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세지감을 느낀다. 1999년 1월, <스크린> 편집부는 지금보다 훨씬 조촐한 ‘영화배우사전’을 만든 적이 있다. 지금 와서 그 책자를 슬슬 넘기다 보니, 한국배우들이 부록처럼 저 끄트머리에 볼품 없이 찌그러져 있는 게 보인다. 그나마도 한국배우 전체가 아니라 32명의 스타급 배우들만 간단히 언급하고 지나간, 명백히 할리우드 중심적인 배우인명사전이었다. 지금처럼 한국영화가 득의양양한 시절이라면 말도 꺼내기 어려운 ‘짓’을 <스크린>이 저질러버렸던 것이다. 그 책을 낸 지 5년이 지났다. 그 사이, 한국 영화는 완전히 전세 역전, 시금치를 집어삼킨 뽀빠이처럼 불끈 솟아올랐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오랫동안 할리우드 중심적인 ‘영화배우사전’만 껴안고 “부끄럽다”는 한숨만 내쉬고 있었던 것 같다. <한국영화배우사전>은 그렇게 해서 기획되었다. “<할리우드인명사전> <세계감독사전> 다 있는데, 왜 우리나라 배우들에 관한 사전은 하나도 없는 것일까? <스크린>이 창간 20주년을 맞아 그 일을 한 번 해보자!” 꿈은 창대하였으나, 만드는 과정은 지난했다. 이 책을 만드는 동안 무수한 새벽 별을 봤고, 무수한 아침 해를 봤으며, 무수한 교정지를 뒤적거려야 했다. 그래도 이제 와선 <한국영화배우사전>이 이 세상에 나온다는 사실 하나로 마냥 기쁘다.
독자 여러분들은 어땠는지 모르지만, 오래 전 만든 ‘영화배우사전’은 <스크린> 편집부에게 퍽 중요한 참고 도서가 되어주었다. 원고를 쓸 때 뒤적거리면 여기 저기 인터넷 사이트를 유랑하는 것보다 훨씬 편하게 배우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한국영화배우사전>이 독자 여러분에게도 그처럼 유용한 책자로 활용되었으면 좋겠다.
이 사전에는 총 459명의 배우에 관한 정보가 들어있다. 충무로 고참들부터 영화의 윤활유가 되어준 조연에 이르기까지. <한국영화배우사전> 한 권으로 현재의 한국영화가 훤히 내다보이길 기원한다. 그 시대의 배우를 읽는 것은, 그 시대 영화의 역사를 읽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 p. 9
“<스크린>은 보통 잡지와는 다른 영화인들의 필독서나 다름없었다. 기자들은 단순한 글쟁이가 아닌 우리와 같은 ‘영화인’이었다. 이처럼 한국영화와 인연이 깊은 <스크린>에서 한국배우 인명사전을 만드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것도 국내 최초로 만들어지는 한국배우 인명사전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 책은 나를 비롯해 감독이나 제작부에게 꽤 유용한 캐스팅 자료로 사용될 것이라 생각된다. 이미 스타덤에 오른 배우들뿐 아니라 우리가 놓치기 쉬운 조연배우들의 이름들이 빠짐없이 망라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 천편일률적으로 프로필을 나열하는데 그치지 않고, 해당 배우들의 ‘이미지’에 대해 언급하고 있어 제작진들이 배우를 선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한국영화 관객들에게는 친절한 배우 지침서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책 속에는 배우들이 어떤 작품들을 통해 성장했고 현재 스타들이 어떤 굴곡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올랐는지 설명되어 있다. 가장 최신의 사진들로 구성되어 마치 화보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이 책의 매력이다. (…) 이 책을 통해 우리 배우들을 더욱 사랑하고, 그럼으로써 우리영화가 발전할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
-- p. 12
“주위를 둘러보면, 일이 없을 때 초조해하고 못 견디는 배우들이 많이 있다. 그런 건 금방 얼굴에 표시가 나고, 그 배우는 어느새 자신감을 잃는다. 그런 시간에 내공을 쌓는 게 중요하다. 시간을 좀더 알차게 보내야 하고, 자기 자신이 편안해져야 한다. 자기 자신이 편안하다는 것은 남이 봐도 편안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영화도 많이 보고 책도 많이 읽고…. 그런 과정을 꾸준히 겪다 보면 새로운 매력이 생기고 느낌도 분명히 좋아질 것이다. (…) 이번에 <스크린>에서 펴내는 <한국영화배우사전>이 이 수많은 배우들의 스펙트럼을 잘 담아내는 책이 되길 바란다.”
--- p.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