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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환상

그대의 환상

[ 양장 ] Drama Book이동
이서완 저 | 눈과마음 | 2005년 03월 0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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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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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5년 03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343쪽 | 480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57512708
ISBN10 8957512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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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이서완
여행과 드라이브를 즐기는 1971년생 쌍둥이좌. 주요 작품으로 『비프스튜처럼』 『열정』 『그대의 환상』 『그녀의 무구한 웃음』 『해바라기 사랑』 『뒷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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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났던 2년 동안, 잠깐 동안이라도 너 나 사랑한 적 있었니?”
똑똑하다고 소문난 남자가 미련하게 구는 것처럼 보기 힘든 것도 없었다. 2학년 겨울부터 2년을 만나왔다. 헤어진 1년 동안 그 좋다는 이 남자의 머리가 고장이라도 났다는 말인가.
“응, 지금도 많이 좋아해.”
승경이 솔직하게 대답하자 율환의 얼굴이 조금 밝아졌다. 담배를 찾아 무는 그의 손이 눈에 보이게 떨렸다.
“거짓말.”
“진짜야. 어젯밤에 전화 받고 한숨도 못 잤어.”
“정말? 그런데 왜 나는 네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을까?”
율환의 얼굴에 피어오르는 기대를 보자 입을 쥐어박고 싶었다. 하지만 거짓말할 필요는 없었다. 아직도 문제가 무엇인지를 모르는 이 답답한 남자를 선택했거나 선택당한 여자를 위해서 승경은 솔직하고 직설적인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나는 넥타이도 됐다가 구두도 됐다가 하고 싶지 않아. 난 어느 날은 남편의 도시락 가방이 되고, 어느 날은 양복바지인 채로 살 수 없는 사람이야. 그러고 보면 난 사실은 사랑이 뭔지 잘 모르는 것 같아. 사랑하면 바닥을 기면서 살아도 좋다는데 난 쭈그리고 앉는 것도 싫어. 욕해, 욕해도 좋아.”
“승경아.”
이름을 부르는 율환의 눈에 간곡함이 있었다. 승경은 순간, 흔들리고 있는 자신을 보았다. 그러나 이내 제정신이 들었다. 환경이 맞지 않는 남자와 여자는 만나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나이 몇 살 어린 승경이 꼬박꼬박 해대는 반말을 무심히 들어내는 품성 좋은 이 남자가 욕심이 난다고 해도, 소위 예술을 한다는 사람들은 자기 잘난 맛에 주변 사람을 우습게 안다는 말을 서슴없이 면전에서 하는 그의 어머니를 참아낼 자신은 없었다.
“많이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안 되겠어. 내 의식의 기저층을 봐. 안 보여? 내가 너한테 목말라 하는 거?”
“갈증은 우물이 보이는 시점이 최고조래. 하지만 물 마신 사람은 언제 바가지 봤냐는 듯 팽개치기 일쑤고, 물맛을 불평하게 돼 있어. 난 바가지도 물도 안 해.”
“그럼 네가 나를 목말라 하면 되겠네. 잘 마시고 나서 팽개치면 되잖아?”
“난 너한테 기갈나지 않았어. 말장난하지 마. 좋아는 했지만 사랑은 아니었다가 내 결론이야.”


“그냥 마시기 심심한데 말 잇기 게임이나 합시다. 지는 사람은 술을 마시든 상대가 원하는 벌칙을 한 가지 받든 하기로 하고.”
“재미있겠네. 나 뭐 시킬 건데요?”
“뽀뽀.”
성재의 말에 승경이 눈을 흘겼다.
“유치해라. 이미 할 거 안 할 거 다 해본 사이에 뽀뽀? 하긴, 안 걸리면 되지, 뭐. 그럼 나는 뭐를 시키지?”
잠시 궁리하던 승경이 잊어버리면 안 된다는 듯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
“외국어 안 되고, 틀린 말부터 시작하고, 같은 말 두 번 못해요. 죽었어! 시작해요.”
“오케이, 고등어!”
“어리굴젓!”
“젓갈!”
“갈치!”
“치와와!”
“땡! 외국어! 마실래요? 벌칙 받을래요?”
성재는 마시는 쪽을 택했다. 승경이 기생처럼 흥청거리는 시늉을 하며 잔을 채웠다. 성재는 한 잔을 들이켠 후 다시 시작했다.
“치약!”
“약국!”
“국물!”
“물갈퀴!”
“퀴…….”
이번에도 성재는 마시는 쪽을 택했다. 두 잔을 연거푸 들이켜고 나니 천장이 가볍게 한 바퀴를 돌았다. 승경이 까르르 웃었다. 다시 성재부터 시작했다. 그러나 봉곳하게 돌아서, 혹은 길게 쭉, 받히고 미끄러져 머무는 모통이들의 만남은 주의력을 빼앗아 갔다.
“퀴즈!”
“땡! 퀴즈는 우리말이 아니죠. 자, 또 한 잔 받으시고.”
승경이 병을 잡았다. 목까지 술이 들어찬 느낌에 성재는 승경을 만류했다. 미치도록 빼앗아 가지고 싶을 만큼 사람을 주목시키는 굴곡을 가진 여자와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것 자체가 실없는 것이었다.
“아니, 아니, 벌칙으로.”
“그래요? 그럼 뭘 시킬까? 우선 처음이니까, 가볍게 엉덩이로 이름 쓰기 정도가 좋겠네.”
미꾸라지 어디 빠져나가듯 엉덩이로 재빨리 이름을 쓰고 자리에 앉았다. 그동안 승경은 쿠션에 코를 묻고 웃었다.
“자, 시작해요. 퀴!”
“퀴…….”


“나 미행하니? 왜 아무 데서나 불쑥불쑥 나타나?”
“우연의 일치야.”
“정말 기분 나쁜 우연이네.”
파란색 네온이 화려한 근처의 다른 집으로 들어갔다. 테이블이 세 개밖에 없는 아주 작은 가게는 입구까지 커피 향이 배어 있었다. 승경은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추궁하는 심정이 되었다.
“따라가 봐야 되는 거 아니야?”
“어디로 간 줄 알고?”
“많이 취했던데.”
“혼자 마신 거야.”
냉정한 음성에 괜한 소리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이라는 소리를 세 번이나 했던 그 여자, 애교가 많을 것 같던데 한성재를 굉장히 사랑한다면서 왜 헤어졌을까?
“해명해 봐.”
“예전에 잠시 알았던 앤데, 자꾸 피곤하게 굴어.”
태도는 싫었지만 간략한 설명은 마음에 들었다. 승경은 맥주 한 병을 주문하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가벼운 리듬을 실은 일본 노래가 흐르고 있었다.
“피곤도 하겠다. 예전에 잠시 알았던 애가 얼마 전에 잠시 알았던 애 뺨 후려치는 것까지 처리하러 다니려면.”
“아니, 예전에 잠시 알았던 애가 지금 만나는 여자의 뺨 후려친 거야.”
“그게 아니겠지. 예전에 잠시 알았다가 이제 다시 잘 좀 알아볼까 하는 여자겠지. 거짓말하지 마. 앞에서 듣기 좋은 소리 한다고 넘어가는 타입 아니야.”
“알아. 거짓말 같은 거 안 해.”
의미 없는, 말장난 같은 말이 오갔다. 승경은 맥주 뚜껑을 비틀며 자조하듯 말했다.
“어디서 예쁜 여자는 잘도 골라내.”
“그중에서도 네가 제일 예뻐.”
성재는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웃지도 않고 그런 간지러운 말을 했다. 승경은 입술 끝으로 웃었다. 반발이 일었지만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덜컹거렸다.
“처음부터 알았지만 넌 너무 능숙하고 능란해. 그래, 연애는 환상이지. 매번 가장 예쁜 여자랑 즐기는 것도 행복할 거야.”
“사실이야.”
“고마워.”
입을 동그랗게 만들며 장난스럽게 응수하자 성재는 뺨에 보조개가 패게 웃었다. 승경은 성재의 뺨에 보조개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괜히 마음속이 얼크러졌다.
“얼마 전에 가게에 왔던 여자 예쁘더라.”
감정적인 실랑이가 하고 싶었던 승경은 실실거리며 성재를 약 올렸다. 알아챘는지 성재가 맞장구를 쳐주었다.
“아까 그 남자도 근사하던데, 뭘.”
“무슨 컬렉터도 아니고, 그런 여자를 두고 왜 방황하니?”
“그 여자는…….”
성재가 설명하려 들었다.
“아니, 말하지 마. 관심 없어. 내가 먼저든 그 여자가 먼저든 그런 것도 의미 없고.”
승경은 손을 들어 만류했다. 사람에게 꼬리표가 있을 리 없지만 같이 선물을 사러 다닐 만한 사이라면 보통 관계는 아니었다.
“내가 알아서 뭐 할 거야? 어차피 원 나잇 스탠드인데.”


말없이 한참을 있자 대답을 기다리던 성재가 조그맣게 말했다.
“사랑해. 심각한 문제투성이고 마음에 안 드는 짓만 골라서 하는데, 그래도 왜 나는 네가 밉지가 않을까?”
얘가 지금…….
왈칵 신경질이 오른 승경은 쏘아붙였다.
“유치하게 들리니까 그런 소리 하지 마. 당신 바보야? 지금 이런 상황에 사랑이라는 말이 왜 나오니? 웃겨 정말, 넌 내가 우습니? 한참 심각한 상황에 개그 하는 것도 아니고.”
성재는 웃기만 했다. 꽤 괜찮은 남자다. 이 정도의 남자와도 결혼 결심이 안 서는 걸 보면 일생 결혼은 못하게 되나 보다 싶어 승경은 우울해졌다.
“일어서자. 집에 갈래.”
“바래다줄게.”
“뭐가 예뻐서?”
승경이 묻자 성재가 또 웃었다.
“그래도 너는 여전히 예뻐. 예뻐서 밉지. 사실 나는 너라는 사람 자체도 좋지만 네가 가진 환경이 더 좋아. 그렇게 많은 가족들하고 올망졸망 아끼고 부대끼며 사는 게 너무 부러워.”
“세상에! 이 아저씨 취향 참 특이하네. 아니, 부러울 게 없어서 흥부네 집이 부럽니? 늘 시끄럽고 정신이 하나도 없는 우리 집이 부러워?”
“부러워. 올 사람 갈 사람도 없이 적막하게 사는 사람들은 그런 활기가 부럽지. 난 좋아 보이더라.”
“그게 좋아 보여서 끼고 싶다고? 그럼 다른 쪽으로 알아봐. 저번에 본 우리 조카가 성재 씨가 이상형이래. 한번 잘 구슬려 보든가.”
“그만 해.”
성재는 화가 난 것 같았다. 승경은 위압적인 태도에 입을 다물었다.
“싫다는데 어쩔 수 없지. 미안하다. 언니들한테 여러 소리 해서 입장 곤란하게 만든 거 사과할게. 잘 살아. 보고 싶을 거야.”
성재는 정중히 인사하고 떠났다. 사라지는 그의 뒷모습은 담담하다 못해 냉정하게 느껴질 정도로 차분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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