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메시는 두 팔을 활짝 벌려서 신들이 사는 하늘의 문을 와락 붙잡기라도 할 듯이 머리 위로 높이 추켜올렸다.
“그럼 영광스럽게 죽겠지, 안 그래? 그리고 우리 이름은 대낮의 하늘에 영광스러운 구름들로 새겨질 테고 말이야! … 명성이야말로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지. 안 그래, 엔키두? 세상에 이름을 남기지 않는다면 왜 살아야 하지? 명예를 좇아서 사는 거야! 길이 남을 공을 세우기 위해 사는 거라고!”
--- p.33
죽음은 파리들이 원을 그리며 꿀 위를 윙윙 날아다니듯이, 그리고 버터가 연한 황금빛이었다가 반투명한 액체로 변하듯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필멸의 인간은 자연의 법칙에 매일 수밖에 없었다.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인간은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셈이었다. 길가메시는 친구를 앗아갔다고 신들에게 욕을 퍼부을 수가 없었다. 견딜 수 없는 고통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뎌 내야만 했다. 그것은 역설이었다. 견딜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뎌 내야면 했다.
--- p.72
“포기해요, 벗이여! 먹고, 마시고, 즐겨요 … 도대체 누가 천국을 찾죠? 당신은 오랫동안 죽은 듯이 지냈죠. 낮을 흘려보내지 말고 달려가요. 당신이 해야 할 일은 결혼이에요. 아이들을 생산해요. 그것이 행복의 구체적이 모습이에요. 작은 손이 당신 손을 잡게 해요. 누군가를 당신 어깨에 태워서 크게 웃게 만들어요. 친구들도 좋죠. 하지만 좋은 아내를 얻는 것은 더 좋아요 … 바퀴 벌레를 잡아 주는 당신을 용을 죽인 영웅처럼 생각해 줄 사람을 찾아요. 결혼을 해서 아이들을 낳으라고요! 그것이 인간이 신들을 좌절시키는 방법이에요. 불행하게 백만 년을 사는 것이 뭐가 그리 좋아요?”
--- p.90
“나는 날마다 아내에게 빵을 굽게 했다. 보아라. 저기 그 빵들이 있다. 빵들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볼 수 있겠지. 첫 번째 빵은 곰팡이가 피어 초록색이고, 일곱 번째 빵은아직도 따스하다. 그사이에 있는 각 단계의빵들은 빵이라고 할 수 없게 될 때까지 거쳐 가는 과정이다. 인간의 생명과 유사하지. 보았느냐? 처음에는 달콤한 냄새를 풍기며 말랑말랑하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 단단해지지. 일생을 살며 받는 타격들을 방어하기 위해서 점점 더 겉껍질이 단단해지는 것이다. 조금씩 조금씩 점점 더 바삭바삭 부서지면서 말이야. 그러다 결국 썩고 만다. 빵 한 덩이와 너의 처지가 다른 것이 무엇이냐?”
--- p.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