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얼 힐번 여사'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네에?'
'이제 슬슬 출발할까요?'
'그래요'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내 가슴은 아직도 뛰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액셀을 세게 밟았다. 우리는 52년산 플리머스를 타고 캘리포니아로 출발했다. 낡은 여행가방에는 새 옷이 들어있었고, 지체아 딸은 두 아이들 사이에서 잠들어 있었다. 나는 몸은 돌려 아이들의 자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들 뒤로 빠르게 사라져 가는 가는 우리가 남겨둔 모든 것을 바라보았다. 비 때문에 먼지는 일지 않았다. 나는 관목과 풀 사이로 집이 사라질 때까지 뒤를 바라보았다.
--- p.147,
브렌다 케이는 다운증후군입니다. 의사가 말했다. 그리고는 자기 손을 무릎 위에 내려놓고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아기를 싸고 있는 담요를 거머쥔 손에 땀이 배는 것을 느꼈다. 뭔가가 무겁게 나를 내리누르고 있었다. 시간과 공기와 이 세상 모든 것들이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 그렇다. 나는 모든 것을 바로잡을 수가 있다. 내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나 스스로는 알고 있다. 내 딸 브렌다 케이에게 필요한 것은 나의 사랑이지 버림이 아니다. 그 순간 나는 어느 누구도 내 딸 앞에서 다운증후군이란 말을 입에 올리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결심했다. 나는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랐다. 내 딸도 그 어미처럼 자라게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나는 바로잡을 것이었다.
--- p.48-49
그렇게 해서 석 달 전 어느 날 나는 드디어 남편에게 깜짝 놀랄 일을 보여 주었다. 퇴근 후 집안으로 들어서던 남편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한 손을 등 뒤로 돌린 채 서 있는 브렌다 케이와 마주쳤다. 나는 주방과 거실 사이의 문간에 행주를 들고 서 있었다. 이윽고 내가 입을 열었다.
'어서 해, 브렌다 케이. 아빠께 네가 한 걸 보여드리렴.'
그 아이는 등 뒤에 있던 손을 재빨리 움직여 괘선지 묶음에서 뜯어낸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브렌다의 얼굴 위에는 내가 지금껏 보지 못했던 어떤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그것은 일종의 놀라움과 자긍심의 표출이었다. 눈썹을 한껏 위로 치키고 입을 크게 벌린 채 웃고 있었다. 그리고 같은 표정이 남편의 얼굴 위에도 자리잡고 있었다. 그는 딸에게서 종이를 건네 받고 그 위에 써 있는 한 줄의 삐뚤삐뚤한 '비(B)'를 들여다보더니 몸을 숙여 딸의 뺨에 키스를 해 주었다.
그리고 남편은 그 말을 꺼냈다.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난 후에야 원래의 말보다 더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음을 깨달은 말이었다.
'우린 해냈어!'
그는 이렇게 고함을 지르고 자신의 막내딸을 힘차게 껴안았다. 열여덟 살의 나이에 처음으로 글자 한 줄을 온전히 써낸 딸아이였다. 비록 글자가 모두 대문자 '비(B)'에 불과했지만.
--- pp. 252-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