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롤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심장병이 생긴다고 믿게 된 과정을 설명하고 그런 가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평가한다. 2부의 제목은 ‘탄수화물 가설’로, 19세기부터 시작된 만성질환에 관한 탄수화물 가설의 역사를 다룬다. 또한 1960년대 이래 이 가설을 뒷받침하기 위해 전개되어 온 과학에 대해 상세히 논하고, 보건 당국이 ‘지방-콜레스테롤 가설’을 사회적인 통념으로 확립하자마자 이 증거가 어떻게 해석됐는지 살펴본다. 2부에서는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바와 같이, 고도비만을 일으키는 식이 요인과 생활 습관은 문명화에서 비롯된 모든 만성질환의 주요 환경 요인이기도 하다는 의견으로 끝을 맺는다. 3부의 제목은 ‘비만과 체중 조절’로, 비만의 원인과 이유에 대한 경쟁 가설을 다룬다. 또한 소모하는 칼로리보다 더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는 과식이나 좌식 생활 습관 때문에 살이 찐다는 통념이 비만에 대한 관찰 결과를 사회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어느 하나라도 입증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논한다. 그런 다음에는 비만의 원인이 칼로리의 양보다는 질 때문이며, 특히 정제 탄수화물이나 소화율이 높은 탄수화물이 지방의 저장과 대사에 관여하는 호르몬 조절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라는 내용을 담은 대립 가설에 대해 논의한다.
---「들어가는 말_밴팅의 이야기」중에서
클리브는 정제 과정에서의 탄수화물 농축이 세 가지 측면에서 유해하다고 생각했다. 먼저 탄수화물의 농축은 과다 섭취를 유발했다. 그의 표현에 따르자면 탄수화물의 농도때문에 식욕 조절 장치가 속임수를 쓰기 때문이다. 클리브는 ‘설탕을 소량, 즉 1티스푼 정도 섭취하는 것’과 본래의 형태로 같은 양을 섭취하는 것-예를 들어 사과 한 개-을 대조했다. “몇 티스푼의 설탕은 차나 다른 음료에 넣어 빨리 섭취할 수 있지만 같은 개수의 사과를 먹는 속도는 더 느릴 것이다. 이 주장을 확대하면 영국에서 1인당 하루 평균 142g의 설탕을 먹는 것과 사과 20개를 먹는 것을 대조할 수 있다. 누가 매일 자연 상태의 음식을 그만큼씩 먹겠는가? 만일 가능하다면 다른 음식은 어떻게 먹을 수 있겠는가?” 다음으로, 원래의 식품에서 단백질을 제거하는 과정은 탄수화물의 농축을 심화시켰다. 클리브는 소화성 궤양이 위에서 위산의 완충 역할을 담당하는 단백질의 부족으로 생긴다고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제 과정은 탄수화물의 소화율을 증가시키고 그로 인해 혈당이 높아지면 췌장에 과부하가 걸려 당뇨병의 원인이 된다. 다음은 클리브와 캠벨이 쓴 내용이다. “췌장에 부담을 주는 일이 다른 장기에도부 담을 준다고 가정하면, 중요한 것은 요구되는 일의 총량보다는 요구되는 일의 속도다. 가령 감자를 먹을 때 전분이 당으로 전환되고 다시 당이 혈류로 흡수되는 과정은 농축 설탕 덩어리를 먹었을 때의 격렬한 과정보다 더 느리고 가볍게 일어난다.”
---「제6장_당뇨병과 탄수화물 가설」중에서
식이와 생활 방식에서 질병으로 이어지는 인과관계 사슬의 연결고리는 과체중이다. 하버드 대학교의 역학자 월터 윌렛Walter Willet는 ?먹고 마시고 건강해지기: 하버드 대학교 의과대학이 제안하는 건강한 식생활 지침Eat, Drink, and Be Healthy: The Harvard Medical School Guide to Healthy Eating?에서 “체중은 거미처럼 건강과 질병이 복잡하게 얽힌 거미줄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고 표현했다. 또는 196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제레미아 스탬러가 특히 심장병에 대해 언급한 것처럼, “청소년기부터 중년까지 나타나는 과체중과 미국인의 보편적인 체중 증가 양상은 매우 일반적이고 심각한 위험 요인이다. 문제는 심각하고 뚜렷하고 엄청나며 곡예를 하는 듯한 비만에 있는 것이 아니라, 몇 년 새에 11∼18kg씩 점점 늘어가는 체중 증가-미국의 중년 남성들에게 아주 흔히 발생하고, 약하게 서서히 진행되는 비만-에 있다.” 과체중이 높은 만성질환 위험을 동반한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그러나 신체 활동의 상대적인 부족과 함께 모든 종류의 지나친 칼로리 섭취, 특히 식이지방의 높은 칼로리가 체중 증가의 원인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있는 가정이다. 지배적 통념으로는 단순한 칼로리 불균형이 주범이다. 즉 소비하는 양보다 더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기 때문에 지방이 생기는 것이다.
---「제13장_치매, 암, 노화」중에서
지난 세기 동안 수많은 연구 결과가 왜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쉽게 살찌는지를 설명했다. 이 연구 중에는 실험 대상자들이 몇 달간 식사 때마다 과식하도록 유도한 실험도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은 버몬트 대학교의 내분비학자 에단 심즈Ethan Sims의 1960년대 말 실험이다. 심즈는 먼저 학생들을 실험 대상으로 삼았지만 그들을 심각한 정도까지 살찌우는 것은 어려웠다. 다음에는 버몬트 주 교도소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하루 4,000kcal씩 섭취하게 했다. 그들은 체중이 조금 늘긴 했지만 안정된 상태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하루에 5,000kcal씩, 그 후에는 하루에 다섯 끼씩 7,000kcal를 섭취하게 했다. 마지막에는 신체 활동을 제한하면서 하루 10,000kcal를 제공했다. 심즈는 “각 개인마다 살찌는 정도가 매우 달랐다.”고 보고했다. 실험 대상자 중 8명이 200일 동안 이 엄청난 식이요법을 실시했는데, 2명은 쉽게 살이 쪘지만 6명은 살찌지 않았다. 한 대상자는 30주 동안 억지로 과식하게 한 후에도 체중이 60kg에서 64kg으로 4kg만 늘었다. 심즈는 실험이 끝나자 “모든 실험 대상자들은 체중이 즉시 줄어들었고 민첩함도 그대로 였다.”고 기록했다. 비만 환자들이 ‘반기아 식이요법’을 끝낸 후 자신들의 본래 체중으로 돌아가는 것과 똑같았다. 심즈는 ‘영양 과다와 영양 결핍’ 모두 스스로의 신진대사와 에너지 소비량을 적응시키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신체적 능력이 사람마다 다른 것처럼 몇 명은 이 적응력이 다른 사람보다 더 뛰어나다.
---「제16장_비만과 체중 조절의 역설」중에서
최근 비만 연구 중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을 한 가지만 꼽으라고 한다면, 공복감과 신체 활동량 부족이 뚱뚱해지려는 호르몬 대사의 성향 때문에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는 배고픔을 느끼지 못하거나 신체 활동을 하고 싶은 충동이 칼로리를 저장하기보다는 태우려는 호르몬 대사의 성향 때문에 생기는 것과 같은 원리다. 비만 연구자들은 키, 즉 뼈와 근육 조직의 성장은 유전적 성향과 호르몬에 의해 조절되며, 성장에 필요한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 과잉 열량 상태를 유도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지방조직이 성장하는 데 비슷한 과정이 관여한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 그들은 의대에서 배웠던 것, 그때도 지금도 일반 통념인 것만 믿는다. 뼈와 근육, 즉 키는 뇌하수체에서 성장호르몬이 분비되기 때문에 자라며, 지방 조직 즉 허리둘레는 과식하거나 신체 활동량이 적기 때문에 늘어난다고 믿는 것이다. 뚱뚱해지는 것이 원인이고, 그 결과가 과식이며, 그 역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가정은 왜 한세기 동안 연구가 제자리 걸음이었는지 , 왜 연구진은 똑같은 실험만 반복하고 있는지도 설명해준다. 이 논리에 따르면 비만인 사람은 뚱뚱해지는 체질적 성향이 있으며 마른 사람은 지방 축적에 저항하는 체질적 성향이 있다. 이 성향은 신진대사와 호르몬 상태에 아주 미묘한 편차를 만들어낸다. 비만인 사람은 체질적으로 지방조직에 약간 과량으로 지방을 축적하는 성향이 있으며, 이에 따라 보상적인 성향으로 마른 사람이 섭취하는 칼로리보다 조금 더 섭취하거나 에너지 소비량을 살짝 줄인다. 비만 환자는 이렇게 숨겨진 장애의 영향력을 상쇄시킬 때까지 지방을 축적할 것이다. 이들은 점차 에너지 균형을 찾아가지만 과체중이면서 체지방이 과잉인 상태에서만 균형을 이룬다.
---「제17장_에너지 보존의 법칙」중에서
‘고칼로리 식이요법’이 ‘반기아 식이요법’보다 체중을 더 많이 감량한다고 인정하면, 통념처럼 퍼진 몇몇 가정은 뒤집히게 된다. 그중 하나가 음식 섭취와 체중의 관계에서 우리가 알아야 할 전부로 여겨졌던 ‘칼로리는 칼로리다’라는 명제다. 하버드 대학교 영양학자 프레드 스테어는 이렇게 말했다. “쇠고기나 버번, 설탕, 전분, 치즈, 크래커, 어디에서 오든지 칼로리는 모두 똑같다. 과량의 칼로리는 그대로 과량의 칼로리가 된다.” 하지만 칼로리는 칼로리일 뿐이라면 치즈는 먹고 크래커는 먹지 않는, 칼로리와 상관없이 탄수화물을 제한한 식이요법이 왜 체중을 크게 감량시킬까? 만약 ‘탄수화물 제한 식이요법’으로 하루 2,700kcal나 그 이상의 칼로리를 섭취하면서도 상당량의 체중이 감량된다면, 체중 조절에 칼로리가 중요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최소한 탄수화물의 양은 결정적 요인이고 탄수화물에는 체중에만 영향을 주고 에너지 함량에는 영향이 없는 무언가 특별한 점이 있는 게 아닐까? 한 세기 전 막스 루브너가 제안한 ‘분비샘에 영향을 미치는 특별한 영양물질’이 체중 조절의 한 요인이며, 더 깊이 관련된 또 다른 요인이 있을 가능성은 없을까?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브루스 비스트리언과 조지 블랙번은 환자에게 하루 650∼800kcal의 살코기, 생선, 가금류 등 단백질과 지방만 먹게 했고 이들 중 절반은 최소 18kg을 감량했다. 이 성공률은 1970년대 이후 ‘수천 명의 환자’에 의해 진실임이 입증되었으며 비스트리언은 이렇게 말했다. “상당량의 체중을 감량할 수 있는 효과적이고 안전한, 매우 놀라운 방법이다.” 하지만 만약 ‘극저칼로리 고지방, 고단백질 식이요법’의 균형을 맞추려고 탄수화물, 예를 들면 400kcal 정도의 ‘훌륭한 과일과 채소’ 를 첨가하면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는 ‘반기아 식이요법’이 된다. 1,200kcal의 지방, 단백질, 탄수화물이 골고루 포함된 식단이 되는 것이다. 비스트리언은 “그런 식이요법으로 18kg을 감량할 가능성은 1%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20장_색다른 식이요법」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