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4년 07월 31일 |
---|---|
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408쪽 | 493g | 110*175*26mm |
ISBN13 | 9788994207421 |
ISBN10 | 8994207422 |
발행일 | 2014년 07월 3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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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408쪽 | 493g | 110*175*26mm |
ISBN13 | 9788994207421 |
ISBN10 | 8994207422 |
작가에 대하여 이 책에 대하여 이명(異名) 알렉산더 서치 악마와의 계약 어지간히 독창적인 만찬 알베르투 카에이루 알베르투 카에이루와의 인터뷰 알바루 드 캄푸스 최후통첩 내 스승 카에이루를 기억하는 노트들 리카르두 레이스 알베르투 카에이루 시집의 서문 안토니우 모라 신들의 귀환 토머스 크로스 포르투갈의 감각주의자들 바롱 드 테이브 금욕주의자의 교육 헨리 모어 외 영적 교신 마리아 주제 꼽추 소녀가 금속공에게 보내는 편지 본명(本名) 페르난두 페소아 이력서 선원 무정부주의자 은행가 세바스티앙주의 그리고 제5제국 편지들 영화를 위한 각본 옮긴이의 글 페르난두 페소아 연보 |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은, 항상 처음으로 봐야 해.
왜냐하면 실제로 우리가 처음 보는 게 맞으니까.
그러면 모든 노란 꽃은 새로운 노란 꽃이야,
어제의 그것과 같은 것이든 같게 부르는 것이든.
그 노란색 자체도 같을 수가 없어.
사람들이 이걸 정확하게 알 눈이 없다는 게 안타까워,
그랬다면 우리 모두들 행복했을 텐데."
가명으로 글을 쓰는 소설가는 많이 있다.
에밀 아자르는 로맹 가리로 소설을 써서 콩쿠르 상을 두 번 수상했고
스티븐 킹도 리처드 버크먼으로 소설을 썼다.
이런 경우 '가명'은 자신을 숨기기 위해
가면을 쓰고 노래하는 것과 비슷하다.
가면 뒤에는 본래 자신이 존재하지만
보이는 겉모습만 다른 것이다.
이와는 다르게 페르난두 페소아는 '이명'을 사용한다.
그는 수십개의 이름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갯수는 71개에서 136개에 이른다.
그는 자신을 감추기 위해서라면 단 한개의 가명으로 충분했을 텐데
왜 이렇게나 많은 이명을 사용했을까?
가명으로 쓰인 작품은, 서명하는 이름만 뺴고는
모두 저자 자신에 의한 것이다.
이명의 경우는 자신의 개성 바깥에 존재하는 저자가 쓴 것이며,
완벽히 저자에 의해 만들어진 개인이다.
-1928년 <저서 목록> 중에서-
페소아는 자신이 이명과 가명의 차이를 이렇게 밝힌다.
즉, 이명은 자신이 아닌, 철저히 타인인 것이다.
소설 속 주인공이 저자 자신이 아닌 것처럼.
철저히 자신과 다른 인물이 되어 소설을 집필하는 것이다.
이 소설은 수많은 페소아들에 관한 이야기다.
페소아가 사용한 다양한 이명의 작가가 쓴 글을 모은 것으로,
이 중 유명한 세 명의 이명이 나온다.
페소아에 따르면 그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알베르투 카에이루는 핵심 인물로 페소아 자신의 스승이다.
그는 놀랍게도 자신의 스승을 스스로 창조해 냈다.
다른 이명들의 스승이기도 한 그는 페소아의 말에 따르면
'순수하고 예측 불가한 영감을 통해서 시와 글을 쓰는' 인물이다.
두 번째, 리카르두 리에스는 카에이루의 제자로
고전적인 성향의 시를 쓴다.
그는 페소아에 따르면
'추상적인 사색 끝에 갑작스럽게 송시의 형태로 쓰는' 인물이다.
마지막으로 알바루 드 캄푸스는, 역시 카에이루의 제자로
가장 과격하고 열정적인 인물이다.
그는 '별안간 쓰고 싶은 충동이 느껴지면 쓰는' 스타일이다.
이 세 명은 페소아가 1914년 3월 8일,
그가 '승리의 날'이라고 표현하는 그 날 같이 탄생한다.
페소아는 그 날에 대한 기록을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종이를 몇 장 꺼내고는 서 있는 채로 글을 쓰기 시작했어.
그리고 연속으로 30여 편의 시를 써내려갔어.
뭐라 표현할 길이 없는 어떤 황홀경에서.
그게 내 인생에서 승리의 날이었어.
라고 표현한다.
페소아는 수많은 이름을 가졌고 수많은 저작을 남겼다.
그가 죽은 뒤 그의 방에 남아있던 트렁크 속에서 발견된 텍스트가
무려 2만 7543장이었다.
이것은 미발표작 숫자이며,
그가 발표한 글과 편지글까지 합치면 어마어마한 숫자가 된다고 한다.
그는 47살에 죽었으므로, 왕성한 창작력으로 글을 썼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수많은 이명 중
알렉산더 서치, 카에이루, 캄푸스, 리카루두 레이스,
안토니우 모라, 토머스 크로스, 바롱 드 테이브, 헨리 모어, 마리아 주제(이 사람은 심지어 여자)
의 텍스트를 발췌한 것이다.
그리고 뒷 부분엔 페소아 본인으로 발표한 것과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엮었다.
사실 내용은 좀 당황스럽다.
소설이라기 보다는, 산문에 가까운 이 텍스트들은
이교도에 관한 것, 가치에 관한 토론, 이력서, 편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 생각엔 대표작인 <불안의 책>을 읽은 뒤
읽는 게 더 좋을 것 같았다.
페소아의 매력을 느끼기엔 좀 어렵고 당황스럽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세계 어딘가에서 이명이나 가명으로 작품을 발표하는 작가들이 있을 것 같다.
예전에 헤리포터로 유명한 조앤 k. 롤링도 실크 웜이라는 가명으로 스릴러를 썼다가 컴퓨터로 문체를 대조해 탄로났다고 하던데.
작가들은 자신의 이름이 아닌 타자가 되고 싶은 욕망이
어딘가 강하게 숨어있나 보다.
개인적으로는 예쁘고 자그마한 보라색 커버로 되어 있어
소장 욕구가 팍팍 드는 책이었다.
내 이명들의 기원은,
내 안에 뿌리 깊이 자리한 히스테리의 흔적이야.
이것들은 나와 홀로 있을 때만,
안에서 살아나고 분출되지.
난 그들을 보고, 듣고, 느껴...
그리고 그리워해.
끊임없는 분절과 사뿐하지 않은 불친절함이 잔뜩 짜증이 나 있는 상태를 유지하게 만들고 더러는 화를 내게 한다. 심지어 페소아의 글에 대한 정립된 감상이라는 게 있기나 할까 싶다ㅡ 앞서, 그의 텍스트 자체에 골격이란 게 있기나 할까? 나는 내가 말하려는 것이 잠시 후에 말해진다는 게 겁난다. 지금 하는 내 말들은 내뱉는 즉시 과거에 속할 것이므로(페소아의 텍스트 「선원」의 인용). 페소아의 표현대로 그가 창조한 존재하지 않는 패거리(단순한 필명으로서가 아닌 이명[異名]의 구조적 난립 = 나는 내가 아닌 이 세계의 모든 사람)로 하여금 모든 것을 실제 세계의 틀에 맞춘 대가, 또 자신과는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이루어진 각각의 관점에 대해서도 나로서는 확고하게 이해할 길이 없다. 읽으면 읽을수록 생매장되고 있다는 기분만 들 뿐이다. 『불안의 서』만 보더라도, 시작만 놓고 보면, 그것은 괜찮은 경우 『율리시스』처럼 하나의 소설로 읽힐 수 있을는지도 모른다(조이스보다는 친절한 편이니까). 비록 분절되어 있다고는 하나 그래도 『페소아와 페소아들』에 모인 어지러움보다는 쾌적함을 덜 앗아간다ㅡ 그러니까 제목에 '페소아들'이란 단어를 갖다 붙인 것은 실로 훌륭한 착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책장을 넘겨보면 위고의 성(性)에 관한 메모와 같이 알쏭달쏭한 면면이 드러나 있다. 더군다나 '페소아'라는 것 역시 현실의 페소아와는 다른 이명으로서 동작하고 있다고 봐야 할 마당에 말이다(타부키의 머릿속에는 무슨 생각이 떠올랐을까?). 해럴드 블룸이 어떤 이유에서 페소아를 좋아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는 휘트먼의 연장에 있다는 이유로 페소아의 이명 '알바루 드 캄푸스'를 선호한다고 했다('페르난두 페소아'보다도), 스스로를 문학으로 전환했다는 점에서만큼은 페소아를 한껏 추어올림으로써, 기존의 시에 '당황스러울 정도의 불쾌감'을 보인 태도에 대해 의문을 품는 동시에 그를 칭찬한다. 이는 솔직히 내가 페소아를 바라보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고 해야겠다. 혐오스런 결탁(블룸에 의하면)에 맞선 존재의 숭고함은 차치하고라도, 그를 또렷이 읽어낼 수 있는 재주가 내게는 없는 까닭이다. 아니면 나를 온전히 설득시키지 못한 페소아의 책임에 무거운 압력을 가해야 할 것이다.
덧) 위에서 말한 '위고의 메모'라는 것을 살피면― 그는 여성 편력으로 인한 질투를 피하기 위해 몇 개의 암호를 사용했는데ㅡ 이를테면 n은 나체를, osc는 키스를, pros는 매춘부를 가리키며ㅡ 그것은 다음의 것들처럼 적힌다.
9월 13일: 앙졸라 n을 봄.
9월 17일: Pros 베르테에게 원조비, 피갈 9가, n. 2프랑.
9월 23일: 에밀 타파리, 시르크 가 21번지, 7층 1호. os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