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독문학을 공부하였고, 독일 쾰른 대학교에서 독문학, 철학, 영문학을 전공한 뒤 2006년 프란츠 카프카 연구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학위 논문「카프카 문학에 나타난 성서의 ‘인류 타락’ 신화 수용과 형상화 연구」는 같은 해 독일 쾨니히스하우젠 & 노이만 출판사에서 학술 총서의 하나로 출판되었다. 현재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IPUS)에서 HK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고 서울대, 한양대 등에서 독일 문학, 독일 및 유럽 문화, 독일 영화 등을 강의했다. 옮긴 책으로는 카프카의『소송』 알프레트 되블린의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등이 있다.
초봄 건강이 쇠약해진 크눌프는 병원에서 몇 주를 지내다가 옛 친구인 무두장이 에밀 로트푸스의 집에서 휴식처를 제공받는다. 친구는 크눌프에게 건실한 가정을 꾸며야 했다며 충고를 늘어놓지만 친구의 아내는 은밀히 크눌프를 유혹한다. 크눌프는 옆집에 사는 하녀 바바라를 알게 되고 그녀가 고향에서 직업을 찾아 도시로 온 지 얼마 안 되었고 도시 생활에 정을 못 붙이고 고향을 그리워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크눌프는 그녀의 외로움을 달래주고자 그녀와 함께 나들이를 하고 춤을 추며 추억을 남긴다. 늦게 귀가한 크눌프는 친구인 무두장이 부부와 다음 날 소풍을 가기로 약속했지만 내일 아침 친구의 집을 떠나야겠다고 결심한다.
크눌프에 대한 나의 추억 이름을 알 수 없는 어느 방랑자가 1인칭 시점으로 묘사한 크눌프와의 추억 이야기이다. 이야기의 초점은 화자가 크눌프와 함께 독일의 숲과 들판을 방랑하며 함께 지낸 날들과 크눌프의 언행에 대한 묘사이다. 크눌프의 밝고 여유 있어 보이는 삶은 실은 인생의 덧없음과 어두운 면에 대한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의 방랑 생활은 다른 사람에 대한 신뢰를 배신당한 아픔에서 출발했다. 남의 집에 입양된 자기 아들조차 가까이서 볼 수 없는 슬픔을 간직한 그는 사람이란 결국 혼자서 자신의 짐을 지고 가는 존재라고 말한다. 유쾌하고 자유로운 하루를 보내지만 크눌프는 다음 날 말없이 친구를 떠나 버린다. 친구는 크눌프가 자신을 떠난 이유가 자신이 전날 밤 과도하게 자축하며 술을 마신 데 대한 역겨움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종말 병이 악화된 크눌프가 라틴어 학교 시절 친구였던 의사 마홀트와 만난다. 친구는 크눌프를 집으로 데려가 돌보며 상태가 매우 안좋다는 것을 알고 크눌프를 가까운 도시의 병원에 입원시키려 한다. 하지만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예감한 크눌프는 자신의 고향에 있는 병원으로 보내 달라고 한다. 그는 고향에 도착하지만 병원에는 가지 않고 추억을 간직한 장소들과 친구들을 찾아 나선다. 친구들과 옛 추억을 나누던 크눌프에게 석공이 된 한 친구가 왜 재능과 능력을 활용하지 않고 방랑으로 삶을 허비했냐고 책망한다. 크눌프는 숲으로 가서 하느님과 대화를 시작하고 평화롭게 정착하는 훌륭한 삶을 살지 못한 자신의 존재 의미가 무엇인지 하느님에게 묻는다. 하느님은 그에게 특별한 목적을 두었으며 그것은 바로 사람들에게 '자유에 대한 동경'을 일깨워 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대답한다. 크눌프는 하느님이 계시해준 자신의 삶의 의미에 대해 동감하고 평화롭게 눈을 감는다.그
동방순례
결맹에 가입한 주인공 H. H는 순례자들과 함께 떠났던 동방 여행에 대한 체험을 기록하고자 하고 그 순례의 여정을 회상한다. 제1차 세계대전 직후 '자칭 구세주나 예언자난 사도라고 하는 자들이 들끓는' 시대에 '현실의 한계를 뛰어넘고 다가오는 미래의 정신 영역으로 진입'하려는 시도 중의 하나로서 결맹의 순례가 출범한다. '영혼의 왕국'에 도달하려는 참가자들은 각자가 추구하는 바(도의 추구, 쿤달리니라는 뱀의 포획, 마호메트의 딸 파트메 공주의 사랑을 얻는 것 등)를 마음속에 간직하고서 호기롭게 정신적인 여행에 나선다. 순례단은 시공을 초월한 온갖 지역을 통과하고 동화 속 요정, 서사시 속 인물 파르치팔, 돈키호테의 산초 판자, 화가 파울 클레 등 허구 속 인물과 실제 인물들을 만나며 명상과 축제의 시간을 가진다. 결맹의 축제에는 피타고라스, 조로아스터, 노자, 알베르투스 마그누스, 브렌타노, 호프만, 노발리스 등 수많은 인물들이 결맹의 회원으로서 등장한다. 순례단에서 눈에 띄지는 않지만 특별히 중요한 역할을 하던 레오는 유쾌하고 겸손한 태도로 사람들과 동물의 마음을 얻는 인물이었다. 어느 날 하인 레오가 실종되면서 순례단은 자중지란에 빠지게 되고 결국 순례는 중단되고 만다. 화자는 자신이 경험했던 '동방 순례'에 대해 기록을 남기기로 결심하고 친구 루카스를 찾아간다. 친구의 주소록에서 레오의 주소를 찾아낸 화자는 레오를 찾아간다. 하지만 레오는 결맹의 순례에 대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며 결맹의 옛 형제를 알아보지도 못하는 것 같다. 그리고 별로 궁핍하지도 않은데 바이올린을 팔아먹었다고 화자를 비난한다. 레오를 통해 결맹과 재회하게 된 화자는 결맹의 수장이 다름아닌 레오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결맹의 비밀 법정에서 레오는 화자의 실책들이 어떠한 것들이었는지 지적하고 이 모든 과정이 화자에 대한 시험이었음을 암시한다. 그리고 성숙의 과정에서 인간이 범할 수 있는 실수로 인정받고 결국 무죄 판결을 받는다. 결맹의 장서고에 들어간 화자는 자신과 레오의 형상을 닮은 특이한 조각상을 만나게 되고 자신의 형상이 천천히 녹아 레오의 형상으로 흘러들어 하나로 합일해 가는 모습을 지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