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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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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으로부터,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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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6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340쪽 | 412g | 133*200*23mm
ISBN13 9788954672214
ISBN10 895467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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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곧고 깊으면서도 따스한 시선, 정세랑 소설] 일생 단 한 번의 제사를 위해 하와이를 찾은 어느 가족의 이야기. 이것은 가족의 이야기이면서, 녹록하지 않은 시대를 먼저 살아낸 선배의 이야기, 늘 인간으로 예술가로 생존의 문제에 직면해야 했을 여성 예술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정세랑의 새 소설이다. 어떤 설명이 더 필요한가. -소설MD 박형욱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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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기 여성들의 마음엔 절벽의 풍경이 하나씩 있었을 거라는 생각을 최근에 더욱 하게 되었다. 십 년 전 세상을 뜬 할머니를 깨워, 날마다의 모멸감을 어떻게 견뎠느냐고 묻고 싶은 마음이었다. 어떻게 가슴이 터져 죽지 않고 웃으면서 일흔아홉까지 살 수 있었느냐고.
--- p.15

우윤은 방에 ‘리브 어 리틀Live a little’이라고 멋들어진 필기체로 적힌 포스터를 붙였다. 글씨 아래로 커다란 파도와 점처럼 작게 서핑하는 여자아이가 그려져 있었고, 우윤은 더이상 아이가 아니었지만 마음속에 늘 아픈 아이가 있었으므로 서핑을 해봐야겠다고 결정했던 것이었다. 리브 어 리틀. 난 좀 살아볼 거야.
--- pp.100-101

우윤은 피곤해서 바로 쓰러질 것만 같았는데, 규림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했다. 우윤은 사촌동생이 무척이나 부러웠지만 꼬인 마음을 가지지 않으려 노력했다. 누군가는 건강하게, 좋은 운동신경을 가지고 태어나고 누군가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그뿐이었다. “아, 무지개.” 졸음에 겨워 기분좋은 얼굴로 지수가 해변 저쪽을 가리켰다. 꽤 선명한 무지개가 보였다. 휴대폰 카메라로 열심히 찍어보더니 아쉬워했다. “엉망으로 찍히네……” “그러게. 눈에는 이렇게 잘 보이는데.” “나 결심했어. 할머니 제사상에 완벽한 무지개 사진을 가져갈 거야.” “뭐? 그렇게 단순하게 결정하는 거야?” 지수의 결정에 우윤은 깔깔 웃었지만, 속으로 자신도 결정했다. 완벽하게 파도를 탈 거야. 그 파도의 거품을 가져갈 거야.
--- p.102

그러니 여러분, 앞으로의 이십 년을 버텨내세요. 쉬운 일은 아닐 테지만 모퉁이가 찾아오면 과감히 회전하세요. 매일 그리되 관절을 아끼세요. 아, 지금 그 말에 웃는 사람이 있고 심각해지는 사람이 있군요. 벌써 관절이 시큰거리는 사람도 많지요? 관절은 타고나는 부분이 커서 막 써도 평생 쓰는 경우가 있고 아껴 써도 남아나지 않는 경우가 있어 불공평합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모든 면에서 닳아 없어지지 마십시오.
--- p.229

“엄마 이제 안 울어?” 해림이 물었다. “응, 안 울어. 얼른 다시 사러 갔어.” “왜 그런 걸로 울었지?” 사랑하는 사람에게 잘해주고 싶었던 거야, 그 사람이 죽고 없어도. 우윤은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보다는 건조한 답을 택했다. “속상하면 울 수도 있지.”
---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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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정세랑, 하와이, 그리고 제사’라니, 세 단어의 조합만으로도 이미 재미는 보장된 셈인데 이 책은 그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다. 귀엽고 웃기는 소재를 충분히 귀엽고 웃기게 쓰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넓고 깊은 성찰을 푹푹 찔러넣는 정세랑 작가의 솜씨는 이제 불가사의한 경지에 올랐다. 결코 잊을 수 없을 사람, 심시선으로부터 뻗어나온 이 강렬한 힘은 나를 책을 읽기 전과는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놓았다. 아마도 이 힘은 내가 살아가는 내내 태양처럼 뜨겁고 환하게 나를 비춰줄 것이다. 정세랑 작가의 모든 글을 사랑하지만, 그중 가장 사랑하는 것을 꼽으라면 나는 『시선으로부터,』라고 말하겠다.
- 김하나 (작가)
나에게 정세랑이라는 세 글자는 청량함의 동의어이다. 그녀의 소설은 언제나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정확한 온도로 사랑스러운 인물들의 일대기를 펼쳐나간다. 정세랑의 『시선으로부터,』 역시 마찬가지라 읽는 내내 코끝에 싱그러운 민트향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옆으로 누워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한쪽 팔에 쥐가 나는 줄도 모르고 끝까지 다 읽어버렸다. 저린 팔을 주무르며 생각했다. 내 생에 이토록 한국의 현대사를 정통으로 관통하는, 그러면서도 경쾌함과 꼿꼿함을 잃지 않는 인물을 본 적이 있었던가.
- 박상영 (소설가)
책을 읽으며 무척 행복했다. 이 세계가 끝나지 않기를 바랐고 심시선 집안 모임에 끼어 함께 팬케이크를 먹고 싶었다. 기 센 여자들이 아닌 “기세 좋은 여자들”이 멋진 여성의 제사를 준비하는 여정을 보며 이런 제사라면 얼마든지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시선처럼 쓰고, 읽고, 자신의 삶을 산 할머니가 우리 모두에게 있었더라면 한국 사회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이 책은 가부장제에 포섭되지 않은 여성이 가장이 될 때, 가족들이 어떠한 결을 갖고 살아갈지에 대한 기분좋은 전망을 준다. 내게 위로와 계보를 선사한 이 근사한 작품이 페미니즘 영화의 고전 [안토니아스 라인]처럼 오래 기억되기를 바란다.
- 김보라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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