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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겨울산 너머에는

저 겨울산 너머에는

마이노리티시선-20이동
표성배 저 | 갈무리 | 2004년 05월 1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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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4년 05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27쪽 | 172g | 128*210*20mm
ISBN13 9788986114669
ISBN10 8986114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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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나무 졸가리에 나부시 내려앉은 저 나비
공장 지붕 첨탑에 살포시 날개 걸치는 저녁 햇살
얼마나 고된 하루였으면
저리도 앉기 무섭게 눈 감고 마는가
선 채로 움직이지도 못하게
내 온몸 감싸 휘도는
저 날개의 무게.
---p.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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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에 살고 있는 표성배 시인은 자신을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 나는 공장에서 키가 컸고, 공장과 함께 사랑도 익혀갔고, 화단 모퉁이 한 그루 감나무가 안쓰러워 보인 것도 공장에서였다고.

느낌표와 말줄임표가 은근한 맛을 뿜어내는 작금의 시대에 무뚝뚝하기 그지 없는 마침표는 얼마나 재미없고 멋대가리 없는 부호인가. 그러나 그의 시집『저 겨울산 너머에는』복사꽃을 시작으로 민들레, 토끼풀꽃이 피어나 있다. 또한 그 봄은 바라봄도 마주봄도 아니면서 바람도 일을 하고 꽃과 사람도 일을 한다. 들꽃들이 피어나는 접점에 노동이 공존하고 있어 그것이 시로 담긴 탓이리라.

어디 그뿐이랴. 스포츠머리에서 풍기는 강단진 이목구비만큼이나 서른 살 끝자락에서 피어나는 그의 노래는 콧날이 시큰해오고 목구멍이 뜨거워진다. 우리와 이름도 다르고, 작업복도 다르고, 탈의실도 다르고, 근로조건마저 다른 비정규직의 애환이 곳곳에서 묻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우리는 공동체는 고사하고 공존마저 불가능하게 만든 냉혹한 자본의 현실을 그의 시집『저 겨울산 너머에는』을 통해 그와 같은 모순을 한눈에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아무렴, 동료간의 애정이 없이 어떻게 가문 논바닥을 적시고 강을 적시고, 저 바다와 꽃을 노래할 수 있겠는가.
--- 박영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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