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초씨在初氏가 여러 차례 사신使臣을 모시고 먼바다를 건넜는데 모두 구야니의 땅이었고 갈 때마다 반드시 손으로 적었다. 일찍이 그의 초편初編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다시 동년同年의 이작주李芍洲 가부駕部를 통해 이편二編과 삼편三編을 내게 보내와 글을 써달라고 부탁해 왔다. 내 생각에 중토中土(중국)는 정기正氣요 해외海外는 여기餘氣이다. 글들 속에 적은 각국의 풍토, 인정人情과 일체의 기기괴괴한 일들은 모두 눈으로 본 것이나, 옛날 책에 있는 기굉奇肱, 장고長股, 무장無腸, 섭이?耳 등의 나라에 대한 기록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어찌 그러한가? 천체天體는 둥글고 드넓어 둘레가 6억 10만 7백 25보步이고, 대지의 두께는 48만 유순이며, 그 수륜水輪(물레방아)의 두께는 60만 유순이다. 옛사람이 말했다. “곤륜崑崙 산에는 기운이 모여 있어서, 마치 바다의 배꼽과 같다.” [그렇다면] 해외의 여러 주들은 아마 [바다의] 지절肢節이 아닐까? 뿌리가 크고 말단이 작은 것과 안이 무겁고 밖이 가벼운 것을 일컬어 ‘굳세다’고 하는데, 듣기로 재초씨가 또 태서泰西(서양) 각국을 수행하여 그 정치와 형벌의 큰 줄기를 상세히 살피고 강약득실의 이유를 밝혀 사편四編을 쓸 것이라고 하니, 내가 그것도 읽어 칭송하고자 한다.
---「종준성의 서문」중에서
(1868년) 4월 4일 토요일
3월 12일 신유. 맑음. 미각(13~15시)에 차를 타고 20여 리를 가서 개복방凱福房(Cliff House)에 도착했는데, 목루木樓가 스무 남짓 칸 있고 앞은 바다, 뒤는 긴 언덕이 있었다. 바로 앞에는 작은 섬이 세 개 있었는데 초서 ‘육六’자 모양으로 뾰족하게 솟아 있었다. 갑자기 바다사자 수십 마리가 물 밖으로 나와서 암석 위에 엎드려 햇볕을 쬐며 잠이 들었는데 몸은 물고기 같은데 털이 나 있고 색깔은 자줏빛이 도는 잿빛이고 머리는 쥐나 개같고 두 다리는 물고기의 꼬리지느러미 같았다. 그중에는 소보다도 덩치가 큰 것이 있어서 울음소리는 개와 비슷했지만 더욱 컸고 사나운 모습이라 무서웠다. 위로 올라가서 멀리 바라보니 푸른 바다와 붉은 해만 보였는데, 만 리에 은빛 물결이 솟구치는 소리가 밤낮으로 그치지 않았다. 멀리 하늘 끝에는 돛대와 바닷새만 점점이 보일 뿐이었다. 차를 타고 숙소로 돌아올 때에는 바닷가를 20여 리를 둘러 왔는데 파도가 차의 밑까지 올라왔다. 차의 왼쪽은 운무가 가린 푸른 산이 솟아 있었고 차의 오른쪽은 흰 파도가 겹쳐져 무늬를 이루었다. 그 뒤에는 구불구불한 산길이 이어졌는데 온 길에 울긋불긋한 꽃들이 만발하여 향기가 옷소매에 스며들었다.
---「샌프란시스코」중에서
6월 5일 금요일
윤 4월 15일 계해. 맑음. 오각(11~13시)에 지 흠헌과 손 흠헌을 따라 총리각국사무아문에 가서 서이덕을 만나 함께 총통부總統府에 가서 총통 주온손朱溫遜(Andrew Johnson)을 알현했다. 합중국 말로는 백리새천덕伯理璽天德(President)이라고 부르는데 나이는 쉰쯤 되고 서민과 똑같이 옷을 입었다. 포 흠차가 먼저 출사出使의 뜻을 밝히고 주 통령이 서이덕으로 하여금 대답하게 했다. 발언이 끝나자 국서國書를 전달하고 악수하고 안부를 물으니, 이는 태서의 예법이었다. 주 총통이 말했다. “귀 흠차께서 폐국에 욕림辱臨(방문)하시니 본 통령이 마땅히 힘을 다해 도와 처리하여 조금도 불편함이 없으시게 하겠습니다.” 운운했다.
---「워싱턴 D.C.」중에서
11월 20일 금요일
10월 7일 경술. 아침에 흑무黑霧(스모그)가 끼더니 사초(09시)에 맑아졌다. 미각(13~15시)에 지 흠헌과 손 흠헌이 포 흠사, 백 협리, 덕 협리와 함께 화륜차를 타고 문자文恣 궁宮에 가서 영국 군주를 알현했다. 외부대신外部大臣 사단력司丹力(Edward Henry Stanley)의 인도를 받아 국궁鞠躬의 예를 행한 것은 지난번과 같았다. 서서 5분 동안 말을 나누었고 주과酒果를 성대하게 차려 가빈에게 연회를 베푸니 훌륭한 예식이었다. 유초(17시)에 숙소에 돌아왔다.
---「영국」중에서
(1869년) 9월 15일 수요일
8월 10일 기유. 맑음. 물은 어제처럼 평온했고 빛깔은 남색이었다. 지구는 물이 오분의 삼인데, 물이 모여 흩어지지 않는 것은 지심地心의 힘 덕분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작게는 개울과 연못에서 크게는 강물까지 바다에 흘러들지 않는 것이 없으니 강과 바다는 드넓어서 작은 물길들을 모두 받아들여 바다가 백천百川의 왕이 되는 까닭이다. 이 때문에 “바다를 본 사람은 어지간한 물은 물이라고 하기 어렵다.”라고 한 것이다. 내가 지금 지구를 돌면서 여러 바다를 두루 다니며 고서古書에 실려 있지 않은 것들을 모두 직접 경험하며 눈으로 살폈다. 조정에서 통상通商을 허락하지 않았다면 어찌 능히 배를 타고 역외를 돌아다니며 구경할 수 있었겠는가? 지금 여러 바다를 편안히 지나며 이 글을 쓰는 것은 행운이라고 하겠다.
---「수에즈에서 홍콩까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