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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난두 페소아 페소아와 페소아들

페르난두 페소아 페소아와 페소아들

[ 양장 ] 제안들-06이동
리뷰 총점8.0 리뷰 3건 | 판매지수 516
베스트
스페인/중남미소설 61위 | 스페인/중남미소설 top20 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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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7월 31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408쪽 | 493g | 110*175*26mm
ISBN13 9788994207421
ISBN10 8994207422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작가에 대하여
이 책에 대하여

이명(異名)

알렉산더 서치
악마와의 계약
어지간히 독창적인 만찬

알베르투 카에이루
알베르투 카에이루와의 인터뷰

알바루 드 캄푸스
최후통첩
내 스승 카에이루를 기억하는 노트들

리카르두 레이스
알베르투 카에이루 시집의 서문

안토니우 모라
신들의 귀환

토머스 크로스
포르투갈의 감각주의자들

바롱 드 테이브
금욕주의자의 교육

헨리 모어 외
영적 교신

마리아 주제
꼽추 소녀가 금속공에게 보내는 편지

본명(本名)

페르난두 페소아
이력서
선원
무정부주의자 은행가
세바스티앙주의 그리고 제5제국
편지들
영화를 위한 각본

옮긴이의 글
페르난두 페소아 연보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카에이루 씨는 유물론자인가요?”
“아니요. 나는 유물론자도 아니고, 이신론자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닙니다. 나는 어느 날 창문을 열다가, 이 엄청나게 중요한 걸 발견한 사람입니다: 자연이 존재한다는 것을요. 나무들과, 강들과, 바위들이 정말로 존재한다는 것들이란 걸 확인한 거죠. 아무도, 한 번도 이걸 생각하지 않았어요.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시인이 되는 것 이상은 되고 싶지 않습니다. 해야 할 가장 중요한 발견은 했고, 다른 모든 발견들은 그에 비하면 시시한 아이들 오락거리죠. 나는 우주의 이치를 깨달은 겁니다. 그리스인들조차, 그만큼 시각적 명민함을 갖추고도, 그 정도까지는 깨닫지 못했죠.”
? 알렉산더 서치, 「알베르투 카에이루와의 인터뷰」, 본문 59쪽

이교주의는 땅에서 직접 탄생한 종교로, 자연?즉 각 사물의 진짜 실재 속성?에서 직접 유래한 것이다. 자신의 자연적 천성 때문에, 그것은 출현할 수도 있고 사라질 수도 있지만, 그 성질은 변하지 않는다. “신이교주의”라는 말은 “신바위” 또는 “신꽃”이라는 말들만큼이나 무의미한 명칭이다. 이교주의는 인간이라는 종이 건강할 때 출현하고, 병이 들 때 사라진다. 꽃이 시드는 것처럼 시들 수도 있고, 식물이 죽는 것처럼 죽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다른 것의 형태를 취하지도 않고, 자기 본질과 다른 형태를 취하지도 못한다.
? 안토니우 모라, 「신들의 귀환」, 본문 134쪽

감각주의자들은, 무엇보다도 먼저, 데카당들이다. 그들은 데카당주의와 상징주의 운동의 직속 후계자들이다. 그들은 “인류, 종교, 조국에의 절대적 무관심”을 주장하고 선언한다. 때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반감을 확증하기에 이른다.
? 토머스 크로스, 「포르투갈의 감각주의자들」, 본문 142쪽

우리는 단지 그게 우리 것이라는 이유로 우리의 느낌들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 이 내면적 허영을 너무도 자주 자존심이라고 부르곤 하는데, 그건 마치 우리가 우리의 진리를 모든 종(種)의 진리라고 부르는 것과 같다.
? 바롱 드 테이브, 「금욕주의자의 교육」, 본문 168쪽

세계에 존재하는 진짜 악, 유일한 악은 자연적인 현실 위에 덮어씌워진 사회의 관습과 허구들이지 ? 전부 다, 가족에서부터 돈, 종교에서 국가까지. 사람은 남자나 여자로 태어나는 거야 ? 내 말은, 자연스러운 의미에서, 남자나 여자로, 어른으로 자라나기 위해 태어나는 거지, 남편이 되거나, 부자나 가난뱅이가 되거나, 마찬가지로 천주교나 기독교 신자나, 포르투갈인이나 영국인이 되려고 태어난 게 아니란 말이네. 우리를 정의하는 이 모든 것들은 사회적 허구의 산물일 뿐이야. 그럼 이런 사회적 허구들이 왜 해롭냐? 왜냐하면 그것들이 허구이기 때문에, 당연한 게 아니기 때문이지.
? 페르난두 페소아, 「무정부주의자 은행가」, 본문 262쪽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이름들, 그 어마어마한 복수성(複數性)

페르난두 페소아는 일생 동안 70개를 웃도는 이명(異名, Heteronym)으로 글을 쓴 포르투갈의 시인이었다. 포르투갈어는 물론 영어와 프랑스어에 능해 번역가로 활동했던 그의 생전에 책의 형태로 출간된 것은 (모국어로는) 시집 한 권뿐이었다. 그러나 페소아가 남긴, 3만 장에 달하는 미발표 텍스트들은 시뿐만 아니라 산문 또한 그 한 축을 이룬다(페소아 사후 출간된 대표작 ‘불안의 책’ 또한 산문이었다). 이 책은 제목이 상징하듯 시인 페소아가 여러 이름으로 남긴 무수한 산문들 가운데 대표적인 이명 9명 이상의 글 11편, 그리고 본명 페소아로서 남긴 글 6편을 엮어 구성한 것이다. 이는 넓은 의미에서의 산문으로, 단편과 희곡, 서간 등을 포함한다. 책을 엮고 옮긴 이는 김한민으로, 직접 쓰고 그린 책 『책섬』에서 페르난두 페소아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는 그는 현재 포르투갈 포르투 대학에서 페소아의 작품을 연구하며 한국어로 옮기고 있다. 이번 산문선에 이어 워크룸 문학 총서 ‘제안들’에서 역시 김한민이 엮고 옮긴 페소아 시선이 출간될 예정이다.

그런데 과연 ‘이명’이란 무엇인가? 페소아는 왜 이러한 이명으로 글을 써야만 했는가? 먼저 (가명과는 다른) 이명에 대해서는, 다음의 인용이 간략한 단서를 제공한다.

가명을 사용한 작가는 이전부터 존재했다. 그러나 페소아처럼 이 실험을 극단까지 밀어붙인 사람은 전무후무했다. 그 규모와 깊이와 강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 그의 실험 과정에서 그는 ‘이명’이라는 발명품을 고안해내 폭발적인 창작력을 발휘한다.
-「옮긴이의 글」 중에서

페르난두 페소아가 쓰는 작품들은 본명과 이명이라는 두 가지 항목으로 분류될 수 있다. 이를 익명과 가명이라고 칭할 수 없는 이유는, 정말로 그게 아니기 때문이다. 가명으로 쓰인 작품은, 서명하는 이름만 빼고는 모두 저자 자신에 의한 것이다. 이명의 경우는 자신의 개성 바깥에 존재하는 저자가 쓴 것이며, 완벽히 저자에 의해 만들어진 개인이다.
-페르난두 페소아, 1928년 12월, 「저서 목록」 중에서

연구자들에 따르면, 페르난두 페소아는 적게는 71개부터 많게는 136개로 추정되는 이명들을 창조해 글을 썼다. 이렇게 페소아가 창조한 또 다른 ‘페소아들’은 각기 다른 이름은 물론 별도의 생년월일과 가족사, 학력, 직업, 문체를 가지고 있었으며, 어떤 이는 시를, 어떤 이는 산문을, 또 어떤 이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글을 썼다. 이렇게 페소아가 이명 뒤에서 쓴 산문들은 소설, 희곡, 철학 에세이, 단상, 논문, 정치/사회 평론, 추리소설, 일기, 편지 등에 이른다.

페소아가 보기에, 이러한 이명들은 감각을 확장하는 속성을 지닌다. ‘느낀다는 것’은 그에게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였다. 이명 중 하나인 알바루 드 캄푸스가 말했듯, 페소아에게는 “모든 것을 모든 방식으로 느끼는 것”이 중요했다. “가능한 한 많이, 가능한 한 모든 것을 느끼는 것”. 단순한 신체 작용을 넘어선, 능동적인 지적 작업을 동반하는 이러한 ‘감각의 확장’은 여러 이명들을 통해 비로소 실체화된다. 그는 ‘감각주의’를 창시하고 체계화할 정도로 느낌 내지 감각에 대해 사유하고 썼다. 페소아의 이명들과 그들이 남긴 글들은 이러한 다각적, 분석적 사유의 결과물이자, 옮긴이의 분석에 따르면, 나아가 “점점 정교하게 진화하는 메커니즘, 일종의 가상 신체”에 이른다.

이 책, 산문선 『페소아와 페소아들』은 페소아와 그 이명들이 남긴 다양한 성향의 산문들을 이름별로 고루 선별해 구성됐다. 옮긴이가 기존의 책을 그대로 번역하지 않고 여러 산문집들을 비교 검토해 구성한 까닭은 다음과 같다. 첫째, 페소아 사후 출판된 산문집의 종류가 많았지만 작가가 남긴 글의 양이 워낙 많아 그중 대표적인 한 권을 택할 수 없었다. 게다가 아직도 유고가 모두 출간되지 않은 상태다. 둘째, 국내 출판계에서 이제 페소아가 소개되는 단계이기에 페소아의 다채로운 면모를 두루 보여줄 수 있는 접근이 필요했다. 그리하여 글들은 아래의 선정 기준하에 추려졌다.

1. 이명과 본명으로 구분한다. 주요 이명들의 경우 각 1편(필요한 경우 2편), 본명의 경우 여러 편의 글을 싣는다.

2. 대표성과 다양성의 균형을 잡는다. 즉, 각 이명의 작품 중 가장 대표적이라 할 산문을 택하는 동시에 전체적으로 페소아의 특징인 ‘다면성’이 최대한 잘 드러나도록 구성한다. 대표성을 위해서는 전문가들의 조언과 연구 자료 및 기존 산문집들을 참고하고, 다양성의 경우 옮긴이가 판단한다.

미완성의 미학

이 책에 수록된 페소아가 창조한 이명들은 다음과 같다. 알렉산더 서치, 알베르투 카에이루, 알바루 드 캄푸스, 리카르두 레이스, 안토니우 모라, 토머스 크로스, 바롱 드 테이브, 헨리 모어, 마리아 주제 등.
알렉산더 서치는 페소아와 같은 해(1888년)에, 같은 도시(리스본)에서 태어난 이로 페소아가 ‘이명’이라는 말을 발명하기 이전에 탄생해 ‘전(前)이명’으로 분류되는 작가다. 그는 이명들 중 유일하게 영어, 프랑스어, 포르투갈어 모두로 글을 썼다. 이 산문선에는 그의 글 중 ‘지옥의 거주자’와 아무 곳도 아닌 그곳의 군주 ‘야곱 사탄’과의 계약 내용을 밝힌 인상적인 단문 「악마와의 계약」에 이어 충격적으로 전개되는 단편 「어지간히 독창적인 만찬」이 실렸다.
알베르투 카에이루의 경우 시인이었기에 별도로 남긴 산문이 없어 대신 유일한 산문으로 고려될 수 있는, 알렉산더 서치가 포르투갈어로 기록한 가상 인터뷰 「알베르투 카에이루와의 인터뷰」를 수록했다. 알렉산더 서치가 “우리 시대 시인들 중 가장 최신인, 그리고 의심할 여지없이 가장 독창적인 시인”이라 일컫는 알베르투 카에이루는 핵심 이명 3인방 중 한 명이다. 페소아에 따르면 “내 안에서 탄생한 내 스승”인 카에이루는 모든 이명들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 중심인물이었다. 이 카에이루의 경우 국내에 시집 『양 치는 목동』이 출간된 적이 있다(전예원, 1994년).
강력한 선언문인 「최후통첩」과 카에이루에 대한 기억을 담은 글 「내 스승 카에이루를 기억하는 노트들」을 쓴 알바루 드 캄푸스는 흥미롭게도 스승 카에이루와 극적으로 대조되는 도발적인 기계 예찬론자이자 미래주의자로, 선박 기술자였다. 글을 쓴 이만이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 「최후통첩」에 드러나듯 과격한 성향의 소유자였던 그는 페소아가 죽을 때까지 시와 산문을 썼다. 한편 역시 카에이루에 대한 글 「알베르투 카에이루 시집의 서문」을 쓴 리카르두 레이스는 동료 시인 알바루 드 캄푸스에 대해서는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으나, 스승 카에이루에 대해서만은 더불어 절대적 신뢰를 보냈다.
안토니우 모라는 페소아의 중요한 사상 중 하나인 ‘이교주의’에 대한 글 「신들의 귀환」을 썼다. 페소아는 당시 사회의 퇴폐주의를 비판하기 위해 고대 그리스적 가치의 부활을 주장할 이론가가 필요했는데, 이러한 이유로 탄생한 듯한 모라의 이교주의는 니체의 영향을 받았으며 기존 종교에 대해 비판적이다. 한편 번역가이자 에세이스트 토머스 크로스는 페소아가 주창했던 ‘감각주의’에 관한 글 「포르투갈의 감각주의자들」을 썼다. 이 글에서는 당시 포르투갈 문학 운동의 흐름을 엿볼 수 있는데, 특히 페소아가 창간하고 주요 필자로 활동했던 잡지 『오르페우』가 언급된다.
페소아 사후 영어권에서 별도의 단행본으로 출간된 바 있는 바롱 드 테이브의 「금욕주의자의 교육」은 “부재의 포만, 무의 절정”에 도달한 테이브 남작이 유일하게 쓴 글이다. ‘고차원의 예술을 창조하는 것의 불가능성’을 논하는 이 글은 바롱 드 테이브와 (‘불안의 책’의 저자) 베르나르두 수아르스의 유사성으로 인해 『불안의 책』의 전례로 여겨지기도 한다.
헨리 모어, 헨리 러벌, 워도어, 부두교인 등 여럿이 쓴 메모 「영적 교신」은 점성술에 관한 수수께끼다. 한때 함께 살았던 아니타 이모의 영향으로 점성술과 오컬트에 관심을 가지게 된 페소아는 해독 불가한 예언들을 자동 기술 방식으로, 단상과 기호로 남겼다.
이명의 마지막 글인 「꼽추 소녀가 금속공에게 보내는 편지」를 쓴 마리아 주제는 여성 이명이다. 이 편지에서 페소아는 열아홉 살 장애인 소녀의 심정을 상당히 절절히 표현하고 있다.
한편 페소아가 페소아로서 쓴 글들은 다음과 같다. 자신이 사망하던 해에 직접 작성한 「이력서」를 필두로 등장인물들이 움직임 없이 대사만을 주고받는 ‘단막 정지극’ 「선원」, 페소아의 주요한 사상 중 하나인 ‘무정부주의’에 대한 단편소설로 그가 가장 애착을 보인 작품이었던 「무정부주의자 은행가」, 포르투갈을 향한 애국자적 면모가 드러나는 「세바스티앙주의 그리고 제5제국」, 마리우 드 사-카르네이루, 아돌푸 카사이스 몬테이루 등 친구들과 유일한 애인이었던 오펠리아 케이로즈에게 보낸 「편지들」, 그리고 영화에 대한 관심이 드러나는 「영화를 위한 각본」.

이명이든 본명이든, 페르난두 페소아가 남긴 글들을 읽다 보면 한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글들의 대부분이 미완성 상태라는 점이다. 이 사실은 페소아 또한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불안의 책’에 대한 언급이긴 하지만) 한 편지에서 “그저 단상들! 단상들! 단상들뿐”이라며 개탄했던 페소아의 이러한 속성은 ‘미완성 콤플렉스’로 분류될 만하다.
무역 통신문 번역가라는 직업을 가졌으며 생애 펴낸 책이 거의 없어 흔히 은둔의 작가로 여겨지는 페소아이지만, 그의 삶 면면을 살펴보면 의외의 모습들이 두드러진다. 스스로 출판사를 차린 적도 여러 번이었고, “모든 현대문학 운동들의 요약이자 종합”인 포르투갈 문학 계간지 『오르페우』를 창간한 후 “굉장히 현대적”인 글을 기고했으며, 영어권에서 인정받기 위함인 듯 영어로 많은 글을 남겼다. 그러니 “원대한 포부를 안고 대문자로 된 ‘그 책(Livro)’을 쓰려고 시도할 때마다, 소문자로 된 책(livro) 은커녕, 단상이나 쓰는 데 그치는 좌절감”은 페소아를 상당히 괴롭혔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그의 ‘미완성’ 작품들은 여느 작가의 미완성작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지점이 있다.

책의 기본 골격을 갖추고 있어 시간이 더 있었더라면 완성이 가능해 보이는 사례들과 시간이 더 주어지더라도 완성될 법하지 않은 그의 ‘불안한’ 책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바로 ‘완성되지 않은 것’과 ‘완성될 수 없는 것’의 차이다. 하나의 완결된 정체성이 아니라 여러 개로 쪼개져 파편화된 ‘정체성들’을 추구한 페소아의 특수성 때문에 이 차이가 발생했을까? 이 ‘완성불가능성’에 오히려 독보적인 가치가 있는 것일까?
-「옮긴이의 글」 중에서

“완성될 법하지 않은” 글을 쓴 작가 페르난두 페소아는 산문에 대해, 『불안의 책』의 저자였던 그의 이명 베르나르두 수아르스의 목소리를 빌려 이렇게 말한다. “산문에서 우리는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음악적 리듬을 포함시키면서도 여전히 사고를 할 수 있다. 시적 리듬을 포함시키면서도, 그 바깥에 있을 수 있다. 이따금 시적 리듬이 생겨도 산문은 방해받지 않지만, 이따금 산문적 리듬이 생기면 시는 망가진다. 산문은 모든 예술을 포괄한다 ? 왜냐하면 한편으로 단어는 그 안에 온 세계를 담고 있기 때문이고, 다른 한편 자유로운 단어는 그 안에 말하기와 생각하기의 모든 가능성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페소아와 페소아들의 자유로운 말들이 여기 있다.

회원리뷰 (3건) 리뷰 총점8.0

혜택 및 유의사항?
다른 이름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여*미 | 2015.10.29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은, 항상 처음으로 봐야 해. 왜냐하면 실제로 우리가 처음 보는 게 맞으니까. 그러면 모든 노란 꽃은 새로운 노란 꽃이야, 어제의 그것과 같은 것이든 같게 부르는 것이든. 그 노란색 자체도 같을 수가 없어. ​ 사람들이 이걸 정확하게 알 눈이 없다는 게 안타까워, 그랬다면 우리 모두들 행복했을 텐데." ​ ​ ​ ​ 가명으;
리뷰제목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은, 항상 처음으로 봐야 해.

왜냐하면 실제로 우리가 처음 보는 게 맞으니까.

그러면 모든 노란 꽃은 새로운 노란 꽃이야,

어제의 그것과 같은 것이든 같게 부르는 것이든.

그 노란색 자체도 같을 수가 없어.

사람들이 이걸 정확하게 알 눈이 없다는 게 안타까워,

그랬다면 우리 모두들 행복했을 텐데."

가명으로 글을 쓰는 소설가는 많이 있다.

에밀 아자르는 로맹 가리로 소설을 써서 콩쿠르 상을 두 번 수상했고

스티븐 킹도 리처드 버크먼으로 소설을 썼다.

이런 경우 '가명'은 자신을 숨기기 위해

가면을 쓰고 노래하는 것과 비슷하다.

가면 뒤에는 본래 자신이 존재하지만

보이는 겉모습만 다른 것이다.

이와는 다르게 페르난두 페소아는 '이명'을 사용한다.

그는 수십개의 이름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갯수는 71개에서 136개에 이른다.

그는 자신을 감추기 위해서라면 단 한개의 가명으로 충분했을 텐데

왜 이렇게나 많은 이명을 사용했을까?

가명으로 쓰인 작품은, 서명하는 이름만 뺴고는

모두 저자 자신에 의한 것이다.

이명의 경우는 자신의 개성 바깥에 존재하는 저자가 쓴 것이며,

완벽히 저자에 의해 만들어진 개인이다.

-1928년 <저서 목록> 중에서-

페소아는 자신이 이명과 가명의 차이를 이렇게 밝힌다.

즉, 이명은 자신이 아닌, 철저히 타인인 것이다.

소설 속 주인공이 저자 자신이 아닌 것처럼.

철저히 자신과 다른 인물이 되어 소설을 집필하는 것이다.

이 소설은 수많은 페소아들에 관한 이야기다.

페소아가 사용한 다양한 이명의 작가가 쓴 글을 모은 것으로,

이 중 유명한 세 명의 이명이 나온다.

페소아에 따르면 그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알베르투 카에이루는 핵심 인물로 페소아 자신의 스승이다.

그는 놀랍게도 자신의 스승을 스스로 창조해 냈다.

다른 이명들의 스승이기도 한 그는 페소아의 말에 따르면

'순수하고 예측 불가한 영감을 통해서 시와 글을 쓰는' 인물이다.

두 번째, 리카르두 리에스는 카에이루의 제자로

고전적인 성향의 시를 쓴다.

그는 페소아에 따르면

'추상적인 사색 끝에 갑작스럽게 송시의 형태로 쓰는' 인물이다.

 ​

마지막으로 알바루 드 캄푸스는, 역시 카에이루의 제자로

가장 과격하고 열정적인 인물이다.

그는 '별안간 쓰고 싶은 충동이 느껴지면 쓰는' 스타일이다.

이 세 명은 페소아가 1914년 3월 8일,

그가 '승리의 날'이라고 표현하는 그 날 같이 탄생한다.

페소아는 그 날에 대한 기록을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종이를 몇 장 꺼내고는 서 있는 채로 글을 쓰기 시작했어.

그리고 연속으로 30여 편의 시를 써내려갔어.

뭐라 표현할 길이 없는 어떤 황홀경에서.

그게 내 인생에서 승리의 날이었어.

라고 표현한다.

페소아는 수많은 이름을 가졌고 수많은 저작을 남겼다.

그가 죽은 뒤 그의 방에 남아있던 트렁크 속에서 발견된 텍스트가

무려 2만 7543장이었다.

이것은 미발표작 숫자이며,

그가 발표한 글과 편지글까지 합치면 어마어마한 숫자가 된다고 한다.

그는 47살에 죽었으므로, 왕성한 창작력으로 글을 썼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수많은 이명 중

알렉산더 서치, 카에이루, 캄푸스, 리카루두 레이스,

안토니우 모라, 토머스 크로스, 바롱 드 테이브, 헨리 모어, 마리아 주제(이 사람은 심지어 여자)

의 텍스트를 발췌한 것이다.

그리고 뒷 부분엔 페소아 본인으로 발표한 것과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엮었다.

사실 내용은 좀 당황스럽다.

​소설이라기 보다는, 산문에 가까운 이 텍스트들은

이교도에 관한 것, 가치에 관한 토론, 이력서, 편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 생각엔 대표작인 <불안의 책>을 읽은 뒤

읽는 게 더 좋을 것 같았다.

페소아의 매력을 느끼기엔 좀 어렵고 당황스럽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세계 어딘가에서 이명이나 가명으로 작품을 발표하는 작가들이 있을 것 같다.

예전에 헤리포터로 유명한 조앤 k. 롤링실크 웜이라는 가명으로 스릴러를 썼다가 컴퓨터로 문체를 대조해 탄로났다고 하던데.

작가들은 자신의 이름이 아닌 타자가 되고 싶은 욕망

어딘가 강하게 숨어있나 보다.

개인적으로는 예쁘고 자그마한 보라색 커버로 되어 있어

소장 욕구가 팍팍 드는 책이었다.

내 이명들의 기원은,

내 안에 뿌리 깊이 자리한 히스테리의 흔적이야.

이것들은 나와 홀로 있을 때만,

안에서 살아나고 분출되지.

난 그들을 보고, 듣고, 느껴...

그리고 그리워해.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 댓글 0
구매 페소아와 페소아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e******b | 2022.08.28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어느 순간부터 페르소나가 사회문화적 키워드가 되고.. 본케 부캐 개념이 사람들에게 상당히 매력적이게 다가가고 있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해요. 저 역시도 그런 접근이 자아 혹은 정신적인 면에서 도움이 확실히 된다고 믿고요. 도서관에서 흘긋 넘겨봤던 책인데 워크룸프레스 책을 이미 많이 가지고 있기도 하고, 소장해 읽을만 하겠다 싶어서 구매했습니다. 컬렉션 못참아;
리뷰제목
어느 순간부터 페르소나가 사회문화적 키워드가 되고.. 본케 부캐 개념이 사람들에게 상당히 매력적이게 다가가고 있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해요. 저 역시도 그런 접근이 자아 혹은 정신적인 면에서 도움이 확실히 된다고 믿고요. 도서관에서 흘긋 넘겨봤던 책인데 워크룸프레스 책을 이미 많이 가지고 있기도 하고, 소장해 읽을만 하겠다 싶어서 구매했습니다. 컬렉션 못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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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지 않는 패거리의 도발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2014.08.24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끊임없는 분절과 사뿐하지 않은 불친절함이 잔뜩 짜증이 나 있는 상태를 유지하게 만들고 더러는 화를 내게 한다. 심지어 페소아의 글에 대한 정립된 감상이라는 게 있기나 할까 싶다ㅡ 앞서, 그의 텍스트 자체에 골격이란 게 있기나 할까? 나는 내가 말하려는 것이 잠시 후에 말해진다는 게 겁난다. 지금 하는 내 말들은 내뱉는 즉시 과거에 속할 것이므로(페소아의 텍스트 「선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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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없는 분절과 사뿐하지 않은 불친절함이 잔뜩 짜증이 나 있는 상태를 유지하게 만들고 더러는 화를 내게 한다. 심지어 페소아의 글에 대한 정립된 감상이라는 게 있기나 할까 싶다ㅡ 앞서, 그의 텍스트 자체에 골격이란 게 있기나 할까? 나는 내가 말하려는 것이 잠시 후에 말해진다는 게 겁난다. 지금 하는 내 말들은 내뱉는 즉시 과거에 속할 것이므로(페소아의 텍스트 「선원」의 인용). 페소아의 표현대로 그가 창조한 존재하지 않는 패거리(단순한 필명으로서가 아닌 이명[異名]의 구조적 난립 = 나는 내가 아닌 이 세계의 모든 사람)로 하여금 모든 것을 실제 세계의 틀에 맞춘 대가, 또 자신과는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이루어진 각각의 관점에 대해서도 나로서는 확고하게 이해할 길이 없다. 읽으면 읽을수록 생매장되고 있다는 기분만 들 뿐이다. 『불안의 서』만 보더라도, 시작만 놓고 보면, 그것은 괜찮은 경우 『율리시스』처럼 하나의 소설로 읽힐 수 있을는지도 모른다(조이스보다는 친절한 편이니까). 비록 분절되어 있다고는 하나 그래도 『페소아와 페소아들』에 모인 어지러움보다는 쾌적함을 덜 앗아간다ㅡ 그러니까 제목에 '페소아들'이란 단어를 갖다 붙인 것은 실로 훌륭한 착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책장을 넘겨보면 위고의 성(性)에 관한 메모와 같이 알쏭달쏭한 면면이 드러나 있다. 더군다나 '페소아'라는 것 역시 현실의 페소아와는 다른 이명으로서 동작하고 있다고 봐야 할 마당에 말이다(타부키의 머릿속에는 무슨 생각이 떠올랐을까?). 해럴드 블룸이 어떤 이유에서 페소아를 좋아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는 휘트먼의 연장에 있다는 이유로 페소아의 이명 '알바루 드 캄푸스'를 선호한다고 했다('페르난두 페소아'보다도), 스스로를 문학으로 전환했다는 점에서만큼은 페소아를 한껏 추어올림으로써, 기존의 시에 '당황스러울 정도의 불쾌감'을 보인 태도에 대해 의문을 품는 동시에 그를 칭찬한다. 이는 솔직히 내가 페소아를 바라보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고 해야겠다. 혐오스런 결탁(블룸에 의하면)에 맞선 존재의 숭고함은 차치하고라도, 그를 또렷이 읽어낼 수 있는 재주가 내게는 없는 까닭이다. 아니면 나를 온전히 설득시키지 못한 페소아의 책임에 무거운 압력을 가해야 할 것이다.




덧) 위에서 말한 '위고의 메모'라는 것을 살피면― 그는 여성 편력으로 인한 질투를 피하기 위해 몇 개의 암호를 사용했는데ㅡ 이를테면 n은 나체를, osc는 키스를, pros는 매춘부를 가리키며ㅡ 그것은 다음의 것들처럼 적힌다.

9월 13일: 앙졸라 n을 봄.
9월 17일: Pros 베르테에게 원조비, 피갈 9가, n. 2프랑.
9월 23일: 에밀 타파리, 시르크 가 21번지, 7층 1호. o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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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4건) 한줄평 총점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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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5점
분출하는 여럿의 나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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쏭* | 2018.05.12
평점5점
페소아의 글을 따라가는 건 쉽지 않으나 그만한 가치가 있다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엘*엇 | 2016.03.28
구매 평점5점
페소아의 글은 항상 새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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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d****i | 2023.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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