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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네모아의 연가

히네모아의 연가

[ 양장 ] Drama Book이동
권지니 저 | 눈과마음 | 2005년 02월 1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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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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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5년 02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406쪽 | 518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57512609
ISBN10 8957512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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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 머리카락이 맞닿아 있는 곳에서는 어떤 향기가 날까? 그는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살짝 그곳에 코를 갖다댔다. 천국에서만 맡을 수 있을 것 같은 향기가 그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향기롭게 퍼지기 시작했다. 만족스러운 신음 소리를 내던 태훈은 가슴팍에서 울리는 웃음소리에 깜짝 놀라서 채영의 몸을 살짝 떼어냈다. 그러자 졸음에 겨운 눈이 개구쟁이 아이처럼 웃으며 다시 그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내 향기를 오빠에게 전부 뺏겼으니 나도 오빠의 것을 가져가야겠어요.”
그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있느라 그녀가 그의 얼굴을 볼 수 없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태훈은 헛기침을 하며 대꾸했다.
“뭘 갖고 싶은데?”
“갖고 싶다고 하면 줄 거예요?”
태훈의 침묵을 승낙으로 받아들인 채영은 다시금 그의 가슴에, 아니, 그의 심장이 있는 곳에 얼굴을 가져다 댔다.
“이 심장 소리 저 주세요. 아침마다 내 향기를 무제한으로 공급할 테니까 오빠도 이 심장 소리를 유통 기한 없이 내게 주세요. 오케이?”
이건 분명 사랑 고백이며 프러포즈였다.


“향지가 그러더군요. 해바라기처럼 바라보기만 하다가는 결국엔 그리움에 시들어 죽는다고……. 그 말을 들었을 때는 평생 그렇게라도 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이젠 아니에요. 그렇게 살기 싫어요. 나에게 태양이기만 했던 당신. 이제 당신은 나에게 꽃이에요.”
“무슨 얘기를 하려고 이런 쓸데없는 말들을 늘어놓는 거지?”
냉정하게 또박또박 말하는 태훈의 말투는 보통 사람들이 들었다면 기겁을 하고 도망갔을 정도로 싸늘했다. 팔만 뻗으면 서로에게 닿을 수 있을 만큼의 거리를 두고 마주앉은 그들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곧이어 채영이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당신과 나 이렇게 가까이 있어요. 하지만 한 사람이라도 다가가지 않으면 마냥 바라만 봐야 해요.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다가가는 것과 그저 바라보기만 하고 맴도는 건 결코 달라요. 그 간단한 이치를 이제야 알았어요. 그래서 태양이라 부르던 당신을 꽃이라 부르고, 해바라기였던 난 벌이 되고 나비가 될 거예요. 그 자리에서 꼼짝도 않는 당신에게 내가 벌이되고 나비가 되어서 날아갈 거예요. 바로 지금처럼요.”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있던 채영은 무릎으로 그가 있는 곳까지 다가갔다. 그리고 자신의 하얀 손으로 그의 손을 꽉 쥐어 잡았다.
“내가 다가가면 물러서지 말고 그 자리에만 있어줘요. 내가 손을 잡으면 내 손 안에 당신의 손을 맡겨 둬요. 내가 다가간 만큼 다가오지 않아도 좋아요. 그냥 그 자리에만…… 그 자리에만 있어줘요. 벌들은 꽃에게 구애를 해요. 늘 찾아가죠. 그렇게 그들은 사랑에 빠져요. 그리고 구애를 받은 꽃들은 자신이 가진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을 선물해요. 그것이 바로 그들의 애정 방식이죠. 오빠도 그렇게 하세요. 언젠가는 오빠도 마음속 깊이 간직한 달콤한 꿀을 나에게 주고 싶을 때가 있을 거예요. 그때까지 난 끊임없이 다가가고 자극하고 기다릴 거예요.”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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