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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에게 보내는 일기

그 남자에게 보내는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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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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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4년 12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478쪽 | 695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70903958
ISBN10 897090395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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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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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 아니었다. 34년 동안 살면서 네 번째다. 첫 번째는 고등학교에서 퇴학처분을 받았던 16세 때, 두 번째는 출판금지 가처분신청이 접수되어 그 후 지방재판소에 고소를 당한 26세 때, 세 번째는 당신이 내 앞에서 모습을 감춘 31세 때―.
정신과에 다니면서 카운슬링이나 투약치료를 받은 적도 있지만 나는 야나기 다케하루의 단 하나 뿐인 보호자다. 정신안정제나 수면제를 입에 넣을 수는 없다. 정신적 동요는 내 힘만으로 막지 않으면 안 된다. 아들이 차가운 타월을 손에 들고 침실에 들어왔다.

기어서라도, 써 보이겠다! 쓰지 못한다면 구술필기로! … 아들 돌보는 일은 베이비시터 T씨한테 맡기고 Y씨가 준비해 준 죽을 매실장아찌와 먹는다. 지금 쓰러져서는 안 된다. 나는 작가로서, 부모로서, 쓰지 않으면 안 된다. 쓸 의무를 짊어지고 있는 셈이다.
12월30일
청소업체 다스킨에 대청소를 맡겼기 때문에 베이비시터 T씨가 언니 부부의 집으로 아들을 데리고 가 주기로 했다. 나는 고마치 거리의 ‘밀크 홀’에서 저녁 무렵까지 시간을 보낸다. 찻집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독서를 하다니 이게 도대체 몇 년 만일까.
<아버지는 하늘, 어머니는 땅>을 읽었는데 단어가 너무나 아름다워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1854년, 미국 정부는 3년 동안에 걸쳐서 원주민들과 싸운 끝에 그들의 토지를 사들여서 거주지를 내주라고 신청했다. 스쿼미시 족과 드와미시 족의 부족연합 대표인 시애틀 추장은 더 이상 싸울 수 없다고 판단, 이 조약에 서명하고 대통령에게 전해 달라면서 연설을 한다. <아버지는 하늘, 어머니는 땅>은 연설문을 발췌한 글이다.
아득하게 먼 하늘은 눈물을 닦고
오늘은 아름답게 개었다.
내일은 구름이 하늘을 덮을 것이다.
하지만 내 말은 별과 같이 변하지 않는다.
워싱턴의 대추장이
땅을 사고 싶다고 했다.
어떻게 땅을 사간다고 말하는가?
그리고 땅을.
나는 모르겠다.
바람의 냄새와 물의 반짝임을
당신은 도대체
어떻게 사간다고 말하는가? (중략)
시애틀 추장은 태어나고 자라났던 땅을 잃었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를 잃어버리고 언어를 잃어버리고 마침내 침묵 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언어를 일으켜 세웠다. 하지만 그 언어는 침묵에서 떠나가려 하지 않는다. 침묵 바로 그것처럼 멈추어 서 있을 뿐이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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