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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는 것들은 죄다 년이여

꽃 피는 것들은 죄다 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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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8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383g | 140*210*13mm
ISBN13 9788994792910
ISBN10 8994792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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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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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 배 속에 가지고 있을 때 변비가 왔는디, 글씨, 일주일을 못 싸니께 눈앞이 노랗게 변하더니, 열흘이 넘으니께 헛것이 뵈드라고. 어쩌겄어, 다 죽게 생겼는디. 니 아부지가 나를 엎어 놓더니 똥구멍을 넓혀 꼬챙이로 파드라고. 아따, 그때 난 곱디고운 새색시였는디도 니 아부지한테 구멍이란 구멍은 죄다 보여 줬으니……. 근디 눈깔이 뒤집어져 버렸으니 뵈는 게 오디 있어. 부끄러움도 읎고, 민망함도 읎고, 환장만 허겄드라고. 무신 석탄을 캐는 것도 아닌데 돌팍 두드리는 소리가 나드라고. 나 죽는다고 소리소리 질렀지. 아, 글씨, 어느 순간 펑 뚫리는 거라. 아따, 시상에, 변소에서 얼마나 쏟았나. 별도 봤다가 달도 봤다가……. 한참을 있다가 나왔는디, 시상에 그제서야 니 아부지 잘생긴 얼굴이 지대로 보이드라니께. 그러니께 엎드려 봐! 내가 꼬챙이 가져와서 파 줄 테니께.” --- 「주먹 쑥떡」

“드런 년, 온종일 방구들 붙잡고 씨름하는 년이 무신 얼어 죽을 사내가 생겨. 오디서 헌 집 벽 때려 부수는 소리를 하고 자빠진 겨.”
“혹시 알어. 지금 대문 열고 ‘어머니’ 하는 사람이 있을지.”
“창알머리 읎는 소리 고만허고, 가서 개똥이나 치워.”
봄바람이 살랑살랑 똥구멍 간질거리며 오는데, 엄니는 개똥이나 치우라며 삽자루를 던졌다. --- 「개똥 같은 봄」

“나야 저승 가믄 좋지. 내 새끼도 보고……. 꿈에서도 보이고, 길을 가다가도 보이고, 눈에 선하게 밟혀서리, 먼저 간 영감은 생각도 안 나. 오째 아들보다 손자새끼가 이리 가슴에 남아 밤낮으로 대못을 치니……. 바닷속에서 아그들 몸이라도 찾아야 쓰는디, 구천을 떠돌면 안 되는디, 오째 저 윗사람들은 저리 굼벵이맹키로 있는지 물러. 에휴, 세월이 가도 잊혀지지 않는디 저 부모들은 워쩔 겨. 질긴 목숨 죽으려 해도 죽어지지도 않어야. 산 사람은 목구녕에 풀칠이라도 하믄서 나맹키로 산다니께.”
---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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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자락이 저 덕유산처럼 넓고도 깊은 분이 하신 말씀 중에 ‘같은 쌀을 재료로 만들었어도 소설은 밥이요, 시는 술이다’라는 말씀에 무릎을 친 적 있지만(쌀은 몸으로 들어가는 말씀이요, 말씀은 절을 모시는 쌀이니),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푸짐한 시루떡을 떠올렸다. 어머니의 풍성한 엉덩이를 떠올렸다. 보름달을 떠올렸다. 커다란 암소 잔등을 떠올렸다. 산도 높고 들도 너른 대천 앞바다 섬을 떠올렸다. 섬은 바다에 떠있는 별이고, 별은 하늘에 떠 있는 섬이려니, 아부지는 바로 그곳에서 우리를 굽어 내려다보고 계시리라.
활을 잘 쏘고 흰옷을 입고 가무를 즐겼던 선조들 중에, 충청도 중고제 판소리 한 대목으로 삼천 대천세계를 들었다 놨다 했던 명천(고 이문구) 선생님 가신 뒤로, 더운 피 식히지 못해 서산 육쪽마늘 두 개 달랑 차고 천하를 주유할 적, 존경하며 절 올렸던, 말씀 이전과 말씀 이후를 통틀어, 태어났을 때부터 시인이셨던 거문도 할머니와 홍성 홍동 어머니와 안동 누님을 만나 뵌 적이 있는데, 오늘 또 한 분, 푸르고 푸른 성주산 아래 터 닦고 살아오신 어머니를 버선발로 뛰쳐나가 모셔야 되겠다.
말씀으로 밥을 안치고, 말씀으로 시를 걸러, 말씀으로 술을 빚어, 끝내 말씀으로 춤을 추신 어머니, 어머니. 끙끙 앓으면서도 말씀으로 노래를 하신 어머니, 어머니. 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조용필)……, 그대 나의 어머니.
유용주(시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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