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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최후의 결전 2

이순신 최후의 결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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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5년 0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52쪽 | 357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57514740
ISBN10 8957514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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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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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과 같은 날, 정유년(丁酉年) 9월 16일(서력 1597년 10월 25일) 술시 정 이각(戌時正二刻 오후 8시 30분 경), 한성.

“가자!”
유성룡(柳成龍)은 궐문을 나섰다. 교꾼들은 극진한 예의로 영의정을 모셨고 앞장선 길라잡이는 일인지하만인지상(一人之下萬人之上)께서 납시니 썩 물러나지 못하겠느냐며 호통을 쳤다. 그러나 황급하게 좌우로 갈라서서 한껏 허리를 굽혀야 할 백성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이미 가을에 접어든 계절이고 해가 떨어진 지 오래라는 것을 생각하면 행인들이 뜸할 수도 있었지만, 지금의 한성은 공허한 바람이 거리를 휩쓸고 싸늘한 요기(妖氣)가 눈을 번득일 따름이었다.
- 으음?
유성룡은 누군가가 뚫어지게 주시하는 것 같은 느낌에 흘긋 돌아보았다. 거기에 도사린 거대한 짐승 같은 것은 바로 경복궁(景福宮)이었고 도성을 휘감는 요사스런 바람의 발원지도 바로 거기였다. 왕조와 국가를 상징했던 웅장한 경복궁은 이미 5년 전에 백성들의 손에 의해 불타 버렸다. 그들을 지켜 주어야 할 왕이 허겁지겁 야반도주를 해버리자 분노한 백성들은 그들의 분노를 횃불에 담아 집어던졌다. 조선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근정전(勤政殿)을 비롯한 수백의 전각이 불타 버렸고 타다 남은 그것들은 늑골 같은 서까래를 흉물스레 내비칠 뿐이었다. 선조(宣祖)가 신료들과 더불어 정사를 돌보던 근정전에는 요사스런 여우들이 울부짖었고 피곤한 몸을 뉘이던 침전(寢殿)에는 장정의 허벅지 같은 구렁이가 똬리를 틀었다. 밤마다 귀신들이 나타난다는 소문이 사실로 굳어진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었다.
- 이 꼴이 된 게 어디 경복궁뿐이겠는가?
그때 미처 피난가지 못하고 적에게 남겨진 백성들은 어쩔 수 없이 새로운 주인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예상외로 일본군은 그리 포악하지는 않았고 오히려 백성들을 잘 다독였다. 어쨌든 먹고살아야 했던 백성들이 그들에게 협조하고 적응하자 밥은 굶지 않게 되었고 새로운 세상을 만난 것도 같았다. 그러나 머지않아 이순신이 연전연승하여 바닷길이 막히고 의병들이 일어나 보급로를 차단했다. 거기에다 명나라가 참전하고 권율이 행주산성에서 대승을 거두는 등 전세가 역전되기 시작하자 일본군은 그들의 본질인 왜적으로 돌아갔다. 처음에는 수상한 자들을 적발하여 감금하기 시작하다가 나중에 한성이 포위당하자 아예 후환을 없애겠다며 남정(男丁)들의 씨를 말렸다. 당연한 수순인 약탈이 곁들여지자 백성들은 무더기로 굶어죽었다. 마침내 한성을 빼앗긴 지 1년 반 만에 다시 수복했지만 병사들이 가는 곳마다 해골이 켜켜로 쌓였고 개울과 도랑에는 썩어 가는 시체들이 그득할 따름이었다. 어쩌다가 마주치는 백성들은 바로 귀신의 몰골이어서 지옥에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
다시 환도(還都)한 선조와 신료들도 그만 넋을 잃었지만 어쨌든 궁궐에서 조정을 차리는 것이 모든 것의 첫 걸음이었다. 그러나 경복궁이 오래 전에 불타 버리지 않았던가? 어쩔 수 없이 9대 군왕이셨던 성종 대왕의 형님이신 월산대군(月山大君)의 사저와 인접한 저택들을 합쳐서 이궁(離宮)하여 행궁(行宮)살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 경복궁에 비하면 행랑채 같은 행궁과 거기에 쪼그린 왕실의 모습은 참으로 목불인견이었다.
- 아아,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다는 말인가?
유성룡은 크게 탄식했다. 그에게 주어진 영의정이라는 직분은 쌀 한 톨도 없이 쫄딱 망해 버린 집안의 청지기에 다름이 아니었다. 어떻게든 나라를 다시 세워야 했지만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지 않은가? 차라리 이 무거운 짐을 팽개치고 깊은 산골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이었으나 남에게 책임을 전가한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영상! 함께 가십시다!”
누군가의 외침에 가마를 세우고 보니 바로 정탁(鄭琢)이 아닌가? 그는 소인배들의 모함으로 죽을 위기에 처한 이순신을 자신의 목숨을 걸고 구해 낸 사람이었다.
“허허허, 선배님께서는 어인 일이십니까?”
벼슬은 유성룡이 훨씬 높았지만 정탁은 같은 퇴계의 문하였고 나이도 올해 일흔이 넘어서 50대 중반인 유성룡의 아버지뻘이었다.
“어인 일은? 이 늙은이가 영상대감께 술이나 한 잔 얻어먹고 싶어 몰래 따라왔소이다.”
“선배님께서는 말씀을 낮추십시오. 여기는 사석(私席)이 아니더이까?”
“허허허! 어서 술이나 마시자니까요. 설마 술값이 없다고 내빼지는 않으시겠지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유성룡이 앞길을 잡았다. 지금 조선에서 가장 꼿꼿하고 청렴한 정탁이 술이나 사달라고 실없이 농탕칠 리는 없었다. 근방에 기생들이 있는 기루(妓樓)가 없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집으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유성룡의 자택은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목멱산(木覓山 남산) 어름에 있었기 때문에 다리품을 많이 팔 것도 없을 터였다. 두 사람은 머지않아 주안상을 사이에 두고 좌정했다.
“제가 한 잔 올리겠습니다.”
유성룡이 공손히 잔을 따랐다.
“이 난리 통에도 서애(西崖)의 가택은 별 피해가 없구먼, 다행일세.”
“다 왜놈들 덕분입지요.”
“그렇다면 나도 왜놈들의 덕을 보는 셈이로군.”
유성룡은 쓰게 웃었다. 도성 곳곳을 감제(監制)하기 용이한 남산에 일본군들이 지휘부와 요새를 건설하는 것이야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고, 그 덕택에 유성룡의 자택은 별 피해를 당하지 않았다. 다시 환도하고 보니 집이 무사했고 흩어졌던 노복들이 다시 모이게 되어 이제는 제법 부유한 티마저도 흐르는 터였다.
“선배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유성룡이 깊이 고개를 숙였다.
“무엇을 감사한다는 말인가?”
“제 동생을 살려 주신 은혜는 참으로 각골난망입니다.”
유성룡과 이순신은 거의 형제지간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런 이순신이 위기에 빠졌을 때 유성룡은 아무런 힘이 되지 못했다. 다행히 정탁이 나서서 구명이 되었지만 유성룡은 지금까지 변변한 인사조차도 드리지 못한 터였다.
“서애가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나는 서애의 동생을 구해 준 적이 없어! 다만 소인배들의 모함에 빠진 삼도수군통제사(三道水軍統制使)를 구해 준 적은 있지. 그러니 내게 감사할 필요는 없다네.”
“하하하! 과연 선배님이십니다!”
두 사람은 다시 한 번 잔을 들었다. 유성룡이 이순신을 출세 길로 밀어주고 등용한 공이 있다면 정탁은 거의 죽을 뻔한 이순신을 구출한 공이 있었었으니, 두 사람이 술을 마시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기도 했다.
“모처럼 술을 얻어먹어서 즐겁기는 하네만, 지금 이 순간에도 굶주리는 백성들이 적지 않을 것이니 참으로 답답한 일일세.”
“그렇습니다. 대체 언제나 끝나려는지…….”
조선을 제쳐 두고 명나라와 일본이 시작한 오랜 강화협상이 깨진 것은 작년 말이었다. 당연히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다시 침공군을 발진시켰고 그에 따라 조선도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임진년에 이어 이번에도 건너온 고니시 유키나가는 본래부터 조선과 우호적이었고 전쟁이 빨리 종식되는 것을 원하여 강화회담의 모든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사람이었다. 그런 고니시가 수하인 요시라(要時羅)를 파견하여 ‘곧 가토 기요마사가 건너오니 바다에서 요격하면 충분히 잡을 수 있다’며 전하자 조정은 완전히 뒤집어졌다. 가토 기요마사는 일본 장수들 가운데 특히 용맹하여 조선의 북쪽 끝까지 진격한데다, 임해군과 순화군의 두 왕자까지 생포한 연유로 해서 가장 악질적인 놈으로 인식되지 않았는가? 그 가토를 잡는다면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죽이는 것과 거의 대등한 효과를 거둘 수도 있었다.
“그때는 다들 미쳐 돌아갔었어.”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겝니다.”
늘 패배하고 쫓겨 다니면서 겨우 명나라 지원군의 눈치나 보던 조정에게 가토 기요마사의 목은 엄청난 선물이었다. 이름 깨나 있는 대신들은 자기 몫으로 당기려 획책했고 거기에 한몫 끼어 들려는 자들이 일제히 떠들어대는 통에 조정은 시정잡배들의 소굴로 전락했다.
“문제는 전쟁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자들이 전쟁을 좌지우지하려 들었다는 것이야.”
“언제나 그러지 않았습니까?”
바다를 건너는 가토 기요마사를 참살하고 목을 베어 올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이순신뿐이었다. 이순신을 움직이는 것이 그 공을 독차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편이 되었고 이순신을 향해 온갖 말과 글이 우박처럼 쏟아졌지만 그는 답답할 정도로 신중했다.
“하하하! 고니시 유키나가가 아무리 우리에게 우호적이라고는 하지만 근본이 적장 아닌가? 세상에 적장의 뜻대로 작전을 세우고 실행하라고 지시하는 나라는 조선이 유일할 것일세.”
“너무나 빤하지 않습니까? 볼 것도 없이 제 동생을 유인하여 습격하겠다는 책략이었을 것입니다. 어떻게든 그를 제거하지 않고는 결코 조선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을 테니까요.”
그러나 천하의 이순신이 어찌 그런 점을 간파하지 못하겠는가? 즉시 출격하여 가토 기요마사의 목을 가져오라는 명령을 이런저런 핑계를 대어 지연시켰다. 설마 가토가 그 정도로 어수룩하게 걸려들지는 않을 것이라 판단했는데, 그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다. 이순신이 나가지 않자 그를 움직여 공을 세우려던 자들은 이순신을 아예 갈아 마시려고 들었다. 그 결과 홀로 나라를 지탱해 낸 영웅은 감히 조정을 속이고 임금을 업신여겼으며 적을 놓아주고 나라를 배반했다는 엄청난 대역죄로 비참하게 끌려가 고문을 당해야만 했고 언제 망나니의 칼에 목이 떨어질지 알 수 없었다.
“5년 동안 오직 나라를 위해 몸바친 대가가 고작 그런 것이라는 말인가? 나라와 조정이 그 사람에게 해준 것이 대체 뭐가 있다는 게야! 자네 동생은 오직 맨주먹으로 그 모든 것을 이루어 내어 나라를 지켜 주었고 조정을 먹여 살리다시피 했지만 그들은 은혜를 원수로 갚았을 뿐이었네.”
“…….”
“하기는 그동안 저질렀던 실책들이 어디 한 둘이겠는가? 모처럼 한꺼번에 만회할 기회가 와서 눈이 시뻘개져 있는 판에, 그것을 날려 버린 이순신이 죽이고 싶도록 증오스러웠을 터이지. 참으로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모를 놈들이야, 그러나 그놈들은 더욱 큰 실수를 저지르고야 말았어!”
“원균을 이르는 것입니까?”
“그렇지! 그 충성스럽고 용맹한 이순신을 잡아다 고문하는 놈들이 겨우 선택한 게 하필이면 원균이라니? 그렇게 공론이 정해지는 순간, 나는 하마터면 피를 토하고 죽는 줄만 알았다네.”
어쨌든 삼도수군통제사를 비워 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순신의 휘하에 있던 전라우수사 이억기나 충청수사 최호가 승진하여 통제사를 맡는 것이 당연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원균이 그 자리를 꿰차 버리고 말았다.
“이순신은 본래부터 부산 방면으로 나가는 것을 극도로 꺼렸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육군의 지원이나 조공助攻 없이 수군만 나가서는 도저히 승산이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지요.”
보기에는 답답했지만 한산도에서 굳게 틀어막아 지키는 것이 유일한 방책이었다. 그렇게 힘을 기르다가 언젠가 때가 되면 벼락같이 강습하여 모조리 바다에 처넣을 때를 기다리는 이순신, 그런 그에게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따라다닌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순신은 전혀 개의치 않고 묵묵히 자신의 전략을 수행했다. 그러자 비판의 강도가 더해졌고 그 선봉에 선 자가 바로 원균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비판은 전쟁을 모르는 자들의 헛소리로 치부할 수 있었지만 이순신과 비슷한 직책을 가진 원균의 그것은 결코 만만치 않은 무게가 있었다. 게다가 이순신은 본래부터 적이 많은 사람이었다. 어떤 일에도 개의치 않고 자신의 의지를 그대로 관철시켜 뛰어난 실적을 거두는 비범한 실천가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이순신도 적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후후후, 당파싸움이라는 괴물은 그리도 흉악하다는 말인가? 자신들의 의견이 옳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나라마저 망쳐먹어도 아무 상관이 없다는 꼴이라니…….”
조선이 이순신을 잡아넣고 그 자리에 원균을 앉혀서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최대의 충성을 바치게 된 것은 당파싸움이 거두어 낸 전과일 뿐이었다. 그 한심하고 증오스런 자들은 오직 나라 망치고 백성들을 도탄에 빠뜨리는 데에만 훌륭한 솜씨를 발휘할 따름이었고, 이순신은 그 대표적인 희생자였다.
“서애는 본래 동인東人이었지?”
“예, 그러나 지금은 남인南人입니다.”
처음에는 동인과 서인西人, 두 편으로 나뉘어 치열하게 싸웠었다. 그 유명한 관동별곡關東別曲과 사미인곡思美人曲의 시인인 송강 정철이 이끄는 서인들에게 크게 밀려 전멸 직전이었던 동인들은 이산해李山海와 유성룡을 필두로 일대반격을 가한 끝에 다시 우세를 잡을 수 있었다. 그때 동인들은 서인들의 처분을 놓고 다시는 힘을 못 쓰게 거세를 해야 한다는 강경파와 그래도 적당히 손을 봐야 한다는 온건파로 나뉘는데, 강경파가 북인北人, 온건파는 남인南人으로 갈라졌다. 그것이 임진란 직전이었지만 사실 그런 이유로 인해서 동인들이 남인과 북인으로 갈려진 것은 아니었다. 본래 권력이라는 것은 나누어 가지기 어렵다는 속성이 있는 관계로, 방해물을 제거하는 데까지는 협조가 가능하지만 일단 목표가 가시권에 들어오면 다시 갈라지게 마련이었다. 동인에서 그렇게 북인과 남인이 갈라지고 서인이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판도에서 전쟁이 터진 것이었다. 처참한 전쟁이 5년을 넘게 지속되었지만 당파싸움은 그치지 않았다. 강경파인 북인들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목을 베고 일본을 초토화해야 한다면서 더욱 깃발을 높이 세웠고 온건파인 남인들은 일단 백성들이 살고 봐야 하니까 어떻게든 전쟁을 속히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력이 미약한 서인들은 아무래도 강경파인 북인을 따라다닐 수밖에 없었다.
“천조(天朝 명나라)께 고맙게 생각하게나.”
“하하하, 그렇습니다. 우리나라를 멸망에서 구해 주신 고마운 분들이 아닙니까?”
국가가 겪을 수 있는 가장 극한적 상황인 전쟁에 돌입하면 불리하건 유리하건 간에 강경파가 득세하기 마련이지만 오히려 온건파인 남인들이 우세를 잡을 수 있었다. 그것은 거의 전적으로 명나라의 덕분이었다. 굳이 애써서 싸울 이유가 없는 명나라가 일본과의 화평 교섭에 나서자 전쟁은 휴전상태에 들어가고 상대적으로 온건파의 입지가 강화된 것이었다. 일본과 명나라는 그 회담을 통해 서로가 서로를 속이기에 여념이 없었지만, 어쨌든 회담은 회담이었고 남인은 호가호위狐假虎威의 이득을 얻어내었다. 동상이몽처럼 5년 가깝게 이어온 회담은 마침내 깨어지고 정유년의 전쟁이 발발하자 이번에는 무게중심이 자연스레 강경파로 넘어갔고 첫 전과가 가토 기요마사를 놓아준 이순신을 잡아들이고 원균을 앉힌 것이었다. 이순신이 남인의 영수인 유성룡과 밀착한 사이고 원균은 서인의 맹장인 윤두수 - 정철은 예전에 죽었다 - 와 인척관계라는 것도 결코 간과하기 어려운 부분인데, 그런 그들의 선택은 그 막강했던 조선수군을 몰살시키는 결과를 가져왔으니 어찌 통분하지 않겠는가?
“어쨌든 제 동생이 죽지 않고 다시 삼도수군통제사로 보임 되었으니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다시 말하겠네만, 나는 어디까지나 나라와 백성을 위하는 마음에서 그리한 것뿐일세.”
“물론 그러시겠지만 어쨌든 소인에게도 큰 은혜를 베푸신 것이니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자아, 한 잔 더 받으시지요.”
두 사람은 달게 잔을 비웠다. 잠시 잔을 바라보던 정탁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지금의 전황은 어떻게 되었는가?”
“아, 직산에서 왜적들을 격파한 천병(天兵 명나라 군대)이 급히 추격하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만.”
“그래? 그렇다면 전과가 크겠구먼?”
“그런데 그것이……. 수급 18급을 얻었다고는 합니다만…….”
“흐음, 양측이 수만 명을 동원해 부딪친 전투에서 승리한 전과가 겨우 18명의 목을 잘랐다는 것인가?”
“…….”
“그 보고가 맞는다면 아무래도 무슨 꿍꿍이가 있음이야! 가만, 혹시 유인을 하자는 수작이 아닌가?”
“글쎄요……. 일단 충청도 남쪽으로 유인한 다음 수군을 동원하여 배후로 상륙하겠다면 그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대단히 급박하네. 어서 내일이라도 천병들에게 알려야지.”
“제가 말한다고 들을 그들이 아니지만, 뭐 그리 걱정하실 것은 없습니다. 제 동생이 왜놈들의 수군들을 박살낼 터이니까, 유인이고 뭐고 다 허사가 될 터이니까요.”
“흐음, 장계에 의하면 겨우 판옥선 12척에 불과한데, 그것으로 어떻게 수백 척의 왜놈들을 무찌른다는 말인가?”
정탁의 우려에 대해 유성룡은 그저 태연하게 잔을 넘길 뿐이었다.
“제 동생이 대체 누구오이까? 바다에서는 천하무적인 이순신입니다! 그런 즉 선배님께서는 아무런 염려를 놓으십시오. 머지않아 승전보가 당도할 터이니 그때 크게 한 잔 더 사도록 하겠습니다. 대승을 거둘 수 있게 해주신 분은 바로 선배님이니까요. “
이순신은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패배하지 않는다는 유성룡의 태도는 강력한 신앙과도 같았다. 그것을 본 정탁이 빙그레 웃었다.
“사실은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그래서 미리 축하주를 얻어 마시려고 온 것이 아닌가?”
“하하하! 과연 선배님과는 이심전심이 있습니다. 그럼 한 잔 더하시지요!”
“암! 그래야지, 오늘은 마음껏 취하고 싶구먼 그래.”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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