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이 동화는 장르명칭 자체를 제목으로 하고 있어 괴테가 이 작품을 동화의 전형으로 내세우려 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소설 『독일 피난민들의 대화』의 마지막 부분에 삽입된 이 동화에서는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사건이 전개되면서 평화롭고 이상적인 세상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그린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한밤중에 도깨비불들이 뱃사공의 도움으로 강을 건너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녹색 뱀, 거인, 지하사원의 왕들, 램프를 든 노인과 그의 부인, 젊은이, 강아지, 백합, 매 등을 등장시키며 비유와 환상이 얽힌 꿈과 같은 세계를 그린다. 여기서 핵심적인 비유는 지하사원의 네 왕들이다. 이들 중 앞의 세 왕은 세 개의 시대를 비유하고 있다. 즉 지혜로 나타나는 첫 번째 왕은 고전주의를, 빛으로 나타나는 두 번째 왕은 중세를, 힘으로 나타나는 세 번째 왕은 절대주의를 비유하고 있다. 그리고 주저앉은 네 번째 왕은 프랑스혁명에 의해 몰락한 루이 16세에 비유되고 있다. 또한 작품의 말미를 장식하는 젊은이와 어여쁜 백합의 결혼은 조상인 세 왕의 뒤를 이은 안정되고 평화로운 통치기반의 확립으로 비유되고 있다. 『동화』동화는 분열과 갈등을 넘어 통일과 조화와 균형을 지향하는 괴테의 동화 이념은 물론 그가 이끌었던 고전주의의 시대정신과도 엄격하게 합치되고 있다.
『신 멜루지네』
장편소설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에 삽입된 이 동화로 중세 유럽의 신화에 나오는 뱀 형상의 신비로운 물의 요정 멜루지네를 표본으로 하여 창작되었다. 『신 멜루지네』에서는 뱀의 모습을 한 물의 요정 대신 수시로 난쟁이로 변하며 상자 속에서 살아가는 난쟁이나라의 공주가 등장한다. 지하 난쟁이나라에서는 종족보존을 위해 공주를 지상세계로 내보내 건장한 배필을 구하도록 한다. 공주는 반지의 힘으로 정상 크기의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하여 상대남자를 구한다. 어느 날 상자 속에 든 작은 난쟁이로 변한 공주의 모습에 두려움과 실망을 느낀 남자는 그녀를 떠났다가 다시 재회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는다. 결국 이들은 난쟁이나라로 함께 돌아가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고 행복한 부부가 된다. 그러나 탐욕적이고 어리석은 남자는 행복의 보금자리를 박차고 다시 본래의 자기 위치로 돌아오게 된다. 『신 멜루지네』가 동화에서는 보기 드물게 1인칭 화법을 쓰고 있다는 점도 이채롭다고 할 수 있다.
『신 파리스』
『신 파리스』는 자서전 『시와 진실』에 삽입되어 있는데, 괴테는 자서전에서 이 동화를 어린 시절 친구들에게 자주 들려주었다고 밝히고 있다. 『신 파리스』는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가 제우스신으로부터 헤라, 아테네, 아프로디테 등 세 여신 중 가장 아름다운 신에게 황금사과를 주라는 위임을 받은 것을 토대로 쓴 이야기이다. 이 동화에서도 역시 1인칭화자인 소년 ‘나’가 꿈속에서 겪은 일을 친구들에게 들려준다. 환상의 중심에는 세 개의 각각 다른 색깔의 사과가 있다. 사과들은 소년의 손에 들어오는 순간 인형만한 어여쁜 아가씨들로 변하여 하늘 높이 날아오른다. 소년의 손가락 끝에서는 세 아가씨들보다 더 작고 쾌활한 또 다른 소녀가 나타나 손가락 끝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소년은 이 소녀를 붙잡으려다가 꿈에서 깨어난다. 소년은 친구들을 찾아 정원에 들어갔다가 꿈속에서 하늘로 날아오른 세 명의 아가씨들이 제각각 악기를 연주하며 자신을 맞이하는 것을 체험한다. 그는 꿈속의 또 다른 작은 소녀도 만나 여러 가지 놀이를 함께 한다. 꿈과 현실이 혼합된 이런 정경은 환상의 절정을 이룬다.
환상과 함께 풍부한 상징도 나타난다. 소년이 꿈속에서 부모가 마련해준 로코코식 옷을 잘 입지 못하는 것은 작가 괴테와 로코코의 시대정신과의 부조화를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소년이 안으로 들어가 살피게 되는 정원은 예술의 세계를 상징하고, 정원의 내부를 안내해주는 노인은 지혜를 상징하는 인물로, 소년을 매혹시키는 소녀 알레르테는 문학적 환상을 상징하는 인물로 해석된다.
〈 참고 : 파리스와 멜루지네〉
*파리스는 고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트로이의 영웅이다. 불화의 여신이 놓고 간 황금사과 때문에 세 여신, 즉 헤라, 아테네, 아프로디테가 다투게 되었는데, 제우스는 파리스에게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 그것을 주라고 명령을 받는다. 헤라는 절대권력, 아테나는 끝없는 지혜, 아프로디테는 지상 최고의 미인을 내세우며 파리스에게 황금사과를 요구한다. 결국 파리스는 아프로디테의 손을 들어주었다.
*멜루지네는 독일의 민화에 등장하는 여주인공이다. 멜루지네는 원래 프랑스에서 전승되었는데 독일에 정착된 것이다. 물의 요정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인간과 사랑에 빠져 그의 아내가 된다.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물의 요정으로 되돌아간 모습을 보고 실망하자 인간세계를 떠나게 된다고 줄거리를 갖고 있다. 원래 착한 요정이지만 설화와 문학작품에 등장할 때 남자를 파멸시키는 악녀의 이미지로 묘사되기도 한다. 괴테의 동화에서는 비운의 요정으로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