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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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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9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432쪽 | 476g | 140*210*21mm
ISBN13 9791155126622
ISBN10 115512662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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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동. 띵동.
벌컥!
현관문이 열렸다.
“이봐, 너무하다는 생각 안 들어?”
새벽 2시에 귀가한 준훤이 연수의 끈질김에 백기를 들었다. 준훤의 얼굴이 짜증스레 일그러진 상태였다.
“7시 30분만 되면 그대의 이사님이 경기를 해. 심하게 부지런한 비서님 때문에!”
신경질을 부리는 준훤은 오늘도 역시나 드로어즈 차림이었다. 일주일째 한결같이 간편한 팬티 차림으로 연수를 맞이했다. 준훤의 노여운 얼굴을 마주 본 연수가 목을 가다듬고 보고했다.
“오전에 회의가 있습니다, 이사님. 신차 개발 테스트센터 신축에 관한 브리핑입니다.”
“잘 가, 그대 비서.”
회의에 관심이 없는 준훤은 잽싸게 현관문을 닫으려 했다. 눈치 빠른 연수가 손으로 문을 붙잡으며 현관 안으로 훌쩍 발을 들였다. 연수의 몸이 현관으로 들어온 이상 준훤이 문을 닫아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나가. 제발 나가줘.”
준훤은 코앞으로 다가와 선 연수에게 사정을 했다. 턱을 높이 들고 준훤을 올려다본 연수가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사님과 함께 나가겠습니다.”
“환장하겠네. 빌어먹을.”
뇌리가 아득한 준훤은 연수를 차마 내쫓지 못하는 저를 원망하며 두 손으로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마귀가 낙강한 거야. 왜 하필 내 앞이냐고, 그게.”
“앞에 있는 사람이 천사가 아닌 것만은 확실합니다.”
홀로 비탄한 준훤에게 연수는 마귀까지는 아니지만 날개 달린 천사도 아니라고 자신의 정체를 인정했다. 준훤의 인상이 엉망으로 찌그러졌다.
“어김없이 문을 열어준 내가 미친놈이지.”
“그렇지 않습니다. 칭찬받아야 마땅…….”
“됐고. 들어오기나 하셔.”
쌩하니 몸을 돌린 준훤은 어금니를 깨물고 침실을 향해 걸음을 떼어 나갔다. 연수의 목소리가 준훤의 발길을 조심스럽게 붙잡았다.
“이사님, 긴히 부탁을 하나 드려도 될까요?”
“긴히? 무슨 말씀이 하고 싶으셔서?”
손으로 목덜미를 주무른 준훤이 자리에 멈춰 서며 연수에게 눈길을 건넸다. 시선을 살포시 바닥으로 떨어뜨린 연수가 요구했다.
“자주 보다 보니 익숙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만, 그렇더라도 내일부터는 바지를 입고 문을 열어주셨으면 합니다. 파자마라도요.”
“파자마?”
준훤의 입술에 순간적으로 사악한 미소가 번졌다. 기회를 잡은 준훤은 낮게 헛기침을 뱉고 말했다.
“타협하지, 우리. 이사님께서 파자마라도 입고 문을 열어줄 테니 출근을 두 시간 늦추는 걸로.”
준훤에게 연수의 시선이 놓였다.
“그냥 눈 뜨고 감상하겠습니다. 이사님의 아리따운 몸을.”
“타협 따윈 하지 않겠다?”
준훤의 눈가에 희미한 경련이 일었다.
“지금은 이사님께서 참고 견디지만 언젠가 폭발하는 날이 올 거야. 그날에는 빤스조차 입지 않고 그대를 맞이해주겠어.”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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