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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SET

나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SET

[ 전2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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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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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4년 1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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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13 9788990982049
ISBN10 899098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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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 이우일
1969년생으로 홍익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했고, 1993년 자비로 『빨간스타킹의 반란』이란 만화책을 내며 스스로 만화계에 입문했다. 졸업 후, 일러스트레이션과 만화를 그리며 그림책 작가인 아내 선현경과 딸 이은서, 그리고 고양이 카프카와 마포에 살고 있다.
『도날드 닭』『우일우화』『호메로스가 간다』『김영하 이우일의 영화이야기』『신나는 노빈손 시리즈』등이 대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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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였다. 여관을 찾기엔 너무 늦었다. 어딘가에서 아침을 기다려야 한다. 역 구내는 벤치는 물론 콘크리트 바닥도, 통로도 모두 점령돼 있다. 역에서 아침을 기다리는 것은 포기했다. 밖으로 나온 순간 탄성이 터졌다. 역 앞 넓은 광장 바닥에 야숙하는 수백, 아니 수천 개의 검은 그림자가 있었다. 더러운 천을 몸에 말고 자는 남자. 자기 전까지 젖을 먹였는지 갓난아이를 가슴에 안고 자는 여자. 가재도구를 전부 챙겨 나온 듯 엄청나게 많은 짐들을 둥글게 둘러싸고 자는 가족들. 작은 봉지를 소중한 보물인 양 가슴에 안고 자는 노인… 사람 뿐 아니다. 다리를 접고 쪼그리고 앉아 자는 들소도 있다. 고민 끝에, 역 앞에서 노숙해보기로 했다.
가족들이 모여 자는 곳을 찾아 옆에 천을 깔았다. 양복을 타월처럼 말아 베개로 삼았다. 눕자 별들이 바로 눈앞에 펼쳐졌다. 금세 땅의 미지근한 온기가 천을 통해 전해졌다. 대지의 따스함이 긴장을 풀어줬다. 수천여 인도인과 같은 하늘 아래서 밤을 보낸다. 묘하게 편했다. 얼마나 잤을까. 하늘이 하얘지기 시작했다. 몸을 일으켜 주변을 돌아보니 지난 밤 광장에 누워있던 사람들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연기가 나고, 밥을 짓는 여자도 있다.
소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 옆에서 자던 한 마리는 일어난 뒤 옆에서 자던 새끼를 머리로 들이받아 깨웠다. 어린 소는 비틀비틀 일어나 사람이 얼마 없는 광장 끝까지 걸어가 오줌을 누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사람과 너무 똑같아 웃음이 나왔다. 광장이 숨을 쉬기 시작했지만 아직 6시도 안 됐다.
--- 인도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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