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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는 카메라

여행하는 카메라

: 카메라 우체부 김정화의 해피 프로젝트

김정화 | 샨티 | 2014년 09월 2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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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에세이 top10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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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9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440g | 152*212*18mm
ISBN13 9788991075900
ISBN10 8991075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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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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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은 순전히 가난한 나라의 결핍된 아이들을 돕고 싶다는 선한 의도였다. 하지만 그 의도 속에 감춰진, 그 아이들에게 ‘구원자’로서 어필하려는 욕망을 나는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오만에 불과했다. 이 프로젝트가 끝나고 보니 정작 구원자는 내가 아니라 그 아이들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프로젝트를 통해 가장 성장하고 치유된 사람은 다름 아닌 나였다.”---p.10

“찍는 사람의 느낌이 전달되는 사진, 이야기가 상상되는 그런 사진이 좋은 사진이라고 생각한다. 얼굴이 반쯤 잘리고 초점이 안 맞으면 좀 어떤가! 찍는 사람이 느꼈을 정서가 고스란히 전달되고, 그래서 보는 이의 정서를 자극한다면, 완성도는 좀 떨어져도 충분히 좋은 사진이다. 그런 사진들은 기계가 아니라 마음으로 찍는다. 그렇기 때문에 카메라의 디테일한 기능 따위는 몰라도 된다. 그저 오토 모드로 놓고 찍어도 충분하다.”---p.34

“나 같은 외부인이 그런 일상적인 사진과 자연스러운 포즈를 담아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생각해 보라, 작고 귀여운 꼬마가 알짱대면서 카메라를 들이대고 나름 분위기 잡는데 그걸 본 어떤 어른이 어떻게 무장해제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사진 속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엄마 미소, 아빠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 사진을 본 사람들 또한 그렇게 엄마 미소, 아빠 미소를 짓게 되는 것이고.”---p.34
“다른 아이가 찍은 사진을 보다가 우연히 발견한 사진이 있었다. 내가 떼데퉤이의 머리를 만져주는 모습이 우연히 찍혀 있는 사진이었다.…… 떼데퉤이의 엄마도 생전에 이렇게 딸의 머리를 만져주었을까? 내 손길이 몸으로 기억하고 있는 엄마를 불러냈을까? 떼데퉤이가 감전된 듯 가만히 서서 나를 올려다본다. 그 아련한 시선이 마치 ‘엄마∼’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p.105

“그렇다. 문제는 나이가 아니었다. 문제는 해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내 안의 불신과 조바심이었다. 제로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은 차라리 쉬웠다. 몇십 배로 어려운 것은 그것이다, 내 안의 불신과 조바심에 항복하지 않고 버티는 것!”---p.160

“아이들과 다시 만날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나는 옛 연인과의 재회를 앞둔 사람처럼 가슴이 설레고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남이는 웃음이 인색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웃지 않고 있을 때의 표정에는 그늘이 드리워져 있는 아이였다. 그런데 다시 만난 남이는 무거워 보이지도 않았고 침울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성숙해지고 예뻐졌을 뿐만 아니라 몰라보게 밝고 가벼워졌다. 다행이다, 다행이다……”---p.207

“진짜 센 게 아니라 센 척하기, 진짜 개의치 않는 게 아니라 개의치 않는 척하기. 그 ‘척’이 생존 방식이 되기까지 이 아이는 얼마나 많은 눈물을 속으로 삼켰을까…… 못 본 척하기, 모르는 척하기, 끝내 곁을 내주지 않기…… 그것이 바로 끝까지 순정을 바치고 약한 모습을 드러내준 아이에게 내가 돌려준 것들이었다.”---p.279

“나는 그 아이를 품어주기는커녕 손길 한 번 주는 것도 인색하게 굴었고 너 때문에 힘들어 죽겠다며 아우성쳤다. 먼저 자기 자신을 수용할 수 있어야 다른 사람도 수용할 수 있는 법이다. 내가 그 아이를 문제 있게 보는 것이지 툽신치멕이 진짜 문제 있는 아이는 아니었다. 그러니까 문제는 툽신치멕이 아니라 나에게 있었던 것이다. 부끄럽다. 미안하다.…… 아프다.”---p.280

“내가 준 것이 카메라가 아니라 바이올린이었다고 해도, 아니 돌덩이였다고 해도 아이들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 아이들에게 행복한 추억이 되고 특별한 기억으로 남은 것은 프로젝트가 아니라 사람이었다. 자신을 선택해 주고, 마음껏 사진을 찍게 해주고, 좋은 데 놀러 가서 함께 놀고, 맛있는 음식을 사준 그 사람…… 그 사람의 존재만으로 아이들은 충분했고 중요했던 것이다.”---p.290

“나는 그저 아이들이 잘 놀 수 있는 판을 만들어주고 옆에서 촉진해 주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아이가 찍은 사진을 함께 보면서 아이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주고 잘 찍었다며 칭찬해 주는 것이 다였다. 너는 사랑스럽다고, 너는 능력이 있다고, 너는 소중한 존재라고 속삭여주면 될 뿐이었다. 그렇게 아이의 정서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지지해 주는 어른이 옆에 있으면 아이는 알아서 자가 발전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아이들은 그것을 고스란히 내게 갚아주었다. 그뿐 아니라 거울이 되어 내가 보지 못하는 나를 비춰주었다. 그리하여 처음 길은 내가 냈으나 이제 나는 아이들이 내준 길 위에 서 있다.”
---p.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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