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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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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7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315g | 135*210*12mm
ISBN13 9791155640210
ISBN10 1155640217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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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비행기로는 보이지 않는데.” 라고 나는 말했다. 내 목소리가 내 목소리 같지 않다. 아주 이상한 목소리다. 두툼한 필터가 양분을 죄 빨아먹은 것 같은 목소리다. 갑자기 몹시 늙어버린 듯한 기분이 든다.
“아직 색을 칠하지 않아서 그렇게 보이는 것 아닐까.” 라고 TV피플이 말했다.
“내일은 색을 칠할 거야. 그러면 비행기라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게 될 테지.”
“문제는 색이 아니야. 형태라고. 그건 비행기가 아니야.”
“비행기가 아니라면, 그럼 뭐지?” 라고 TV피플이 내게 물었다. 나는 짐작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저건 도대체 무엇일까?
“그러니까 색 탓이라니까.” 라고 TV피플이 자상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색을 칠하면 틀림없는 비행기가 된단 말이야.”
---「TV 피플」

그렇다. 나는 말 그대로 자면서 살고 있었다. 내 몸은 익사체처럼 감각을 상실했다. 모든 것이 둔하고, 탁했다. 자신이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상황 자체가, 불확실한 환각처럼 느껴졌다. 세찬 바람이 불면 내 몸은 저 세계의 끝으로 휘날려 갈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세계의 끝에 있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땅으로. 그리하여 내 몸과 의식은 영원히 분리되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무언가에 꼭 매달려 있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사방을 둘러보아도, 매달릴 만한 것은 어디에도 없었다.
---「잠」

무언가 확실하게 구체적으로 변한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너무도 변화가 없었다. 그녀의 말투며, 그녀의 옷차림, 화제를 고르는 그녀의 취향, 그에 대한 의견 ? 그런 것들은 옛날과 거의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두 사람의 세계에 이전처럼 녹아들지 않고 있다고 느꼈다. 무언가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마치 진폭을 조금씩 잃어가면서 계속되는 반복 행위처럼 여겨졌다. 그 자체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방향을 잡을 수가 없었다. 아마도 내 쪽이 바뀌었는지도 모르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우리들 시대의 포크로어」

“내가 또 혼잣말을 하거들랑 그 볼펜으로 메모를 좀 해주겠어?”
여자는 그의 눈을 들여다보듯 지그시 보았다.
“정말 알고 싶어?”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메모용지에, 볼펜으로 뭐라고 쓰기 시작했다. 천천히, 그러나 막히거나 쉬거나 하는 일없이 볼펜을 움직였다. 그동안 그는 턱을 괴고, 그녀의 긴 속눈썹을 보고 있었다. 몇 초에 한 번씩, 그녀는 불규칙적으로 눈을 깜박였다. 그런 속눈썹을 ―방금 전까지 눈물에 젖어 있었던 속눈썹을---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니, 그는 또 알 수 없어졌다. 그녀와 잔다는 것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복잡한 시스템의 일부가 찍 잡아당겨져 놀랄 만큼 단순해진 듯한 기묘한 결락감이 그를 엄습하였다.
이대로 나는 더 이상 아무 데도 갈 수 없는 것이 아닌가, 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 들자, 견딜 수 없이 무서웠다. 자신이란 존재가 그대로 녹아 없어질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 그는 막 생겨난 진흙탕처럼 아직 젊고, 시라도 읽듯, 혼잣말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 쓰고 나자, 여자는 테이블 너머로 그 메모용지를 내밀었다. 그는 그것을 받아들었다.
---「비행기 - 혹은 그는 어떻게 시를 읽듯 혼잣말을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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