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비바! 프란치스코
2013년 2월 11일, 세상이 깜짝 놀랄 만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자유의지에 따라 교황직을 사임하였는데, 이는 교회 역사상 598년 만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하느님 안에서 영적인 식별로 자신과 세상의 뜻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깨닫고, 겸손한 모습으로 교회에 기도의 봉사로써 함께하겠다고 결단한 것입니다. 이 겸손한 결단으로 말미암아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료 추기경이 새로운 교황으로 선출되었으니, 그가 바로 교황 프란치스코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취임 후 첫 번째 메시지와 행보는 단번에 세상의 이목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는 현대사회를 인간 위기의 시대라고 규정하며, 인간의 존엄성이 중요시되고 인간이 중심이 되는 세상을 함께 일구어 나가자며 우리를 초대했습니다. 예수님이 그러하셨던 것처럼,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상에서 가장 가난하고 소외당하고 천대받는 사람들과 함께하기를 진정으로 원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편에서 낮은 자세로 몸소 가난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부에노스아이레스 교구장 시절에 하셨던 말씀들을 모은 《교황 프란치스코 어록 303》과 《교황 프란치스코 그는 누구인가》를 번역하면서 저는 참으로 기뻤습니다. 긴 수도생활 중에 가장 가슴 뛰는 순간이었고, 때때로 벅차올라 눈시울이 젖기도 했습니다. 내면에 있는 아름다움, 다시 말해 정말 인간다워지고자 하는 열망과 희망으로 인해 저는 불이 붙었습니다. 한마디로 새로운 사랑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수도자로서 31년을 살아오며 다른 사람을 위하고 하느님을 위해 살아가고자 하는 열망이 언젠가부터 세속화되고, 제도 안에서 퇴색되어 가는 찰나 교황 프란치스코의 말씀을 번역하면서 저 자신의 본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세계 안에서 자신을 쳐다보는 신선한 충격이 다가왔습니다. 가슴 속에 묻어둔 어떤 것을 들킨 소녀처럼 당황스럽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면서 힘이 솟아나는 경험이었습니다.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교황 프란치스코 그는 누구인가》를 번역하면서 ‘매듭을 푸는 마리아 MARY, UNTIER OF KNOTS’를 알게 된 것입니다. 1980년 초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료 신부(현 교황)는 박사학위 취득을 위해 독일에서 공부하던 중 아우크스부르크에 있는 성 베드로 암페를라흐 성당에서 18세기 초에 그려진 요한 슈미트너의 ‘매듭을 푸는 마리아’ 그림을 보았습니다. 그는 이 작품에 감동하여 복사본을 가지고 아르헨티나로 돌아갔습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 시절에 그는 ‘매듭을 푸는 성모님께 드리는 기도문’을 직접 작성하여 많은 사람들이 기도하도록 하였습니다.
‘매듭을 푸는 마리아’에 대한 신심은 300년 이상이 된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성화로 기도를 하는 동안에 자신들이 지향하는 인생의 매듭들이 풀리는 기적과 안락함·강직함·영감을 받는 등의 일을 경험했습니다. 많은 순례자들은 매년 이 성화가 있는 성당을 다녀간다고 합니다. 베르골료 추기경은 이 성모님이 조각된 성작을 베네딕토 16세 교황에게 선물하였고, 그도 교황으로 선출된 후 아르헨티나 사람들로부터 이와 비슷한 성작을 선물 받았습니다.
“아! 매듭을 풀다!” 이 말이 저의 뇌리를 꽝하고 쳤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와 행동은 ‘바로 이 세상의 매듭을 푸는 것이구나.’ 하는 알아차림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제 삶의 매듭들이 풀리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교황 프란치스코의 연설 · 강론 · 삼종기도 · 일반 알현 연설 · 메시지 · 교황 회칙 ?신앙의 빛?·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등을 읽기 시작하였고 여러 곳에서 전율을 느꼈습니다. 저만 이런 기쁨과 감동, 도전과 용기를 가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히 한국사회와 교회에서 함께 나누고자 하는 열망으로 단숨에 그의 말씀을 모으고 아름답게 다듬는 작업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책의 중심 소재는 소통 · 사회 · 가정과 교회가 당면하고 있는 과제의 매듭풀기로 4부, 8장, 40꼭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보통 역대 교황의 말씀들이라고 하면 신자가 아닌 일반사람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변적이고 철학적이고 신학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교황 프란치스코의 말씀들은 단순명료하고 사실과 본질에 대하여 정곡을 찌르는 메시지로 이루어진 것이 특징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속이 후련하고, 때로는 박수를 치게 되고, 때로는 자신과 이웃의 모습이 보여 슬프기도 하고, 때로는 두려움이 들기도 합니다.
그의 말씀을 통해 저는 마음 속 깊이에서 희망의 빛을 보았고, 점점 변화하고자 하는 열정이 올라옴을 알았습니다. 이런 경험이 이 책을 읽는 독자들과 함께 공유되길 희망해 봅니다. 한국사회와 교회 안에서 변화의 물결이 일어나기를 기도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난하고 소외받는 자리에 놓일지라도 우리들이 희망만은 잃지 말 것을 당부하십니다.
2014년 6월 29일
예수회 신부 제병영 가브리엘
삶을 밝히는 문장과 구절
1장 소통을 위한 메시지
(38~9p) 다른 사람의 말을 먼저 경청하고 나서 말해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이 온순함입니다. ··· 이런 대화가 평화를 만들어 냅니다. 대화 없이는 평화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충돌한 모든 전쟁, 대립, 그리고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 대화 부족에 기인합니다.
2장 개인의 삶과 양식에 관한 메시지
(45~6p) 1953년 9월 21일 저는 고해성사를 본 후에 어떤 변화를 느꼈습니다. 저는 방금 전의 저와 똑같은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목소리 혹은 부르심 같은 것을 들었고, 사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 하느님께서 여러분에게 청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하느님께 “예!”라고 대답할 가치가 있습니다. 그분 안에서 우리는 기쁨을 발견합니다.
3장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에 관한 메시지
(82p) 우리는 나눌 수 있게 될 때 비로소 진정한 부자가 되고, 우리가 나누는 모든 것이 증가합니다. 예수님께서 빵을 많게 하신 기적을 생각해 보십시오. 위대한 사회임을 말해 주는 척도는 가장 궁핍한 사람들과 빈곤 말고는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에서 발견됩니다. 배고픈 사람들에게 빵을 주는 것은 틀림없이 필요한 일이며 이는 정의를 실천하는 행위입니다.
4장 이 세상을 향해 던지는 메시지
(129p) 우리는 어떻게 울고 어떻게 연민을 느끼는지, 어떻게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고통스러워하는지를 잃어버린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무관심의 세계화는 우리에게서 눈물을 흘릴 줄 아는 능력을, 감정을 빼앗아 갔습니다.
5장 가정에 관한 메시지
(153~4p) 인생에서 가장 힘든 것은 ··· 사랑의 결핍입니다. 특정한 침묵은 숨 막히게 합니다. 가정에서조차도 남편과 아내 사이에, 부모와 자녀 사이에, 자녀들 사이에 흐르는 침묵이 그러합니다.
6장 청년들에게 주는 메시지
(163p) 여러분의 미래는 바로 여러분이 지난날 삶을 어떻게 살았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투신하고 희생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공포를 가지고 미래를 쳐다보지 마십시오. 여러분의 희망을 유지하십시오. 지평선에는 항상 빛이 있습니다.
7장 교회에 대한 메시지
(197p) 교회가 폐쇄적이지 않으며 성취한 바에 안도감과 만족감을 느끼지 않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만약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교회는 가상적이고 피상적인 풍요의 병에 걸린 것입니다. 어떤 점에서 교회는 ‘소화불량에 걸린’ 것이고 쇠약한 것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공동체를 벗어나서 밖으로, 하느님의 친밀함이 필요한 외곽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분께서는 아무도 버리지 않으시고 항상 변함없는 부드러움과 자비를 보여 주십니다.
(237~8p) 저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를 바랍니다. 가난한 이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줍니다. 그들은 신앙 감각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고통 속에서 고통 받으시는 그리스도를 알아 뵙는 것입니다. 우리는 가난한 이들을 통하여 우리 자신이 복음화 되도록 하여야 합니다. 새로운 복음화는 가난한 이들의 삶에 미치는 구원의 힘을 깨닫고 그들을 교회 여정의 중심으로 삼으라는 초대입니다.
8장 신앙에 대한 메시지
(262p) 하느님은 결코 우리를 용서하시는 데 지치지 않으십니다! … 문제는 우리가 지치고, 청하기를 원하지 않고, 용서를 청하는 데 지루해지는 것입니다. 그분께서는 용서에 결코 지지치 않으시지만 가끔 우리가 용서를 청하는 데 지치게 됩니다.
(277p)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은 단지 명령에 순종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 머무는 것이고, 그분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고 사랑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그분께서 우리의 삶을 소유하고 변화시키고 변형하고 악과 죄악의 어두움에서 해방하도록 내드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5-1. 세상의 매듭을 푸는 교황 프란치스코 추천사 발췌·요약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