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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은하 스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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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은하 스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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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2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364쪽 | 469g | 148*210*30mm
ISBN13 9788957074800
ISBN10 8957074805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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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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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텔?”
“그래, 아주 골치라니까.”
명품샵 여주인 말로는 한 달 전에 경매 받은 고시텔이 있는데 장기계약자들이 있어서 내쫓지도 못하고 아주 골치라고 했다. 장기계약자들의 계약이 끝나는 날만 기다렸다가 업종 변경을 할 거지만 그래도 그때까지는 관리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거였다.
“어유, 언니는. 내가 그런 걸 어떻게 해? 화장실 청소랑 계단 청소, 그런 것도 해야 되는 거 아냐? 못 해, 못 해!”
엄마는 참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잘라 말했다. 못 한다고 말이다. 참 상황 파악을 못 하는 엄마였다.
“해요! 해요! 할 수 있다니까요!”
혹여 명품샵 여주인의 맘이 변할까 나는 후다닥 뛰어가 엄마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하여 몇 분 뒤, 엄마와 나는 밖으로 나왔다. 명품샵 여주인이 건네준 쪽지를 무슨 보물지도인 양 들고서.
“택시!” --- p.39

“뭐야? 여성 전용이잖아!”
어쩐지 일이 너무 쉽게 풀린다 했다. 기대가 컸던 탓일까? 여성 전용이라는 간판을 보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려버렸다. 털썩, 땅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엄마가 선글라스를 벗고 나를 내려다봤다.
“뭐가 문제야?”
엄마는 참 별일도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여성 전용이라잖아!”
“그래서?”
“그래서라니? 여성 전용이라는 건, 여자만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라구요.”
“너, 바보지? 치마 입으면 되잖아!”
엄마는 나를 향해 돌아서더니 확, 열어젖혔다. 밍크코트를. 그러고는 밍크코트 안에 입고 있는 치마를 내 앞에 들이밀었다.
“뭐야? 나한테 지금 그걸 입으라는 거야?”
초작렬 미니스커트였다. --- p.41

그렇다. 나의 완벽녀는 안경만 쓰면 지극히 평범한 여사원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그녀는 나의 완벽녀였다. 아니, 그렇기 때문에 나만의 완벽녀였다.
그녀의 섹시하면서도 순수한 모습을 알고 있는 남자는 나밖에 없는 것이다!
앞으로도 그래야만 한다, 기필코!
출근 전이나 퇴근 후의 안경을 벗은 그녀의 모습, 그 완벽한 모습을 볼 수 있는 남자는 나, 황제뿐이다!
하루 종일 나는 그 생각만 했다. 어떻게 해야 그녀의 맨 얼굴, 그러니까 안경 벗은 모습을 나만 볼 수 있을까? 그녀는 안경만 벗으면 완벽녀가 된다.
말도 안 돼. 겨우 안경 하나로 사람 인상이 그렇게 달라질 수 있어?
그래, 그래. 그렇게 따지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나도 안다. 그러나 정말이다. 그녀는 안경을 쓸 때와 벗었을 때의 이미지가 완전히 다르다. 안경만 벗으면 ‘초특급 슈퍼 울트라 섹시&순수’, 그 자체가 된다. --- p.114

『여기는 은하스위트』가 웹진에 연재되는 동안, 많은 분들이 “재미있다”는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그 댓글들을 보며 나는 울었습니다. 떠난 이들이, 정처 없어진 이들이, 한순간이나마 시름을 내려놓고 하하하, 그저 한번 웃을 수 있는 글이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연재를 했으니까요.
그 댓글들을 보며, 처음 문학에 뜻을 품었던 시절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그 당시, 우리 다섯 식구가 모여 살던 다락방에는 보일러가 들어오지 않아 겨울이면 전기장판 위에 배를 깔고 누워 이불을 뒤집어쓴 채 언 손에 입김을 불어가며 글을 써야 했지요. 비록 가난은 나를 추위에 떨게 했지만 문학에 대한 열정은 나를 자유롭게 해주었습니다. 이곳이 아닌 다른 곳을 꿈꾸게 해주었습니다.
내가 꿈꾸던 그곳에 작은 방 한 칸이라도 마련해주자.
자꾸 떠밀려 다니기만 하는 이들을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란 어디서든, 아주 잠시라도 엉덩이를 내려놓고 쉴 수 있는 그런 방 한 칸 마련해주는 일이 아닐까?
그런 마음으로 『여기는 은하스위트』의 빈 방을 채웠습니다.
떠나야 했던 이들, 지금도 정처 없이 거리를 서성이고 있을 이들을 한 명, 한 명 불러 모았습니다. 그런 까닭에 『여기는 은하스위트』의 입주자들은 외모도, 학력도, 살아온 내력도 제각각입니다. 그러나 외모도, 학력도, 살아온 내력도 제각각인 그들은 아직 꿈꾸는 이들입니다. 꿈꾸는 이들은 싸우는 자들입니다. 싸우는 자들은 아직도 열심히 찾고 있는 이들이지요. 헛된 희망일지라도 오늘 속에서 내일의 씨앗을 발견하려고 하는 사람들입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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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랑의 장편소설 『여기는 은하스위트』는 명랑한 작가의 명랑한 소설이다. 빠른 속도로 즐겁게 읽히는 ‘은하스위트’는 주인공 남자아이의 발랄하고 생기 있는 성장담을 그린 성장소설이기도 하고, 반쯤은 풍비박산이지만 어떠한 상황에서도 절망하지 않는 가족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며, 또 가난하고 외롭지만 억세게 살아가는 여성들만의 교감과 연대에 관한 서사이기도 하다. 또한 이 소설의 중요한 화두인 성과 이성에 대한 주인공의 호기심은 음란하거나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흐르지 않고 독자들도 부담 없이 함께할 수 있는 순진무구한 판타지이다.
복도훈(문학평론가)
내게 있어 이명랑은 ‘영등포’의 작가이다. 『꽃을 던지고 싶다』에서부터 『삼오식당』까지, 그녀는 자신이 알고 있는 세상에 대해서, 꼭 그만큼의 언어로, 부끄러움이나 어설픈 치장 하나 없이, 우직하게 고백하는 작가였다. 그런 그녀가 이번엔 강남 한복판을 주 무대로 한 소설을 썼다. 그러나 배경만 바뀌었을 뿐, 안심하라. 여전히 그 속에서 만나는 인간들은 영등포 시장에서 본 적 있는 무릎이 퉁퉁 부어 있는 군상이다. 앞치마로 가리고 있던 무릎들이 고스란히 세상 밖으로 드러난, 드러날 수밖에 없는 여인들. 그녀들은 계속 ‘은하스위트’를 꿈꾸지만, 그러나 끝내 그곳에 가진 못할 것이다. 그녀들 또한 그것을 알기에 함께 꿈을 꿀 수 있다. 그래서 이제 ‘영등포’를 떠나와 함께 꿈을 꾸는 그녀들은, 세상 곳곳을 ‘영등포’로 만들어버리고 있다. 이 소설은 바로 그 꿈에 대한, 함께 꿈을 꾸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이기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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