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소드
음모... 만일에 음모라는 것이 있다면 이것은 비밀에 붙여져야 한다. 우리가 그 전모를 알게 될 경우, 비밀이라는 것은 우리를 낭패감에서 해방시켜 주고, 필경은 우리를 구원해 준다. 비밀이 구원하지 못한다면, 비밀을 안다는 것 자체가 벌써 구원이다. 자, 이렇게 굉장한 비밀이 정말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일까? 있다. 절대로 밝혀질 수 없는 비밀이라면 그런 비밀 노릇을 할 수 있다. 비밀이라는 것은, 전모를 알게 되면, 실망밖에는 안겨주는 것이 없다.
--- p.1149
먼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만을 꼽아 보기로 했다. 디오탈레비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구드룬이 그렇게 말했기 때문이다.구드룬은 우리 이야기에 끼여들지도 않았거니와, 끼어 들었다고 했어도 알아듣지 못했을 터이니, 우리에게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구드룬밖에 엇다고 할 수 있다. 가라몬드 사장이 밀라노에 있지 않다는 구드룬의 진술. 다른 곳에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그가 밀라노에 있지 않다는 것과, 지난 며칠 동안 밀라노에 나타난 적이 없다는 것은, 그가 파리에 있었다는 것, 내가 파리에서 그를 본 것이 사실임을 암시한다.
--- pp.1143-1144
라비 아키바의 문하에 있을 당시, 라비 메이르는 항용 잉크에다 황산을 섞어서 썼네만 스승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하지만 라비 메이르로부터, 자기가 한 일이 옳은지 그른지 질문을 받고서야 스승은 이렇게 대답하지...<옳다. 글을 쓸 때는 독을 다루듯이 조심을 다하여야 하니, 이것이 곧 하느님의 정하신 이치인 까닭이다. 한 자를 빼먹어도 안 되고, 한 자를 더 써넣어도 안 된다...... 그러면 온 세상이 무너진다>. 그런데 우리는 [토라]를 다시 쓰려고 했어. 쓰면서도 더 써넣는지 빼먹는지 도무지 신경 쓸 줄을 몰랐어.
--- p.1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