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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시집가는 날 1

호랑이 시집가는 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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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9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400쪽 | 140*200*30mm
ISBN13 9788929820077
ISBN10 8929820077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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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지도 안 받고, 궐 밖에서 이리 지내면 아무런 대우도 받지 못하는데, 괜찮소?”
호여가 반색하며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소! 대우 좀 받겠다고 후궁 되어 이런저런 속박을 받느니, 차라리 지금 이대로가 더 낫소.”
윤이 갈등을 하면서도 끝내 답을 하지 않자, 호여가 아양을 떨며 채근했다.
“여태껏 했던 것처럼, 그리 지내게 해 주오. 나도 어렵사리 공부하여 급제까지 한 것인데, 궐 안에서만 꽃처럼 지내는 거 아깝지 않소? 내가 저잣거리 다니며 시정기도 써서 올리고, 부정한 관리들 적발하여 상소도 올리고 하면, 그대에게도 도움이 되고 얼마나 좋소.”
“생각 좀 해 봅시다.”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게 뭐 있소. 지금 당장 결단을 하오. 나 정말 궐에 들어간다는 생각만 하면, 눈앞이 캄캄하고 잠도 안 오고 죽을 것 같단 말이오.”
윤이 조금은 서운하다는 듯 아쉬운 얼굴을 했다.
“궐에 들어오면 매일 나를 볼 수 있는데도 말이오?”
“내가 다시 관원이 되면 편전에서 매일 볼 수 있지 않소. 때때로 이원 대감 댁 별당으로 찾아와 따로 만날 수도 있고.”
윤이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합시다. 어차피 아이가 생기면 궐 밖에서 지내게 할 생각이었으니…….”
“사관은 하루 종일 엎드려서 글을 써야 하니, 허리가 너무 아프오. 이러다 새우처럼 등이 굽을까 무서우니, 이왕이면 사헌부나 의금부로 보내 주오. 하면, 내 고관대신들 싹 다 감찰하여, 그대에게 낱낱이 보고하리다.”
품계는 다소 낮더라도 사헌부나 의금부 관원이면, 그 기세가 대단한 자리이니, 호여가 벌써부터 으스댈 생각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 철없는 모습에 윤이 혀를 쯧쯧 차더니, 진지한 얼굴로 호여의 손목을 잡았다.
“그전에 치러야 할 일이 있소.”
“치러야 할 일? 그게 뭐요? 설마 똥구멍으로 술을 먹고 입으로 뱉는 것보다 더 심한 것이오?”
“그대에게는 처음이라, 어쩌면 그와 진배없는 일일 수도 있소.”
“사헌부 면신례가 그리 심하단 말이오? 내 알기로 예문관이 가장 심하다던데, 그게 아니었소?”
“사헌부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나와의 일을 이야기하는 거요.”
그 정도 말을 했으면 눈치를 채야 하는데, 눈치라고는 밥 말아 먹은 호여는 눈을 끔벅이며 관원이 되는데 그대와 치를 게 무엇이냐며 말간 얼굴로 되물었다.
윤이 답답해하며, 진지하게 말했다.
“합궁을 말하는 거요. 조정에 나가기 전에 일단은 합궁이라도 해야, 내 마음이 놓인단 말이오.”
“합궁?”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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