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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두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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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10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194g | 120*188*9mm
ISBN13 9788987527383
ISBN10 8987527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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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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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매일 새벽 호텔방으로 인삼 꿀차를 가져다준 그 여자의 남편은 현재 은행 부행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나, 자기는 지점장을 끝으로 정년퇴직하여 아침마다 보험회사 주부영업사원으로 일하는 며느리를 차로 출근시켜주는 처지가 됐고, 하물며 자식으로부터 야간 경비직을 맡으라고 은근히 강요당하는 현실에 놓여 있다. 그렇다고 성환 씨는 아내를 탓할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p.19

그런데 이제 와서 그런 직업을 갖는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남편의 자존심이 용납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거기다가 일생 동안 저축했던 돈을 주저 없이 아들의 사업밑천으로 대주고, 사업에 실패한 아들에게 통사정을 하다시피 하여 집에 들어와 같이 살게 한 남편 입장에서는 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이제는 오히려 아들 부부가 그런 자신을 반평생 살아온 아파트에서 내쫓는다고 남편이 섭섭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p.20

능바우 여인들의 지혜는 그들의 남편에게도 슬기롭게 적용되었다. 젊은 여자와 도시 여자에게 주책없이 마음을 빼앗긴 남편이, ‘알고도 모른 체’하는 그들의 지혜 속에서 젊음이 힘을 잃고 돈이 떨어지면 가장의 품위를 잃지 않고 가정으로 돌아오게 해주었다.---p.22

그녀가 돌아온 현실은 혐오스러웠다. 야간 경비직을 남편에게 제안한 아들과 그 제안으로 괴로워할 남편의 모습이 또다시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심 여사는 가슴에 심한 통증을 느꼈다. 가장 품위 있었던 결혼식이 단숨에 추락했듯이, 그렇도록 단란했던 자신의 가정이 자칫 한순간에 깨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다. 그녀로서는 결코 그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순간 며칠 전 딸네 집에 가사도우미가 필요하다며 소개를 부탁한 친구 생각이 떠올랐다. 심 여사는 결혼식이 끝난 뒤 그 친구에게 연락하기로 마음먹었다.---p.29

도만석의 출신 배경은 어떠했는가? 어떻게 최소한의 정의감과 윤리감각마저도 버리게 되었는가? 그를 출세시킨 인생철학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돈의 위력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가? 말단 공무원으로 시작하여 각료로 입각하기까지의 출세 과정은 어떠했는가?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이 나오면 20세기 말을 전후한 한국 사회상에 대한 설명이 될 수도 있었다. 한마디로 도만석은 이 시대를 대표하는 전설적 인물이라 할 수 있었다.---p.32

할머니가 노년을 맞이해 그러한 고육이 또 다른 여자인 어머니에게 넘어가면서부터 젊은 시절의 고생한 기억을 담뱃불로 불사르셨으리라. 그래서 노년이 능바우 여인들에게 찾아올 때쯤이면, 나쁜 기억은 담뱃불로 태워 버려지고 젊은 시절의 미소만 남아 있게 마련이었을 것이다. 언제나 지워지지 않는 할머니의 미소처럼…….---p.41

사위가 병실을 나간 후 곧이어 아내가 들어왔다. 군중 속에서의 움츠림, 잠자리의 지루함, 지나친 여유가 주는 막막함으로 다가올 거라 생각했던 자신의 은퇴생활을 놀랍게도 여행이 주는 행복감, 기다려지는 어두운 밤, 그리고 느긋한 여유에서 오는 즐거움으로 바뀌게 한 여자, 바로 4년 전에 재혼한 아내였다.---p.66

아내가 일어나 그의 몸을 감싸 안았다. 낙화 후에도 여전히 아름다운, 아니 전보다 더욱 아름다운 동백꽃…… 그 동백꽃을 가슴속에 품고 있는 여자가 바로 아내였다.
“당신은 동백꽃과 같은 여자요. 낙화가 더 아름답듯이 당신은 내가 죽은 후 더 아름다운 삶을 살 거요.”---p.90

그러나 그 한 달은 홍숙진 여사에게 더없이 귀중한 시간이었다. 그 한 달의 첫날 홍숙진 여사가 “다른 부부가 1년 사는 것을 우리는 하루에 살아야 해요”라고 남편의 귀에 속삭였듯이, 실제로 그 순간부터 홍숙진 여사는 남편과 둘만의 하루하루를 다른 부부의 1년처럼 보냈다.---p.91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약속할 것이 있어요. 당신이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했던 그 몸은 아주 유용하게 쓰일 거예요. 1년 전 당신 어머니를 보내면서, 그리고 오늘 당신을 보내면서 한 가지 느낀 것이 있어요. 종말이 선고된 삶의 나머지를 가치 있게 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리고 저는 이제 그렇게 할 자신이 있어요. 사람들은 그런 일 하는 이들을 호스피스라고 하지요.’---pp.98-99

그 순간 홍 여사의 눈앞에는 빈소에서 문상객을 맞은 지난 사흘 동안의 일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한 장면 한 장면 흘러가면서 홍 여사는 숨이 멎을 듯한 고통을 느꼈다. 홍 여사 자신의 시선을 애써 피하는 세 아이들과 사위의 시선…… 사위의 잦은 들락거림…… 큰며느리를 제외한 그들끼리의 잦은 숙덕거림…… 빈소에서 슬픔에 젖은 조문객을 맞으면서도 그들은 끊임없이 음모를 꾸미고 있었고, 그 음모의 결과가 가압류임을 홍 여사는 알 수 있었다.
---pp.10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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