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 얻은 경험을 통해 현 시점에서 한걸음 물러나 이곳의 역사적 근원을 되돌아 보면, 오늘날의 상황을 통찰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수세기 동안 얽히고 설킨 종교적 신념과 혈통 그리고 오해는 최근에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도 단서를 제공한다.
그리고 4천년간 온존된 이처럼 거대하고 파괴적인 불협화음 속에서 대화가 이루어질 때마다 마음 속에 하나의 이름이 메아리 친다. 뒤따라 일어나는 모든 노력의 여명 속에 한 사람이 서있다. 자신의 삶의 이야기 속에 과거의 넓이와 아마 미래의 차원까지도 품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아브라함이다.
구약 성서 속의 이 위대한 족장은 또한 신약 성서의 정신적 선조이며, 코란의 위대하고 성스러운 창조자이기도 하다. 아브라함은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의 공동 조상이다. 아랍-이스라엘 갈등에서 그는 부채의 사북과 같다. 그는 서구와 이슬람 원리주의자 사이에 벌어지는 투쟁의 중심에 서있는 인물이다. 그는 세상에 흩어져 있는 1,200만 유대인과 20억 그리스도인, 그리고 10억 무슬림의 생물학적 아버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브라함은 대체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나는 아브라함을 알고 싶었다. 나는 아브라함의 유산 그리고 그의 특별한 힘을 이해하고 싶었다. 비록 각 종교가 서로를 죽이면서도 아브라함을 자신의 소유라고 주장하느라 정신이 없지만, 나는 아브라함이 수많은 후손을 위한 공동의 기원으로서 어떻게 도움이 되어왔는지 알아내고 싶었다. 나는 아브라함이 전쟁을 일으키는 희망 없는 샘인지, 아니면 화해를 이루게 하는 배인지 밝히고 싶었다.
하지만 도대체 어디에서 그를 찾을 수 있단 말인가? 마치 존재하지도 않았던 사람처럼, 아브라함은 건축물이나 이불 덮개나 아내에게 보낸 러브 레터 같은 물증을 전혀 남기지 않았다. 그를 알고 있는 사람들을 인터뷰한다는 것은 분명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현재 살아있는 사람 중 절반은 그로부터 내려온다고 주장된다. 구약 성서는 물론 신약 성서와 코란도 아브라함의 삶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기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자주 견해를 달리한다. 그가 거쳤던 장소들을 방문한다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유익한 일이겠지만 아브라함의 여정이 세대마다 변화하고 또 종교마다 상이했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다.
나는 비전통적인 방식으로 여행 계획을 짜야만 했다. 이 지역에 대한 나의 앞선 경험이 장소를 통한 여행, 곧 세 대륙과 다섯 나라와 네 군데의 전쟁터를 거치는 여행이었다면, 이번 여행은 장소와 시간을 통한 여행, 다시 말해 세 종교, 4천년, 하나의 끝나지 않는 전쟁을 거치는 여행이 될 것이다. 나는 여행하면서 책을 읽고 학자들을 찾아내고 종교 지도자들과 대화할 것이다. 그리고 아브라함을 알려면 그의 계승자들을 이해해야만 한다는 것을 곧 깨달았기에, 아브라함이 태어난 지방뿐 아니라 내가 태어난 지방도 찾아갈 것이다...
세 종교 모두 일치하는 부분은, 신은 오로지 하나라는 것을 이해한 첫 번째 사람인 까닭에 아브라함이 이처럼 성스러운 공간을 점한다는 것이다. 이 점이 문명에 대한 그의 가장 위대한 공헌이며 아브라함식 신앙이 대대로 이어지는 이유이다. 이것이 아브라함에게 권능을 부여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 순간을 지배하고 싶어하는 까닭에, 이는 한 순간의 섬광에 지나지 않는다. 무슬림에게 마호메트가 더욱 중요하듯이 그리스도인에게는 예수, 유대인에게는 모세가 중요할 것이다. 세 전통은 스스로를 공동의 족장에게 연결시키면서 각자의 길로 나아간다. 마치 아브라함은 모든 사람을 하나의 공통된 화로, 곧 가장 고귀하고 가장 근원적인 장소로 끌어 당기는 바위인 듯 하다. 그곳은 신과 가장 가까운 장소이다. 이 바위를 소유하라, 그러면 당신은 아브라함을 소유하게 된다. 아브라함을 소유하라, 그리하면 당신은 신성함에 이르는 관문을 소유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다시 예루살렘으로 돌아왔다. 어떤 의미로 보면 나는 모든 사람이 그렇듯 홀로 불확실한 목적지로 온 셈이었다. 이곳이 아브라함을 이해하기 위한, 또한 그가 드러내 보인 신을 이해하기 위한 최상의 장소이기 때문에 나는 이곳에 왔다.
그리고 이곳이 나 자신을 이해하기 위한 최고의 장소인 까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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