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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일그러진 성적표

우리들의 일그러진 성적표

: 강병철 교육 에세이

작은숲 에세이-005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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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10월 06일
쪽수, 무게, 크기 282쪽 | 420g | 148*210*15mm
ISBN13 9788997581603
ISBN10 899758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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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강병철
총각 선생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30여 년 세월이 쏜살처럼 흘러 이제 초로의 시점에 서 있다. ‘첫 제자들의 아들·딸’들과 티격태격 중이며 정년 퇴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직 교사와 안식년 교사 등 신산고초를 거쳤으나 아직도 제자에 대한 짝사랑이 뜨끈뜨끈하니 천상 훈장 체질이다.
한국작가회의 대전·충남 지회장을 역임했으며, 청소년잡지〈미루〉발행인으로 10여 년 동안 이름을 걸기도 했다.《닭니》《꽃 피는 부지깽이》《토메이토와 포테이토》등의 성장소설과《쓰뭉 선생의 좌충우돌기》《선생님이 먼저 때렸는데요》등의 교육 산문집까지 열 권 이상의 책을 발간했으나, 아직도 도서관 붙박이로 습작 시인처럼 글자판과 씨름중이다. ‘술과 글’이 주특기이며 거친 외모와 달리 속살이 뽀얀 순정파 스승이다. 지금은 서산 대산고등학교에서 국어교사로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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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만에 인문계 고등학교로 컴백하려는 시점이다. 돌아온 교단이 예상보다 만만치 않아서, 초로의 사내는 요즘 대학 도서관에서 EBS 문제집으로 몸을 푸는 중이다. 오랜만에 인문계 수능 문제를 접하면서 만감이 교차한다. 그래도 이상하다. 수십 종의 국어 교과서 중에서 유독 EBS에서만 수능 문제를 출제하는 입시 타법이라니, 정답과 해설판을 움켜쥔 채 감독관 자리에 서는 셈이다. 변화는 또 있다. 외우는 게 사라진 대신 독해력은 스피드 게임이다.
예전 총각 선생 때는 무조건 좔좔 외우기만 하면 해결되었었다. 때까치 여고생들 앞에서 신비스런 포즈를 보여 주기 위해 아예 국어 교과서를 덮은 채 강단에 서기도 했다. ‘불휘 기픈 남? 바라매’를 외우면서 ‘용비어천가 2 장에만 유독 중국 고사가 없으며, 순우리말을 상징적으로 사용했다.’부터 운을 띄웠다.
--- 본문(EBS 문제집을 풀며)


나는 스무 날이 넘도록 인터넷에 미쳐 일상을 잃었고.
‘카카오톡의 마지막 문장’들을 껴안으며 수도 없이 흐느꼈다. 부르르 떨리는 입술을 막느라 동료 교사들과 눈길 맞추기조차 고통스러웠던…… ‘2014년 4월 16일 08시 52 분’으로 마감된 그 시각 영상이 가장 아프다. 다급한 소식에 놀란 세월호 학생의 어느 형이 카카오톡 답변으로.
‘괜히 우왕좌왕 당황할 필요 없고 정신 차리고 천천히 하라는 대로만 하면 돼.’
침착하게 달래 줬으나 그 조언은 안타깝게도 현실이 되지 못했고, 시키는 대로 움직이지 않았던 아이들은 기가 막힌 죽음을 만나야 했다. 그랬다. 세월호 꿈나무들은 ‘기다리면 구조가 되리라’ 기도하면서도 하나씩 마지막 유언을 남겼다.
‘엄마, 말 못할까 봐 그냥 문자로 내보낸다.’
‘누나 사랑해. 그동안 못해 줘서 미안해.’
‘연극부 아이들아, 진짜 내가 잘못한 거 있으면 용서해 줘. 사랑한다.’
동아리 후배의 ‘형, 왜 그래. 보고 싶어요.’라고 불안하게 보낸 답장이 마지막 소통이었던 것 같다. 아이들은 유년의 나처럼 ‘미안해.’ 대신 ‘사랑해요.’를 작별 인사로 남겼다.
---본문(우리들은 나쁘고 힘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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