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연하고 태연한 마음을 유지하는 것 또한 ‘군자의 자세’인 것처럼 ‘수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이를 공직자의 삶의 과정으로 잠시 옮겨보자. 첫째, 임용되어 수습과정의 단계, 즉 공직철학을 확고히 인식, 온전히 배우는 과정 둘째, 홀로 하지 않고 남에게로 미치는 단계, 즉 동료는 물론 선후배 공직자들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과정 셋째, 자신을 위한 단계, 즉 퇴직 이후 후배 공직자들이 찾지 않아도 성내지 않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그것이다.
--- p.18~19
‘학문하는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곧 ‘도를 얻는 과정’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를 공직자들의 삶의 과정으로 대체하여 보면 좋겠다. 요즘 공직자들은 대개 서른 전후에 공직생활을 시작하여 예순 전후가 되면 정년을 맞이한다. 대략 30년을 하는 셈이다. 이를 여섯 등분으로 나누면 대략 5년씩 6차(30년)로 구분해 볼 수 있겠다.
초임 5년 1차(30~34세)를 수습하는 과정이라면, 5년 2차(35~39세)는 공직자로서의 존립이유를 인식하고 대민접촉을 활발하게 펼치는 과정, 5년 3차(40~44세)는 공직생활의 기본인 청렴정신을 상실하지 않고 이어가는 과정, 5년 4차(45~49세)는 하늘이 자신에게 부여한 천명이 무엇인지를 인식하여 활발히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이다.
또 5년 5차(50~54세)는 후배공직자들로부터 정책을 논의하는 것만 들어도 모두 이해가 되어 막히거나 지체됨이 없는 과정, 5년 6차(55~60세)는 자신이 펼치고자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추진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 과정 등으로 볼 수 있다.
--- p.36~37
사회가 건강하게 작동되기 위해서는 예와 악이 분명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 예는 다른 말로 질서를 의미하고, 악(樂)은 화합을 함의하고 있다. ‘예’만 강조되면 경직된 사회가 될 수밖에 없고, ‘악’만 강조되면 문란한 사회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예악이 조화를 이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직자들은 끊임없이 ‘예악’의 조화를 위해 내공을 쌓아야 한다.
--- p.51
남의 장점을 확인하면 사실 그 장점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행태 전반을 따라하게 되는 시너지가 발생한다. 반대로 단점을 발견하면 그 단점만 성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단점 전반을 살펴 성찰하게 되어 이 또한 결과적으로는 도움이 된다. 공직자는 군자이다. 좋든 싫든 선하지 않은 이들을 교화시켜 선한 사람으로 변모시켜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지고 있는 것이다.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하여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시도해야 한다.
--- p.70~71
공직자는 자신을 위하는 존재라기보다는 본질적으로 타인, 즉 ‘사회적 약자’를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이다. 다시 말해 재물과 거리를 두지 않아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가난함이 미덕인 공직사회를 만드는 것이 ‘공직사회 개혁’과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첩경인 것이다. 세상이 변해 안회와 같은 삶을 요구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안회와 같은 삶에 대해 적어도 근심으로 여기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것은 의무다. 그러므로 가난한 마음을 이겨낼 수 있는 내공은 필수다.
--- p.88
양심막선어과욕(養心莫善於寡欲)이라는 말이 있다. ‘마음을 수양함에 욕심을 적게 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는 말이다. 평소 욕심을 줄이면, 비록 보존하지 못하는 것이 있더라도 잃는 정도가 적고, 욕심이 많으면 비록 보존됨이 있더라도 결국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빈곤한 삶이라도 능히 이겨낼 수 있어야 한다. 공직자는 군자이기 때문이다.
--- p.116
군자는 정신력이 강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사사로운 물욕에 흔들리지 않는다. 공직자의 삶도 마찬가지다. 민중의 마음을 넓혀주고 채워주는 것을 주로 하는 덕분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탄평평(坦蕩蕩)한 마음을 유지한다. 일부 초심을 잃어 회초리가 필요한 구성원도 없지 않지만, 대체는 군자의 이름에 부합한다.
--- p.120
복지부동(伏地不動)이란 말이 있다. 무더위에 개가 납작 엎드린 경우와 같이 징계가 두려워 직무를 소홀히 하는 경우 사용하곤 한다. 가령 투철한 소명의식을 바탕으로 직무를 수행하다 생긴 문제도 전후사정을 파악하기보다는 징계 수위에만 관심을 보이는 것 또한 ‘인’한 마음을 잃어버린 결과다. 반드시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이런 구조적 모순을 해소하는 데에도 내공이 필요하다. 내공이 쌓여야 의연하게 ‘인’한 일을 유지할 수 있다.
--- p.151
벗을 사귀는 데는 마땅히 성실을 무기로 삼아야 한다. 성실이 담보되지 않으면 ‘인’을 도울 수 없을뿐더러 벗의 충고 또한 원만하게 소화시킬 수 없다. 지도자에게도 간언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떠나듯, 충고를 해주어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치는 게 낫다. 충고도 내공이 필요하다. 내공이 쌓여야 진실한 벗과 어울릴 수 있다.
--- p.182
말조심해야 한다. 나라가 흥하고 망하는 것은 모두가 이런 말에서 비롯되는 수가 적지 않다. 따라서 공직자는 말을 함에 있어서 항상 신중을 기해야 한다. 예컨대 지도자가 민중에 대해 공경은커녕 경시하는 말을 하면 나라가 방탕해지는 것처럼, 늘 조심해야 한다. 말을 조심하는 데도 내공이 필요하다. 내공이 쌓여야 흥국(興國)에 일조할 수 있다.
--- p.195~196
쉽진 않지만 나아가야 할 때 나아가고 물러서야 할 때 물러서는 지혜가 중용이다. 그래서 중용은 죽어야 할 땐 죽지만, 살아야 할 땐 사는 게 중용이라 한 것이다. 역으로 살아야 할 때 죽거나, 죽어야 할 때 산다면 모두가 반중용이 되는 것이다. 진퇴생사가 모두 같지만 때에 맞춰 움직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중용의 도’가 중시되는 이유일 것이다.
--- p.200~201
공직자가 배우는 것은 민중이 일시적으로 잘 먹고 잘살게 하는데 있지 않다. 항구적으로 잘 먹고 잘 살게 하려는 차원에서 정책을 생산하고 집행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공직자는 대가인 봉급을 받지 못할까를 근심하는 게 아니라 민중들이 마음 편하게 살지 못할까를 항상 근심하는 것이다. ‘공직자의 도’는 오로지 민중에게 달려있는 것이다.
--- p.240
최근 공직사회에서는 ‘폐단이 쌓여 있다’는 이른바 ‘적폐(積弊)’를 청산하겠다는 말을 자주한다. 단언컨대 적폐가 만들어진 까닭을 밝혀 그것을 해소시키지 못하는 한, 적폐청산은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적폐가 발생하게 된 원인을 명확하게 인지하여, 그것의 이치를 정확하게 인식하여 제거하지 않고서는 공허한 구호에서 머물 수밖에 없다. 공허에서 실질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전 공직자들이 일치된 마음으로 내공을 쌓아야 한다. 내공의 힘이 넘쳐야 학문과 덕을 높이고 폐단을 청산할 수 있다.
--- p.258~259
공직자는 예로부터 군자 혹은 선비로 불렸다. 가령 공직에 나아가서는 민중의 마음을 위하는데 정성을 다하고, 물러나서는 민중을 깨우치기 위해 후학을 양성하는 것이 핵심 책무다. 따라서 공직자가 현직에 임해서는 ‘공직의 도’를 터득하여 그 ‘도’를 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나라의 모든 구성원들이 각각의 입장에서 직분에 충실할 수 있도록 기획하고 조정하는 것 또한 공직자들이 담당해야 할 책무다. 이를 위해서도 내공을 쌓아야 한다. 내공의 힘이 흘러 넘쳐야 보다 고품질이 행정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다.
--- p.278
공직자들이 ‘중용적 마음’을 지니고 끊임없이 민중을 위한 정책을 생산하고 집행하면 결국 민중은 공직자들의 마음을 믿고 의지할 것이다. 신뢰가 신뢰를 낳다 보면 세상에서 말하는 ‘요순시절도 당도’하리라 믿는다. 요순과 같은 공직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도 내공을 필요로 함은 물론이다. 내공이 쌓여야 민중이나 공직자의 구분이 없어질 것이다.
--- p.2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