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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좋은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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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10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380쪽 | 571g | 140*204*23mm
ISBN13 9788998294045
ISBN10 8998294044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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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최지혜
저자 최지혜는 (지혜의 여행창고 http://dandyjihye.blog.me)

그저 평범한 월급쟁이였던 그녀의 삶이, 취미로 카메라를 들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한정된 피사체에 갈증을 느껴 이곳저곳을 떠돌며 잠재되어 있던 방랑병이 표출되었고,
급기야 사표를 던졌다.
본격적으로 여행을 시작하면서 4년째 블로그를 통해 길에서 담아온 보따리들을 풀어내고 있다.
그로 인해 여행을 뛰어넘어 세상과의 또 다른 소통의 길이 마련되었고,
네이버 여행부문 2년 연속 파워블로거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녀는 보통의 일상에 순응하며 하루하루를 지루하게 살아가는,
마치 과거의 자신과 같은 이들에게 떠날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싶어 한다.
떠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간접적으로나마 다른 세상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 한다. 소통을 통해 그녀의 여행이 더욱 풍부해졌기에...
고양이를 두 마리 키우고 있는 캣맘이기도 한 그녀에게 제주도는
그 어느 여행지보다 더 특별한 곳이다. 2년 동안 무려 열한 번을 들락거렸고,
갈 때마다 짧게는 5일, 길게는 10일을 머물렀다. 주로 혼자 떠난 여행이 많았다.
아직 운전면허가 없는 게 어쩌면 다행이다. 버스를 타거나 걷다 보면
차를 몰고 지나면서는 놓치기 쉬운 것들을 만나게 되고,
그렇게 여행하며 보고 듣고 느꼈던 소소한 이야기들을 이 책에 녹여냈다.
그녀가 너무도 사랑한 곳이기에 첫 책의 테마는 당!연!히! 제주여야만 했다.

● 2010 한국관광학회 주관 대충청방문의 해 여행수기 공모전 장려상 2회 수상
● 2011~2012년 2년 연속 여행부문 네이버 파워블로거 선정
● 2012년 헤리티지채널 문화유산 사진공모전 은상 수상
● 월간 사진, 이스타항공 기내지, 오마이뉴스 등 다양한 매체에 여행기사 기고
● 2014 한화리조트 웹페이지 마이트립플래너 컨텐츠 단독 취재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올레1코스는 성산일출봉 정상까지 오르지는 않는다. 매표소 직전에서 주차장 쪽으로 길을 틀어 수마포 해안과 광치기 해변을 차례로 만나도록 했다. 수마포 해안가에 이르자 어느새 날이 저물어가고 있다. 정오가 못 되어 길을 나섰는데, 어느새 석양이 드리워진다. 우수에 찬 듯한 색감이 번지는 해변을 거닐어 올레1코스의 종점 광치기 해변에 닿는다.
꼬박 여섯 시간은 걸었나보다. 종아리가 묵직하다. 나의 첫 제주. 이 섬의 속살을 제대로 만났다.
- 〈나의 첫 제주, 올레1코스〉20p 중에서

“전망 좋은 곳 좀 추천해줘 봐.”
제주도로 여행을 떠난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 백만 년만에 제주도 왔잖아~.”
아주 오랜만에 밟은 제주 땅이라 무척이나 설렌단다. 가능하면 사람들 북적대는 관광명소가 아닌, 알려지지 않은 숨은 비경들을 찾아보고 싶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 중 전망이 끝내주는 곳을 추천해달라는 말에 나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지미봉을 얘기했다.
“전망은 지미봉이 짱이지~. 정상에 올라가면 우도랑 성산일출봉이 한눈에 보이는데, 지금껏 올랐던 오름들 중에서 전망이 젤 좋았던 것 같아.”
- 〈당신께 추천하고 싶은 전망, 지미봉〉91p 중에서

혹시라도... 언젠가... 제주도에 살게 된다면... 이런 집이었으면 좋겠다.
제주도라면 사실 어디든 좋지 않은 곳이 있겠냐만... 기왕이면 바다를 옆에 두고 있었으면 한다. 그 바다가 협재의 그것처럼 아름다운 물빛을 가지고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가만히 눈을 감고 상상에 빠져든다. 파도 소리에 단잠을 깬 나는 잠옷 바람인 채 슬리퍼를 신고 마당으로 나간다. 담장 너머의 바다를 한 번 내다보고는 두 손을 맞잡고 하늘을 향해 쭈욱 팔을 늘려 기지개를 켠다. 숨을 크게 한 번 내쉬고, 다시 한 번 깊게 아침 공기를 빨아들인다.
하아...... 이렇게 시작되는 하루라면 얼마나 달콤할까. 과연 그런 일상이 나에게도 올까?
- 〈돌담 너머 에메랄드빛 바다, 플래닛 게스트하우스〉128p 중에서

사실 이외에도 사건은 있었다. 어둑어둑한 새벽녘을 혼자 달리는 여성을 향해 휘파람을 불어대며 추파를 던지는 오토바이족들 때문에 살짝 긴장을 했고, 배터리를 두고 온 것을 알고 다시 숙소로 돌아갈 때는 가방에 넣어둔 물건들이 쏟아져 도로 한가운데 쭈그리고 앉아 더듬더듬 챙겨 넣어야 했으며, 목이 너무 말라 물이라도 마셔야겠다 싶어 편의점에 들어갔을 땐 불러도 대답 없는 주인장 때문에 터덜터덜 나와야 했다. 꼬일 대로 꼬인 하루의 시작이었다.
모든 것이 맘에 들지 않는 아침이었지만, 터벅터벅 해안도로를 걸을 때만큼은 마음이 평온해졌다. 자동차와 자전거들이 드문드문 지나갈 뿐, 길은 마치 혼자 전세라도 낸 듯 참으로 고요하고 한적하기 그지없었다.
- 〈용담해안도로에서 맞이한 아침〉167~168p 중에서

허탈감 때문임에 틀림없다. 산을 오를 때보다 내려오는 길이 더 힘들게 느껴지니 말이다. 부들부들한 앙고라 양말을 신은 탓에 발바닥이 미끄러져 자꾸만 등산화 앞꿈치에 헤딩을 한다. 발톱이 빠질 듯한 통증에 쉬다 걷다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끝이다. 장장 아홉 시간의 대장정이 끝났다.
한라산 등정의 여파로 영광의 후유증을 얻었다. 엄지발톱이 죽었다. 멍들어 죽은 발톱을 밀어내며 다시 새 발톱이 돋아났고 마치 퇴적물이 쌓인 지층 단면처럼 울퉁불퉁 못난이 발톱이 되어버렸다.
“한라산 또 오르라면 갈 수 있겠어”
한동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당분간은... 안 갈래.”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영원히 포기는 아니다. 백록담을 보지 못했으니 다시 가긴 가야겠다. 눈에 가려졌던 한라산의 속살도 봐야겠다. 화사한 진달래가 피는 계절을 기약해본다.
--- 〈초보 산행가의 무모한 도전, 한라산〉304p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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