 모든 노력이 헛되지 않았어. 봐. 그녀의 이마가 눈보다 더 깨끗해졌어! 저주가 풀린거야!'
그리고는 우리가 비통한 마음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용감한 신사였던 그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숨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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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바로 그 순간 조너선의 커다란 칼이 번쩍 빛을 발했다. 나는 그 칼이 백작의 목을 싹둑 자르는 동시에 모리스 씨의 사냥칼이 심장에 깊이 박히는 것을 보면서 비명을 질렀다. 그것은 마치 기적과도 같았다. 바로 우리 눈앞에서 겨우 숨을 한 번 들이킬 동안에 온 몸뚱이가 먼지로 부서져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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