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장소는 부동산 회사를 통하기 전에 이미 아는 사람들끼리 거래가 됩니다. 그래서 정부와의 꽌시도 필요하죠. 여러 경로를 통해 꽌시가 있어야 좋은 장소도 구할 수 있고 임대할 때도 바가지 안 씁니다. 특히 대형 쇼핑몰 같은 데는 토지 거래부터 인?허가 모두 정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정부 측 꽌시를 통해 쇼핑몰 회사인 개발상을 소개받는다면 임대에 유리하죠.”
그때는 거래 터주고 꽌시 비용을 챙기려고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막상 현장에서 부딪쳐보니 쉬타오의 말이 옳은 것 같았다. 이럴 때면 자신이 불합리하다고 열을 내던 그 꽌시라는 게 간절했다. 하지만 홍 대리는 지금 꽌시라고 할 만한 게 전혀 없는 실정이었다.
홍 대리가 어수룩해 보인 걸까? 부동산 업자가 소개하는 물건들은 왠지 위치도 별로고 가격도 높은 것 같았다. 간혹 마음에 쏙 드는 위치의 적당한 건물을 발견했지만, 여지없이 식겁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가격이었다.
_pp.73~74
중국에서는 중국에 맞는 가치를 더할 줄 알아야 한다. 와하하(娃哈哈)그룹은 “와하하 음료수를 마시면 어린이들 밥맛이 좋아진다”라는 광고카피로 중국 최대 음료업체가 됐다. 어린이 전문식품이 없었던 중국에서, 일가구일자녀 정책 때문에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끔찍한 부모들은 음료로 밥맛까지 좋게 해준다는 말에 엄청난 호응을 했다. 중국과 중국인의 특성을 잘 겨냥한 가치를 더해 대히트를 친 것이다.
_p.88
“다음으로는 발음을 살리는 방향이 있다네. 예를 들어 맥도날드의 중국 상호는 ‘마이땅라오(???)’로, 발음은 본래 상호와 유사하지만 별 의미는 찾아볼 수 없지.”
“결과는 어땠나요?”
홍 대리의 질문에 금탄영 박사는 또 웃음을 터뜨렸다. 그가 본 인간 홍규태의 신기한 면에는 바로 이런 모습도 포함됐다. 모든 일 하나하나에 분통을 터뜨리거나 환호하는 걸 보면 과정을 중시하는 것 같다가도, 이렇게 직설적으로 결과부터 따지고 들어오는 걸 보면 ‘결과로 말한다’는 마인드를 가진 것 같기도 했다.
“질문에 답하기 전에, 우선 ‘덕을 기본으로 한다’는 뜻의 컨더지(肯德基)를 상호로 사용하는 KFC의 예를 들어보지. 하지만 컨더지의 ‘지(基)’는 닭을 뜻하는 ‘지(?)’와 발음이 같아, 이름만 들어도 닭을 연상시킬 수 있으니 좋은 뜻과 브랜드를 알리는 두 가지 장점을 동시에 취한 네이밍인 셈이지. 발음도 ‘켄터키’와 유사하고 말일세.”
홍 대리는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들에 신기하다는 듯 몰입해 있었다.
“참고로 중국에서는 맥도날드보다 KFC가 더 성공을 거두고 있다네. 꼭 네이밍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분명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이지.”
_pp.102~103
‘농장의 경비 아저씨도, 차이란 경리님도 나에게는 훌륭한 꽌시다. 비록 큰 결정을 내려줄 수 있는 사람들은 아니더라도 결국은 그들이 모여 나에게 절호의 기회를 주었다.’
‘위치를 알려주지 말라’는 왕궈중의 지시가 있었음에도 경비는 홍 대리에게 차이란이 입원한 병원을 알려주었고, 차이란은 왕궈중과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 홍 대리가 부정적으로만 보았던 꽌시, 그중에서도 특히 하찮게 여길 수도 있는 위치의 사람들이 결정적인 도움을 준 것이다.
‘세상에 하찮은 꽌시란 없는 거로군.’
_p.256
“중요한 협상일 경우 나도 통역을 부탁하기도 한다네.”
금탄영 박사는 중국에서 대학을 다녔고, 직접 사업도 하고 있는 사람이다. 홍 대리가 중국어를 잘한다고 해도 금탄영 박사에 비하면 초보 딱지를 갓 뗀 수준일 것이다. 그런 금탄영 박사가 통역을 쓴다니, 언뜻 이해가 되질 않았다.
“크게 두 가지 이유일세. 첫째, 중국인들의 협상 언변을 따라가기 힘들기 때문에 통역인이 통역을 하는 동안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지. 둘째, 훌륭한 통역인이라면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도 있네. 에티켓에서 어긋나는 경우 미리 언질을 줄 수도 있고, 예의에 어긋나는 발언은 먼저 차단을 해줄 수도 있거든.”
그 말을 들으면서, 통역을 쓰더라도 자신이 중국어를 잘해야 더 유리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실제로 홍 대리는 중국에서 사업에 실패하고 돌아간 한국인을 많이 봐왔는데, 그들은 대부분 중국어를 거의 하지 못했다. 중국어를 잘한다고 반드시 중국에서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중국어를 모르는 사람은 결코 성공하지 못했다.
_p.270
사람의 마음을 얻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다. 그리고 이해와 존중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중국과 한국은 기업문화는 물론이요 직원을 대하는 상사의 태도도 다르다. 직원 500여 명을 거느린 사장이 말단 직원을 조수석에 앉히고 직접 운전하며 공장을 안내하거나, 1조 원 매출의 회사를 운영하는 사장이 함께 해외 출장 온 부하직원들을 위해 사진사가 되어주고 가방도 들어주는 모습. 한국에서라면 상상도 하기 어려운 장면이지만, 이는 내가 실제로 본 중국인 사장들의 이야기이다. 중국은 직급 체계가 있더라도 조직문화는 수평적이다. 즉, 서로 하는 일이 다를 뿐 모두 동등한 조직의 구성원이라는 ‘분공’ 개념이 강하다.
이는 어느 쪽이 옳고 그른가를 떠나, 단지 문화가 다를 뿐이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중국의 조직문화를 이해해야 한다. 중국에서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때로는 수직적 상하관계가 아닌 수평적 대등관계로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_p.302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