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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가슴 속에 남은 빛

첫사랑, 가슴 속에 남은 빛

: 소설가들의 소설같은 첫사랑

윤후명 저 / 마광수 등저 | 동인 | 2000년 07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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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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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0년 07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93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4820166
ISBN10 8984820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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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 기도회 시간, 나는 성경책을 품에 안고 결석 없이 기도회에 참석하는 성실한 신교도였고 그리고 그도 그곳에 틀림없이 나와 있었다. 나는 그때 내가 아는 세상에서 가장 단순하고 가장 아름다운 얼굴들을 그곳에서 보았다. 자신들이 아는 그 모든 합리와 이성과 제 안에서 끊임없이 자기를 주장하는 그 '가지'라는 것을 제압하고 창조주 앞에 무릎 꿇는 그 경배의 자세에 이르기까지의 그 오랜 싸움의 힘겨움을 너무나도 알 것만 같았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까지 기도를 드리고 어둑한 예배당을 돌아 나올 때, 그는 어린아이와도 같은 평화로운 얼구로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그럴 때면 그의 옆에 나란히 앉아 함께 기도를 드리는 상상을 하며 혼자 쓰으윽 웃기도 했을 것이다.

또 어느 하루는 예배가 끝난 시간 그가 본당 입구에서 나를 발견하고는 환하게 웃는다. 아, 그래, 요즘 좋아 보여요. 예에 … 어쩌고 간단한 안부를 나누던 그때까지는 좋았다. 그럼 들어가세요. 그럼 안녕히 가세요. 안녕 … 어쩌고 몇 번씩 인사를 하고 막 돌아서는 순간, 무언가 높다란 전봇대 같은 데 퍽부딪혔던 것 위를 올려다보니 농구선수 현주엽보다 더하지 싶은 게 큰 남자가 내 머리 한참 위에서 나를 굽어보고 있었다. 그 순간 내 이런 한심한 모습을 그가 보았을 까 뒤돌아보니 그는 귀엽다는 듯이 안녕, 하고 다시 한 번 손짓했다.

아 그 창피 …

나는 토마토처럼 벌건 얼굴로 탄식하며 돌아나오고, 예배당에서 나오는 사람들은 나처럼 그에게 인사한다.

안녕히 계세요. 목사님.

그렇지. 그는 내가 다니던 교회의 젊은 목사였다. 젊고 사려깊고 명료했으며 조용한 가운데 힘이 있던 목사, 그것이 내가 기억하는 유일한 그리고 행복한 짝사랑이다.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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