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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3

아일랜드 3

: 윤인완 환타지 소설

윤인완 | 박하 | 2014년 08월 0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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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8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472쪽 | 589g | 145*200*32mm
ISBN13 9788965702214
ISBN10 896570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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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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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제발!”
집사가 그녀의 등에 대고 갈라지는 음성으로 외쳤다. 매사에 이성적이었던 집사답지 않게 감정이 덕지덕지 묻어나는 물기 어린 목소리였다. 미호는 흠칫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제발 들어가보세요! 그렇지 않으면 요한이 슬퍼할 겁니다.”
미호가 뒤로 돌아섰다. 집사는 서둘러 미호에게 등을 돌렸다. 언제나 꼿꼿했던 그의 허리가 구부정하게 수그러져 있었다. 미호는 집사가 왜 저러고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할아버지, 이건 현실이 아니란 말이에요. 모두 가짜란 말이야. 저건 요한이 아니라고. 그것도 아니면 꿈이야.’
미호는 그렇게 소리치고 싶었다. 하지만 입 밖으로 내뱉어진 것은 허무에 찬 웃음이었다.
“하, 하, 하하하.”
미호가 가던 길을 되돌아와 시체안치실로 향했다.
“그래요. 가요. 어차피 이건 가짜니까.”
---「가을」중에서

“오늘밤, 그 남자가 올 겁니다.”
‘그 남자’라고 말하는 목소리에 약간 힘이 들어가 있었다.
미호의 눈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커졌다.
“그 남자라면, 설마.”
“네. 오늘밤, 반이 집으로 찾아올 겁니다.”
미호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집사를 바라보았다. 집사는 그녀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이미 다 식은 녹차를 다시 한 번 들이켰다. 미호는 지금 앞에 앉아 있는 노인이 십수 년 동안 알고 지냈던 이가 맞는지 의심이 들었다.
“할아버지는 도대체 누구죠?”
미호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애써 눈길을 피하던 집사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았다. 커피잔을 쥔 미호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억새밭」중에서

남자가 입구 가까이에 조심스럽게 미호를 내려놓았다. 어디선가 햇살이 비쳐 들어오고 있었다. 미호는 볕이 들어오는 바닥에 눕는 순간 햇살의 온기를 느꼈다. 마치 부드러운 솜이불에 둘러싸인 기분이었다. 그래서인지 자꾸만 눈꺼풀이 무거웠다. 몸이 노곤노곤하게 익어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쉬이 잠들고 싶진 않았다. 그녀는 어떻게 해서든 햇빛 아래서 요한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그러나 어둠에 익숙해져버린 탓에 그녀의 시야는 빛 덩어리로 어지럽기만 했다. 눈앞이 백지처럼 새하얗다.
남자가 미호를 눕히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호는 다급히 남자의 소맷자락을 잡았다. 그리고 얼굴을 만지기 위해 남은 한 손을 들었다. 손끝이 부들부들 떨려 제대로 요한에게 가 닿지 않았다. 요한은 햇살을 등지고 앉아 미호가 자신을 만질 때까지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요한.”
미호가 마침내 남자의 볼을 부드럽게 쓸었다.
---「에필로그 1 ‘서울’」중에서

“회, 회장님!”
박 비서가 미호를 만류하듯 불렀지만 미호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녀는 매서운 눈을 한 채, 자신들을 둘러싼 요괴들을 하나씩 살펴보았다. 처음엔 한두 마리였던 요괴들이 어느새 열댓 마리씩 떼를 지어 미호와 박 비서 주위를 둥글게 에워싸고 있었다. 미호는 입술을 깨물었다. 수인으로 인해 요괴들은 더 이상 다가오지 않았지만, 숨 막힐 듯한 침묵이, 점점 늘어나는 요괴들의 숫자가 주변에 더 이상 생존자가 없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 같아 불안하기 그지없었다. 미호는 차라리 어디선가 비명소리라도 들려오길 간절히 기도하며 박 비서에게 물었다.
“박 비서님. 저희 주변에 살아 있는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미호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그녀는 억지로 울음을 집어삼키는 아이 같은 표정을 지으며 깊이 한숨을 쉬었다. 이럴 때, 핸드폰이라도 있었으면 경찰이니 군부대니, 아니면 대한그룹의 사설 경호원들이라도 불렀을 텐데… 하지만 그녀의 폰은 아수라장 속 어딘가에 떨어트린 지 오래였고, 박 비서의 폰은 귀신을 향해 집어던진 가방 속에 곤히 잠들어 있었다.


---「에필로그 2 ‘백의 도래’」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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