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의 재판(열왕기 상권 3:17-28)/121쪽
“저의 임금님! 저와 이 여자는 한집에 살고 있습니다. 제가 아이를 낳을 때에 이 여자도 집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아이를 낳은 지 사흘째 되던 날, 이 여자도 아이를 낳았습니다. 집에는 저희 둘 말고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집 안에는 저희 둘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밤에 이 여자가 아들을 깔고 자는 바람에 그 아들이 죽었습니다. 그러자 이 여자는 그 밤중에 일어나, 당신 여종이 잠자는 사이에 곁에 있던 제 아들을 데려다 자기 품에 뉘어놓고, 죽은 자기 아들을 제 품에 뉘어놓았습니다. 제가 아침에 일어나 제 아들에게 젖을 먹이려다 보니 죽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아침이어서 그 아이를 자세히 보니 제가 낳은 아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러자 다른 여자가 “천만에! 산 아이는 내 아들이고 죽은 아이가 너의 아들이야.” 하고 우겼다. 처음 여자도 “아니야. 죽은 아이가 너의 아들이고, 산 아이가 내 아들이야.” 하고 우겼다. 그렇게 그들은 임금 앞에서 말다툼을 하였다. 그때에 임금이 말하였다. “한 사람은 ‘살아 있는 아이가 내 아들이고 죽은 아이가 너의 아들이다.’ 하고, 다른 사람은 ‘아니다. 죽은 아이가 너의 아들이고 산 아이가 내 아들이다.’ 하는구나.” 그러면서 임금은 “칼을 가져오너라.” 하고 말하였다. 시종들이 임금 앞에 칼을 내오자, 임금이 다시 말하였다. “그 산 아이를 둘로 나누어 반쪽은 이 여자에게, 또 반쪽은 저 여자에게 주어라.” 그러자 산 아이의 어머니는 제 아들에 대한 모성애가 솟구쳐 올라 임금에게 아뢰었다. “저의 임금님! 산 아기를 저 여자에게 주시고 제발 그 아기를 죽이지 마십시오.” 그러나 다른 여자는 “어차피 내 아이도 너의 아이도 안 된다. 자, 나누시오!” 하고 말하였다. 그때에 임금이 이렇게 분부하였다. “산 아기를 죽이지 말고 처음 여자에게 내주어라. 저 여자가 그 아기의 어머니다.” 임금이 이러한 판결을 내렸다는 소식을 온 이스라엘이 들었다. 그리고 임금에게 하느님의 지혜가 있어 공정한 판결을 내린다는 것을 알고는 임금을 두려워하였다.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루카복음서 10:25-37)/212쪽
어떤 율법 교사가 일어서서 예수님을 시험하려고 말하였다. “스승님, 제가 무엇을 해야 영원한 생명을 받을 수 있습니까?”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율법에 무엇이라고 쓰여 있느냐? 너는 어떻게 읽었느냐?” 그가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힘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하였습니다.” 하고 대답하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옳게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여라. 그러면 네가 살 것이다.” 그 율법 교사는 자기가 정당함을 드러내고 싶어서 예수님께, “그러면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님께서 응답하셨다. “어떤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예리코로 내려가다가 강도들을 만났다. 강도들은 그의 옷을 벗기고 그를 때려 초주검으로 만들어놓고 가버렸다. 마침 어떤 사제가 그 길로 내려가다가 그를 보고서는, 길 반대쪽으로 지나가버렸다. 레위인도 마찬가지로 그곳에 이르러 그를 보고서는, 길 반대쪽으로 지나가버렸다. 그런데 여행을 하던 어떤 사마리아인은 그가 있는 곳에 이르러 그를 보고서는, 가엾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그에게 다가가 상처에 기름과 포도주를 붓고 싸맨 다음, 자기 노새에 태워 여관으로 데리고 가서 돌보아주었다. 이튿날 그는 두 데나리온을 꺼내 여관 주인에게 주면서, ‘저 사람을 돌보아주십시오. 비용이 더 들면 제가 돌아올 때에 갚아드리겠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너는 이 세 사람 가운데에서 누가 강도를 만난 사람에게 이웃이 되어 주었다고 생각하느냐?” 율법 교사가 “그에게 자비를 베푼 사람입니다.” 하고 대답하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다(요한복음서 13:1-11)/222쪽
파스카 축제가 시작되기 전,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아버지께로 건너가실 때가 온 것을 아셨다. 그분께서는 이 세상에서 사랑하신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다. 만찬 때의 일이다. 악마가 이미 시몬 이스카리옷의 아들 유다의 마음속에 예수님을 팔아넘길 생각을 불어넣었다. 예수님께서는 아버지께서 모든 것을 당신 손에 내주셨다는 것을, 또 당신이 하느님에게서 나왔다가 하느님께 돌아간다는 것을 아시고, 식탁에서 일어나시어 겉옷을 벗으시고 수건을 들어 허리에 두르셨다. 그리고 대야에 물을 부어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시고, 허리에 두르신 수건으로 닦기 시작하셨다. 그렇게 하여 예수님께서 시몬 베드로에게 이르시자 베드로가, “주님, 주님께서 제 발을 씻으시렵니까?” 하고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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