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동양의학으로 포괄하여 표현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한의학(韓醫學; Oriental medicine, OM)은 중국에서는 중의학(中醫學;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TCM), 북한에서는 고려의학(高麗醫學)과 동의학(東醫學), 일본에서는 한방의학(漢方醫學)과 화한의학(和漢醫學; Kampo medicine)이라고 한다.
동양의학은 나라와 민족의 특성과 생활방식, 기후, 풍토, 관습에 따라 공통성과 차별성을 가지면서 각각 독자적으로 발전을 거듭하였고, 그 과정 속에는 나라별로 다음과 같은 발전 방향과 특성이 있다.
1949년 중국혁명이 성공한 이후, 중국인들은 전통의 학도 이론적으로나 실제로 유용성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따라 현대적인 방법으로 수천 회의 임상시험과 연구를 하였으며, 그 결과 1958년에 중국의 중앙위원회는 전통의학과 현대의학은 동등한 자격이 있다고 발표하였다.
1946년 북조선 임시 인민위원회 포고 제4호, 동약(東藥)의 제조 및 판매제도의 정비를 시작으로 정권수립 초기에 북한은 주요정책으로 일제치하 동안 침체해 있던 민족의학의 부흥을 위해 동의학 기술과 동약의 보존과 발굴에 주력하였다. 그러다가 1950년대 후반에 들어오면서 북한은 동의학을 학문적으로도 더 높은 수준으로 심화, 발전시키려는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하게 되며, 그 정책은 필연적으로 동의학을 현대의 추세에 맞게 과학화하는 작업이 될
수밖에 없었다. 1958년에는 동의학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대한 북한 당국의 구체적인 정책들이 제시되면서, 의학과학원 산하에 동의학연구소를 설치하였고, 1970년대에는 시·군 단위까지 동의학관리국을 설치하였다. 1993년부터 동의학을 고려의학으로, 동의사를 고려의사로, 동의요법을 고려치료요법으로, 동약을 고려약으로, 동의학부를 고려의학부
로, 동의과를 고려치료과로 개명하였다. 1998년 1월에 인민보건법을 보완한<의료법>에 따르면 의료기관은 환자치료에서 집체적(여러 사람의 힘이나 지혜 등을 한데 모아 합치는 것) 협의제와 개별적 책임제를 강화할 것을 규정하고 있으며, 고려약 요법, 침요법, 뜸 요법, 부황요법과 같은 고려의학적 방법과 약수, 온천과 같은 자연 인자를 환자치료에 널리 받아들이고 있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明治維新; Meiji restoration)의 영향으로 1875년에 ‘의술개업 시험제도’를 제정할 때 서양의학 과목으로만 의사시험을 치게 하였고, 1895년 2월 6일 제국 의회에 상정된 ‘의사 면허 규칙 개정안(한의 존속 안)’이 부결되면서 결국 제도권에서 한의사가 영영 사라지게 되었다. 그러다가 1971에 미국과 중국이 교류하면서 서양에서 한의학에 관심
을 가지기 시작하자, 일본에서도 한의학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졌고, 국민들도 한약을 선호하는 경향을 가지게 되면서 한방제제 산업의 활성화로 이어졌다.
1990년대 중반 이후에는 한방의학 교육을 실시하는 의과대학이 크게 늘기 시작하여, 2004년부터는 일본의 전체 의과대학에서 모두 한방의학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 일본은 주로 한방약리(漢方藥理)의 면역학적(免疫學的) 기전들을 연구함으로써 큰 성과를 얻고 있는데, 이것은 일본의 의학(醫學)이 독일의학을 기반으로 하여 대학을 만들었고, 의약학자(醫藥學者)들이 독일에 유학하여 당시에 세계 제일이었던 독일의 세균학(細菌學)과 천연약물학을 배워왔기때문이다.
미국에서는 1971년 중국과의 정보 교류가 정치적으로 허용될 무렵, 언론을 통해 소개되었던 침 마취기법(acupuncture anesthesia technique)을 통해 기존의 침술에 대해 재인식하게 되었다. 더 나아가침술에 전기를 결합한 방법을 개발하여 치료에 이용하였으며, 지금은 경피신경자극치료(TENS)기술과 함께 근대 전기치료의 본질적 기본개념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그 효과들을 입증하기 위한 광범위한 과학적 연구의 노력은 불분명하던 동양의학의 해부조
직학적 기능변화와 세부적으로는 자율신경계 및 내재성 아편, 비 아편 체계를 비롯한 각종 호르몬의 변화들에 대해 명확하게 확인시켜주고 있다.
이상과 같이 동양의학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객관화하려는 노력은 현재도 계속 진행 중에 있다. 접근방향은 조직학적 접근, 신경생리학적 접근, 전기생리학적 접근, 내분비학적 접근, 정신신체학적 접근, 통증과 재생의 관계에 관한 연구 등이 있으며, 연구의 성과는 균형조절치료의 치료적 가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5장 ‘치료의 원리’」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