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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 그 후 4

명량 그 후 4

: 이순신 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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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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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4년 09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184쪽 | 128*188*10mm
ISBN13 9788997471546
ISBN10 899747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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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배상열
1963년 경북 달성 출생으로, 어렸을 때 부친을 따라 상경하여 고향에 대한 기억이 명확하지 않다. 1988년 한국일보에 입사한 후, 2006년 본의 아니게 퇴사하였지만 지금도 한국일보에 대한 애정은 변하지 않고 있다. 한국일보에 근무하다 필생의 영웅인 이순신을 추앙하기 위해 작가로 변신했다. 2003년 이순신과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이전의 시대를 테마로 한 7권 분량의 장편소설을 출판하면서부터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죽을 때까지 1백 권을 출판하겠다던 애초의 계획을 실천에 옮기고 있으며, 살아있는 한 계속 공부하고 더 좋은 작품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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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스럽고 위험하기까지 한 가운데서도 흔쾌히 인술을 베풀던 그는 허준과의 교류를 끊지 않았다. 전국을 돌면서 접한 질병과 그것을 치료한 과정을 낱낱이 기록하여 허준에게 보냈다. 허준도 자신이 경험한 질병과 의원이 보낸 것에 대한 의견에 대한 답장을 보냈다. 특히 가치 있던 것은 돌림병을 퇴치한 것이었다. 특히 허준은 공무를 팽개치고 달려와 함께 노력했다. 마침내 돌림병이 퇴치되자 너무나 기뻤던 나머지 서로를 끌어안고 펑펑 눈물을 쏟던 기억은 아직 도 생생했다.

혈관에도 바다가 흐르는 것이 느껴지더니 바다 아래서 무수한 그림자가 떠올랐다. 무릎까지 바다에 잠긴 채 나를 바라보는 그들은 조선에서 전사했던 나의 장병들이었다. 죽은 자들의 부대가 나를 호위하듯 감싼 다음 가까운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를 도와 싸우다가 칠천량에서 시체도 찾지 못하고 전사한 이억기와 최호 같은 장군들이 크게 웃으며 반기는 옆에서 먼저 돌아간 형제들이 어서 오라는 듯 손을 흔들었다

내가 죽는 것은 슬프지 않았지만 조국을 더 이상 지켜줄 수 없다는 것이 나를 절망하게 했다. 광해군이 왕이 된다고 해도 더욱 비열하고 더럽게 진화했을 그놈들을 당해내기 어려울 것이었다. 예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혹독하게 지배할 놈들에 의해 얻어질 것은 멸망 밖에 없었다. 마침내 나라가 멸망한 다음의 고통은 그때도 백성에게 떠넘겨질 것이 분명했다. 바치고 빼앗기는 것밖에 알지 못하던 순박한 백성들이 무리죽음을 당하고 전리품으로 사로잡힌 무수한 아들딸이 굴비두름처럼 끌려가면서 울부짖는 광경이 눈에 선했다.

아이들이 콩이나 참외를 서리하다 들켜도 달아날 시기를 알려주는 것처럼 짐짓 지르는 호통이 전부인 나라, 집집마다 감나무와 대추나무가 풍작을 이루고 나물과 풀포기가 구분되지 않으며 돌을 들춰도 가재와 올갱이가 풍성한 나라, 나뭇짐을 진 머슴아가 애써 꺾어온 진달래를 건네받는 계집아이의 볼이 진달래보다 붉게 물드는 나라, 그 아이들이 시나브로 자라나 가시버시를 짓고 그들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이 다시 기운차게 뛰어다녔던 나의 나라여…….

상하이를 봉쇄한 함대의 중심에서 발생한 외침이 삽시간에 모든 전함에 파급되었다. 꿈에서조차 예측하지 못했던 이순신의 죽음에 또 한 차례의 승리를 준비하던 함대가 덜컥이며 정지했다. 공격명령을 기다리던 장병들의 손에 들렸던 무기가 일제히 떨어지고 동력을 공급해야할 자들도 그저 멍하게 노를 바라볼 뿐이었다. 순식간에 의지를 비롯한 모든 것이 붕괴된 주산군도의 함대 앞에 상하이의 함대가 쇄도했다.

웅대한 포부를 가슴에 담고 듬직한 무사들에게 빈틈없이 감싸여 새로운 도읍을 둘러보던 누르하치가 성 밖으로 나갔다. 지평선이 아득하게 펼쳐진 광활한 평원은 언제보아도 피가 끓었다. 말도 알아들었다는 듯 박차를 넣기도 전에 대지를 박찼다. 누르하치가 등에 메었던 맥궁을 잡고 독수리 깃 화살을 먹인 다음 하늘 높이 쏘아 올렸다. 동시에 수백이나 되는 화살이 일제히 발사되었다. 붉은 이리가죽의 무사들이 발사한 화살이 광야의 대기를 갈기갈기 찢어발겼다.

그때 만일 이순신이 죽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조선이나 일본 같은 국가쯤은 우습게 여기는 고려표운도 이순신에게는 승산이 없었다. 그때 이해욱이 이끄는 상하이의 함대가 질과 양의 모든 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았을 정도로 우세했던 화우산을 위시한 연합함대를 제압할 수 있었던 것은 이순신이 죽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뿐이었다. 이순신이 살아 있었다면 상하이의 함대를 일거에 격파한 다음 고려표운까지 손에 넣었을 개연성이 대단히 높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해욱도 이순신의 휘하에서 싸우다가 전사하는 것이 유일한 소원이었을 정도였다.

망부석처럼 바다를 바라보던 광해군이 그만 눈을 감았다. 이제는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한동안 눈을 감고 누군가의 이름을 애타게 뇌이던 광해군이 모래로 뭉쳐진 것처럼 스르르 무너졌다. 마모된 육체에 담겼던 영혼이 미세하게 바스라지고 구멍 난 그물처럼 퇴락한 의식의 성긴 틈으로 부식된 생명과 희망이 빠르게 누수 되었다. 변함없는 모양과 질감으로 육지를 핥아대는 파도 너머로 물새들이 무심한 몸짓으로 날아올랐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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