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악취미들』은 삶의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비수 같다. 말이 의표를 찌르고 악취미들 뒤편의 여운이 마음의 바닥까지 울린다. 생의 존재의의가 무엇인가 생각하게 하는 『악취미들』의 편편들은, 내 안의 결핍을 알 수 없어 외로웠다고 말할 때 요로에 박힌 결석처럼 아프다. 그 말은 누구도 고통을 대신할 수 없어서 고통은 위대하다는 어느 시인의 말에 겹쳐진다.『악취미들』은 창자를 끊어내듯 처절하고 음울한 소리로 우는 무연새의 고통기록이며, 어둠을 말하는 자들의 진실기록이다. 자신의 허물을 보고서 내심(內心)으로 자책하는 그 기록은 영구불변하는 금강석 같다. 진정한 작품은 최소조건을 ‘고통’으로 삼는다는 아도르노의 말이 바로 『악취미들』의 몫처럼 느껴진다. 읽는 내내 그늘져 어두운 곳과 구부러져 잘못된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악취미들에도 뒷모습의 슬픔이 가지는 아름다움이 있구나 싶었다. 오한을 느낄 정도의 『악취미들』! 내가 치열할수록 삶은 더 잔혹한 것일까 책장을 덮으며 깊은 숨을 쉬어본다. 천양희(소설가)
도무지 소설과 소설가가 겹쳐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더욱 매력적일 수도 있다. 내겐 김도언이 그랬다. 김도언의 이번 소설집 『악취미들』은 불안하고 위태위태하다. 다분히 정적이고 가끔 수줍은 소년의 얼굴이 떠오르기도 하는 그와는 영 딴판이다. 극한을 향해 전력 질주하는 이들을 쫓아가다보면 막다른 골목에서 길이 끊길 것 같은 불안으로 조마조마해진다. 그런데도 이 질주를 멈출 수 없다. 문장은 가속도가 붙는다. 내 속의 내게도 낯선 내가 누런 이를 드러내고 씨익 나를 향해 웃었다. 뜨끔, 한순간 나는 왜 김도언이 『악취미들』을 썼는지 깨닫게 되었다. 이 불온하고 불완전한 인간들을 속에 키우는 동안 그는 앙상하게 말라갔을 것이다. 내 안의 모래시계가 한 곳으로 와르르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성란(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