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해야 알지」
소심한 성격의 지선이는 그토록 친구가 되고 싶었던 희원이와 한반이 된다. 숙제로 가족신문을 만들면서 지선이는 모든 것을 희원이에게 주어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함께 만든 가족신문이 희원이 것만 뽑히자 지선이는 매우 실망한다. 더욱이 똑같이 시를 베껴 신문에 실었는데 자신의 것만 뽑히지 않자 지선이는 희원이에게 토라진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지선이는 희원이와 다시 말을 하고 싶어하는데…….
사소한 일로 오해하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토라졌다가 특별한 계기가 없어도 그런 감정들이 봄눈 녹듯 사라져버리는 아이들의 심리 묘사가 탁월한 작품이다.
「내 별명은 꿀꿀이」
아이들을 잔뜩 불러모아 생일잔치를 벌이는 채연이는 아빠로부터 깜짝 놀랄 만한 선물을 받는다. 마술이 그것이다. 혼신을 다해 마술을 보여주고 난 아버지는 친구들 앞에서 ‘꿀꿀이’라는 딸의 별명을 서슴없이 부르고 만다. 채연이는 친구들에게 놀림받을 걸 걱정하며 아버지에게 따지려고 한다. 엄마는 그런 채연이를 말리면서 그간 몰랐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 채연이는 아버지는 엄하고 폭력적인 할아버지 아래서 매 맞고 자란 아이였다는 것. 그 때문에 자신은 훌륭한 아버지가 되려고 끊임없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채연이는 알게 된다.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매 맞는 아이를 소재로 다루면서 단지 그 이야기를 소재로만 삼지 않았다. 매 맞고 자란 한 아이가 훌륭한 아버지가 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를 보여주면서, 가족, 이웃, 친구를 사랑하는 것이 단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라고 작가는 말한다.
「현재와 현석인 형제」
축구 일짱인 현재는 옆반과 축구시합에서 수정이에게 잘 보이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오히려 빈축을 산다. 공을 잘 못 차 동생 현석이를 맞히고도 달래주기는커녕 화를 냈기 때문이다. 그 일로 수정이에게 잘 보이려던 것이 뜻대로 안 되자 현재는 현석이 탓을 한다. 그 때문에 싸우게 되고 좋아하는 축구도 일주일 동안 못하도록 벌을 받는다. 티격태격 싸우다가도 돌아서면 금세 화해하는 형제들간의 이야기이다. 축구공이 화자로 등장해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을 택해 형제간의 미묘한 심리를 객관적으로 그려냈다.
「지영이네 밸런타인데이」
지영이네 식구는 아버지가 죽고 난 뒤 모두들 슬픔에 잠겨 있다. 모두 태연한 척해도 아버지를 잃은 상처에 아파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날, 엄마는 아버지가 남긴 병상일기를 보고, 비록 아버지는 없지만 사랑은 남아 있다는 걸을 깨닫는다. 엄마는 지영이, 우영이, 두 딸에게 이버지의 병상일기를 읽어준다. 그걸 읽으면서 지영이네는 아버지의 사랑이 사라지지 않는 한 아버지는 죽은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가족을 잃은 슬픔과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주는 작품이다.
「크리스마스 나무」
서로 의지하는 친구 사이였던 두 나무는 환경이 바뀌면서 서로 서먹서먹한 관계가 된다. 한 나무는 상냥하고 싹싹해 공원 나무들 사이에서 인기다. 하지만 한 나무는 무뚝뚝하고 소심해 자신을 잘 표현하지 못해 공원에서 소외당하고 만다. 표현을 하지 못하는 것이 잘난 척하는 것이 되어버린 나무. 결국 주위 나무들의 사랑을 잃어버리고 자신은 아무 쓸모없는 존재라는 생각에 야위어 간다. 어느날, 그 나무도 누군가에게 아주 소중한 존재라는 걸 때닫게 된다. 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왕따 문제를 다루고 있는 이 동화는 나무를 의인화해 소외된 자의 내면심리를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꼭꼭 숨을 거야, 날 찾지 못해」
가정 폭력에 희생당하는 아이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아버지의 폭력으로 엄마가 집을 나간 날, 상우는 아버지를 피해 식탁 밑으로 숨어든다. 아버지에게 들킬까봐 조마조마해하던 순간 갑자기 정전이 된다. 어둠 속에서 상우는 엄마와 아버지 세 식구가 행복하게 사는 상상을 해본다. 그러나 그것은 상상 속의 일일 뿐이다. 술에 취하지 않으면 다정한 아버지, 자신을 버리고 집나간 엄마를 상우는 그리워한다. 요즘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가정 폭력 문제와 같은 어두운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눈 오는 날 문 밖에서」
뭐든지 혼자 할 수 있을 나이가 되었다고 생각한 4학년 재용이는 눈 오는 날 뜻밖의 경험을 한다. 엄마가 태백산으로 연수를 떠난 뒤 3시간 정도 혼자 있게 된 재용이는 눈밭에서 뒹굴며 놀다가 열쇠를 잃어버린다. 일찍 오기로 한 아버지는 연락이 안 되고. 온몸이 젖은 채 문 밖에서 몇 시간을 지내게 된다. 아버지를 기다리면서 재용이는 아직도 보호받아야 할 아이라는 걸 깨닫고, 늘 물과 공기같은 존재인 부모에 대해 새삼 고마움을 느낀다.
발랄하고 경쾌한 문체로 성장기 아이의 내면을 다루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자연스레 느끼게 한다.
「날아라, 대통아」
성장기의 아이들이 다 그렇듯, 용주도 작고 귀여운 생명체에 대해 관심이 많다. 그래서 그간 토끼나 병아리를 기르기도 했다. 그러나 곧 싫증을 내거나 관심이 멀어져서 제대로 기르지 못했다. 어느날 용주가 둥지에서 떨어진 새끼 비둘기를 주워오자 엄마는 예전 용주의 행동을 생각해 비둘기 기르는 것을 반대한다. 용주는 이번에는 절대로 그러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고 비둘기를 기른다. 점차 가족들은 비둘기를 가족으로 인정하고 대통이라는 이름까지 지어주는데…….
흔히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생명 경시 풍조를 돌아보면서 생명의 존엄성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동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