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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박약 팔봉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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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박약 팔봉김

[ EPUB ]
휘은서 | 가하 | 2014년 08월 07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6.3 리뷰 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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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4년 08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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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1.35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23만자, 약 7.9만 단어, A4 약 144쪽?
ISBN13 979115682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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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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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저녁, 시간 있어?”
회사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다른 사람들 신경 안 쓰며 매일 점심도 같이하고 저녁때도 시간을 같이하면서 둘의 사이는 좀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물론 눈치 빠른 하수를 따돌리느라 둘 다 애를 먹어야 했지만.
“응?”
자신의 접시에서 고개를 드는 그녀의 입술에 디저트로 나온 딸기 케이크의 시럽이 살짝 묻어 실내의 조명에 반짝이고 있었다. 평소라면 비위가 상해 정나미가 떨어질 모습이었지만, 저 도톰한 입술이 발갛게 부풀어 오를 때까지 핥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니……. 내 눈에 확실히 초특대 콩깍지가 씐 게 분명해.
“우리 집에 저녁 초대하고 싶은데.”
식구들이랑 같이 살고 있다고 그가 말한 걸 예전에 들은 것도 같은데, 내가 잘못 들었나?
“식구들 있을 텐데 그건 좀 그렇잖아.”
“따로 나와서 살고 있어.”
식구들이 있는 집에 가기도 그렇지만 그 혼자 살고 있는 집에 가자고? 저 사람과 나, 단둘이 한 공간에? 이 심장이 또 고장 났나 보네. 왜 이렇게 또 뛰기 시작하는 거야?
아무 말도 없이 제임스가 먹고 싶었던 입술에 묻은 시럽을 핥아 먹듯이 연신 입술만 혀로 축이며 망설이는 그녀를 아쉬운 듯 쳐다보던 그가, 의지가 거절의 말을 내뱉기 전에 먼저 선수를 쳤다.
“내가 호텔 주방장 뺨치게 스파게티를 잘 만드는데, 너한테 솜씨 좀 뽐내고 싶어서.”
“그래?”
“음, 너도 한번 맛보면 중독되고 말걸. 다시 해달라고 나를 졸라댈지도 몰라.”
너무 자주 해달래서 귀찮아질까 봐 걱정이지, 다른 여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말을 음미하며 의미심장하게 웃는 그의 속뜻을 이해하지 못한 그녀가 재미있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그렇게 잘해?”
“그렇대두, 유명하다니까.”
“유명한 것도 많다.”
의지의 작은 핀잔에 그가 오히려 자랑스러운 듯 하얀 이까지 드러내며 씩 웃자 어이없다는 듯 따라 웃던 그녀가 다시 망설이는 표정을 짓더니 입을 열었다.
“내일은 시간이 없…….”
“어차피 저녁은 먹을 거잖아.”
거절하려는 그녀의 말을 자르며 제임스는 최대한 가벼운 말투로 부담을 주지 않으려 애썼다. 또다시 말이 없어진 의지를 설득하기 위해 준비해둔 대사를 날리려는데 그녀가 의외로 순순히 대답을 주었다.
“그럼……, 그러지 뭐.”
이거 너무 일이 쉽게 풀리는 거 아냐? 조금 허무해지기까지 하네. 어쨌든 그녀가 집안으로 발을 들여놓는 그 순간 게임 오버란 생각에 좋아서 입이 찢어지려는 걸 꾹 참아내며 그는 겨우 저녁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커다란 통창 옆에 2인용 작은 유리 탁자 위에는 멋들어진 촛대에 꽂혀진 여러 개의 양초와 예쁜 유리 화병을 가득 채운 흐드러지게 핀 장미꽃더미가 놓여 있어 밤 야경과 더불어 밝게 빛나고 있었다. 하라는 대로 제대로 해놨군, 기특한 자식!
겉옷을 벗으며 주방 쪽으로 걸어가면서 제임스가 우두커니 서 있는 의지에게 말했다.
“편히 앉아 있어.”
다른 여자 같으면 빈말이라도 ‘내가 도울 거 없어?’라든지 ‘같이 해.’라고 할 텐데, 입도 벙긋하지 않고 쭈뼛쭈뼛 걸어가 방 한가운데 있는 소파에 앉는 그녀를 보면서 과연 의지답다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다. 어디 솜씨 좀 발휘해볼까.
혼자 사는 남자의 공간에 들어서니 알 수 없는 느낌에 숨이 답답해져 오는 의지였다. 결의 오피스텔에 갈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왜 이러지? 이 바보, 그거야 결의는 니 동생이고 이 남자는 니 동생이 아니니까 그렇지! 내가 어쩌자고 여기는 온다고 한 거야. 배 아프다고 그냥 간다고 할까? 뻔질나게 전화하던 하수가 이럴 땐 왜 또 안 하는 거야? 집에 급한 일이 생겼다며 핑계 대고 가면 좋을 텐데.
“차라도 한 잔 먼저 줄까?”
갑자기 상념을 깨는 소리에 놀란 그녀가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해서, 주방 쪽에서 앞치마를 두른 채 얼굴만 뻐끔히 내밀고 있는 제임스의 눈을 잠시 쳐다보다가 당황하며 대답했다.
“아, 아니, 됐어.”
어깨를 으쓱하며 다시 요리에 집중하는 그를 보면서 의지는 몰래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할 일 없이 탁자에 놓인 잡지를 뒤적이던 그녀가 그것도 재미없어져서 멍하니 창밖을 쳐다보았다. 와! 야경 정말 멋있다. 예쁜 엽서사진으로 써도 좋은 만큼 정말 아름다웠다. 사진이라도 찍는 것처럼 양손의 엄지와 검지로 네모를 만들어 한쪽 눈을 찡그린 채 야경을 보고 있는데, 창 옆에 놓인 예쁘게 세팅되어 있는 작은 탁자가 그녀의 손가락 사진기에 잡혔다. 눈부시게 빛나는 야경을 쳐다보며 저기서 식사를 하고 또……. 손가락 사진기를 다시 움직였을 때 이번에는 깊은 바다 속의 색깔 같은 실크시트가 뒤덮인 커다란 침대가 들어왔다. 저기서 우리 둘이……, 젠장!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심장의 요란한 고동 소리가 그녀의 귀까지 울려댔다.
“나 가야겠어.”
이게 무슨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리야?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제임스가 급히 주방을 나서보니 벌써 현관 쪽으로 걸어가고 있는 의지가 보였다. 급히 쫓아가 그녀의 팔을 잡아 돌려 세우고는 앞치마를 풀며 의지를 내려다보았다.
“왜 그래? 저녁 준비 다 됐는데.”
제임스 얼굴이 바닥에라도 있는지 그녀는 눈을 맞추기는커녕 고개도 들지 못했다.
“그, 그게……, 하, 할 일 있다고 했잖아”
“그렇게 급한 일이야? 월요일 날 처리하면 안 돼?”
“지금, 지금 하는 게 조, 좋을 것 같아서.”
“어차피 저녁은 먹어야 할 거 아냐, 먹고 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치던 의지가 벽에 부딪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자 한 발짝씩 따라 걸어온 그가 벽에 팔을 짚으며 그녀를 가두고 말았다. 평소에는 무슨 큰일이 나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더니 지금은 말까지 더듬으며 당황하는 게, 비디오라도 찍어서 나중에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제임스였다.
“배 아, 안 고파.”
“난 지금 너무 고픈데.”
“그럼, 머, 먹어.”
“정말?”
“그래.”
어째 대화 내용이 이상해져간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의 속눈썹이 그녀의 시야에 잡혔다. 속눈썹 긴 걸로 기네스북에 도전하라고 결의를 놀리곤 했는데, 이 사람도 만만치 않네. 정말 길다, 근데 얼굴은 왜 디밀고 난리……, 웁!
‘네가 허락한 거야. 이렇게 서두를 생각은 없었지만 그 작고 도톰한 입술로 성적으로 가득 충만 되어 있는 나를 건드렸겠다!’
처음엔 멍하니 온전하게 입술을 내주던 의지가 몸부림을 치며 그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언제나 여자들이 알아서 달라붙어 거부하는 일도 없었고, 간혹 튕긴답시고 그를 밀어낼 때면 미련 없이 뒤로 물러나는 제임스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지금은 이 입술을 놓으면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라도 잡듯이 그가 더 세게 그녀를 끌어안았다. 힘이 빠진 건지 포기를 한 건지 서서히 몸부림을 멈춘 의지가 스르르 입술을 열자 다급해진 제임스가 거칠게 혀를 밀어 넣었다. 숨바꼭질을 하듯 혀를 감추는 그녀 때문에 감질 맛이 나서 미칠 지경이 된 그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있던 손을 올려 머릿속에 찔러 넣고는 세게 잡아당겨 고개를 젖히게 한 후 더 깊은 키스를 해댔다. 아무리 탐나던 여자라도 서둘지 않으며 서로가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시간을 두고 천천히 사랑을 나누던 그가 이깟 키스 한번에 마치 이성을 잃은 듯 행동하는 것이, 정말 단지 한두 달간의 금욕생활 때문인지는 자신도 알 수 없었다.
반항을 멈췄던 그녀가 다시 몸을 꿈틀대며 제임스의 어깨를 쳐대기 시작했다. 억지로 입술을 힘겹게 떼어내니 잡아당겨진 머리가 아팠는지 의지가 원망 어린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며 뒷머리를 어루만졌다. 워낙 잘 다쳐서 아픈 것도 잘 모른다더니, 오늘은 또 왜 이렇게 민감한 거야? 평범한 얼굴에서 유독 눈에 띄었던 발갛고 조그만 그녀의 입술이 터질 듯 부풀어 있었고 창 옆에 놓인 붉디붉은 장미꽃잎 색깔을 닮아 있었다. 달콤해. 너무 달콤해. 설탕 잔뜩 묻은 도넛이라도 먹은 걸까. 의지의 도톰한 입술을 볼 때마다 그녀에게서 어떤 맛이 날지 은근히 기대하긴 했었지만 이런 느낌이 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키스 한번에 이 정도로 그의 감정이 흔들릴 줄은……. 마라톤이라도 방금 뛰고 들어온 사람들처럼 둘 다 숨만 헉헉대며 마주 서 있는데 고개를 숙인 채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 듯 그가 물들여 놓은 붉은 입술을 달싹였다.
‘너 그냥 간다는 소리기만 해봐, 너 죽고 나 죽고다! 뭐, 한 번은 잔 다음에.’
“불 좀, 꺼.”
몇 초간 뇌 운동이 정지한 듯 멍해졌던 제임스가 100미터 달리기 선수라도 되는 듯 후다닥 뛰어가 불을 끄고 돌아와 그녀 앞에 섰다. 밝은 야경 덕으로 어둡지도 환하지도 않은 분위기가 되자 더 달아오르는 기분이었다.
“배고프다며? 먹고 해.”
‘얘가 미쳤나? 뭘 먹고 해?’
“이거면 충분해.”
다시 급하고 거칠게 입술을 부딪쳐 온 그 때문에 입술이 아팠던 모양인지 의지 입에서 끙 하고 신음이 흘러나왔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자기 욕심을 채우던 제임스가 입술을 떼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목선을 핥아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 아파, 좀 천, 천천히 해.”
숨이 찬지 작게 숨을 헐떡이며 그녀가 흔들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그러고 싶다고! 하지만 내 몸이 말을 안 듣는 걸 어떻게!
“알았어.”
굶주린 사람처럼 허겁지겁 다시 입술을 겹치며 말과는 달리 좀 더 급해진 그가 서둘러 의지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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