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번 듣느니 한 번 보는 게 낫다는 말처럼 한 번 보는 그림(이미지)의 힘은 백 마디 말로도 감당할 수 없다. 거리의 포스터, 광고, 인터넷의 각종 아이콘 등은 백 마디 말로 설명해야 할 속내를 크고 작은 그림 한 장으로 충분히 담아낸다. 예술작품 역시 일정한 목적과 의도가 있는 이미지이고, 우리 일상의 많은 영역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그것들의 내적 원리와 외적 맥락을 잘 이해한다면 우리는 삶에 대해 더 큰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1장)
미술작품을 창작하는 이유는 매우 다양하다. 우선 주변환경을 장식하기 위한 목적이 있고, 역사적인 사건이나 인물의 기념비적인 모습을 기록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그런가 하면 내세에 대한 믿음과 개인의 신앙고백을 예술로 형상화하기도 한다.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려는 지배자들의 의도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이 밖에도 미술은 치유하고 파괴하는 이미지로 기능하기도 하고, 오늘날엔 상품을 팔기 위한 광고 이미지를 차용해 작품을 제작하기도 한다.(2장)
그림을 구성하는 요소는 선,색,명암,질감,공간,일루전 등이 있다. 이 책에서는 렘브란트, 도나텔로 같은 거장이 남긴 조각, 회화, 건축작품에서 이러한 요소들이 어떻게 사용되었고 얼마나 효과적으로 기능하는지 찬찬히 뜯어본다. 또한 색의 효과, 원근법, 3차원의 물질을 2차원의 평면에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필요한 기법 등을 빠짐없이 살펴봄으로써, 명화의 비밀을 그 형식적인 구성요소를 통해 밝혀내고 있다.(3장)
예술가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예술가들은 과거에는 수도원이나 길드에서 배웠고, 근대에는 국가에서 설립한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전통을 답습하는 아카데미의 고루한 풍토에 반발한 예술가들은 자신들의 미학에 기초한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했으며, 이들은 당시에는 낯선 아방가르드로 여겨졌지만 오늘날엔 주류 미술사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4장)
경계를 초월하여 되풀이되는 주제가 있다. 예술가들은 서로 다른 환경과 맥락에서 작업하지만 원과 기둥, 도상학적인 특정한 주제, 죽음 등은 거듭해서 작품에 등장하는 경향을 보인다. 예를 들면 원은 신성함, 우주적인 조화, 매장의 상징이었다. 같은 모양, 형태의 작품이라도 그 의미는 문화권마다 판이하게 다르며 이는 도상학의 주제이다. 유한한 삶을 사는 인간의 숙명인 죽음 역시 피카소와 렘브란트를 비롯한 많은 예술가들의 단골 주제이다.(5장)
미술작품이 놓이는 환경은 매우 다양한데, 이 책에서는 서사적 맥락, 건축적 맥락, 환경적 맥락, 자연적 맥락 등으로 나누어 살펴본다. 다빈치의 걸작 ‘모나리자’는 애초에 피렌체에서 그려졌지만 여러 경로를 거쳐 결국 프랑스에 안착했다. 월터 드 마리아는 사막 한가운데에 자신의 작품을 설치해 번개와 천둥 같은 우연적인 자연현상까지도 작품에 끌어들였으며, 장-클로드 부부는 섬을 통째로 (천으로) 둘러친다든가 하는 거대한 설치작품으로 주목받았다. 진사황릉은 발굴 현장 자체가 작품의 역사적, 환경적 맥락인데, 박물관에 놓인 대개의 미술작품은 결국 애초의 맥락을 상실했다고 할 수 있다.(6장)
미술에 접근하는 방법, 즉 이론적 관점은 형식주의, 도상학, 마르크스주의, 여성주의, 기호학, 정신분석이 있다. 여기에서는 반 고흐의 ‘구두’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 ‘구두’를 둘러싼 저명한 철학자, 미술사가의 논쟁은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이를 통해, 구조주의, 형식주의, 도상학, 정신분석학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같은 작품이라도 이론적 관점, 문화적 맥락에 따라 그 해석은 판이하게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7장)
미술을 둘러싼 논쟁들은 마지막 8장에서 살펴본다. 논쟁은 미학적, 정치적, 종교적, 도덕적 성격을 띤다. 슐리만의 보물을 둘러싼 독일, 러시아, 터키의 분쟁, 영국의 엘긴이 파르테논 신전에서 훔쳐간 엘긴 마블의 경우는 예술과 정치와의 관계를 보여준다. 진품이냐 위조냐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쟁도 빼놓을 수 없는데 가끔은 전문가들조차 위조작을 진품이라고 진단하기도 한다. 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경향의 낯선 작품이 대중에 선뵈었을 때 일어난 소동과 종교적이고 도덕적인 선입견에서 불거진 예술품 파괴의 사례들도 살펴본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조각가, 화가들 사이에 일었던 ‘누가 더 우월하냐’를 둘러싼 논쟁은 흥미롭다. 다빈치는 ‘조각’은 단순한 육체노동이라고 경멸했으나, 조각가들은 조각이야말로 신의 창조 작업에 가장 가까운 예술이라고 믿었다. 이들의 논쟁을 증언하는 바사리는 회화와 조각은 자매지간이라는 결론을 내렸다.(8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