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스포츠는 우리 삶과 문화의 규정적 부분이 되어 광범위한 이벤트와 행위, 제도를 주입하고 있다. 스포츠는 단순한 일과성 이벤트가 아닌 주기적이고 지속적인 여가활동이며 비즈니스의 수단이 되고 있다. 대중은 스포츠를 통하여 스트레스 해소, 자긍심 함양, 여가선용 등의 다양한 개인목적을 달성하며 기업은 자사의 이미지 고양이나 제품 판매를 위한 프로모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스포츠에 대한 관심 증대는 일반적으로 신체적 활동을 통해서 인간의 욕망과 가치를 실체화하려는 인간 본연의 욕구 때문에 노동환경과 일상 환경 속에서 여가활동으로서 신체활동의 욕구를 경제화시킬 것이라고 가정되어 왔다. 근대 이후 개인의 소득 증가, 노동시간 감소, 여가 지향 의식의 성숙, TV 등 미디어의 발전을 비롯한 스포츠 참여 활동의 여건은 더욱 크게 향상되었다. 그 결과 스포츠는 다른 어떤 문화양식보다 더 광범위한 대중의 관심영역으로 부각되었다. 스포츠에 직접 참여하든지, 관람이나 시청 등을 통해서 간접적인 참여를 하든지 스포츠참여 인구가 늘어나게 된 것이다. 스포츠를 시장 생산이나 부가가치를 발생시키는 상품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은 기본적으로 이러한 세계적인 스포츠 참여인구의 성장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프랑스의 시모노(Simono)는 현대의 인간을 ‘호모 스포르티부스(Homo sportivus)’, 즉 스포츠 하는 사람으로 규정한다.
주지하다시피 오늘날 스포츠는 ‘일상생활의 문화’로 받아들여지는데, 그 배경에는 ‘미디어 매개(media mediation)’라는 기제가 작동한다. 스포츠가 미디어와 연계되어 미디어스포츠라는 양식을 취하게 됨으로써 스포츠가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하게 된다. 오늘날 미디어스포츠는 스포츠와 수용자의 삶을 매개하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이자 문화적 현상인 것이다. 게다가 스포츠의 현실적 존재기반이 미디어에서 제공되는 상황으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물론 스포츠의 성장에 미디어가 결정적 역할을 수행한 만큼, 스포츠 역시 미디어업계의 발전에 기여해왔다. 즉 스포츠는 독특한 미디어 장르로 성장해왔으며, 새로운 미디어를 견인하는 기제로 작용해왔다. 미디어재벌 머독(Murdock)의 성장은 스포츠라는 콘텐츠에 힘입은 바 크다. 머독은 뉴스 코퍼레이션(News Corp.)이 세계적 방송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 초석의 역할을 한 것은 다름 아닌 스포츠라고 주저 없이 말한다. 우리나라 역시 SBS와 iTV의 브랜드 네이밍에는 스포츠가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최근에는 모바일을 통한 문자중계, 인터넷을 통한 경기 속보, 실시간 동영상 파일 제공 등 다양한 방식으로 스포츠가 중계되고 정보오락이 제공된다. 축구, 경마 등을 소재로 한 온라인 모바일 게임은 인기 콘텐츠로 부상하고 있다. 이로써 일상문화로서 스포츠의 의미는 더욱 강화되고, 그에 따라 스포츠는 킬러 콘텐츠(killer contents)로서 미디어의 경영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렇듯 스포츠와 미디어는 미디어스포츠라는 양식으로 발전해오면서 상호발전을 견인하는 관계를 유지해왔는데, 이는 ‘공생(sym- biosis)’이라는 용어로 설명되어왔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공생관계에 상당한 변화를 야기하는 현상이 노출되고 있다. 가장 심각한 변화는, 보편적 서비스로서 (거의) 무료로 제공되던 스포츠 콘텐츠가 유료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방송사 간 스포츠중계권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금난에 봉착한 공영방송이 오랜 기간 무료로 제공해왔던 스포츠중계방송을 포기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게다가 케이블 및 위성에서 스포츠 전문채널의 등장은 스포츠중계에 있어 지배력을 행사하던 기존 지상파방송에 치명적인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특히 디지털테크놀로지의 등장으로 인해 미디어스포츠 양식이 변화되면서, 그와 관련된 제행위자의 역할이 새롭게 정의되고, 그에 따라 미디어와 스포츠 간 역학관계에 변화가 일고 있다. 또한 수용자에게 있어 스포츠, 미디어스포츠의 의미도 이전과는 다른 것으로 이해 및 이용되는 모습이 노출되고 있다. 오늘날 뉴미디어 스포츠, 즉 인터넷, 디지털TV, 모바일 스포츠는 스포츠 관람자의 역할과 참여자의 역할을 통합하면서 개별 수용자의 스케줄과 욕구에 맞추어주는 맞춤형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로써 과거의 수동적 수용자 모습에서 능동적 수용자의 가능성을 확보하고 있는데, 특히 보다 다양한 선택권의 확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런데 여기서 선택의 문제는, 다양한 플랫폼 및 장르의 선택(양적인 면)인 동시에, 유료와 무료의 선택, 그리고 스포츠 콘텐츠의 선택(질적인 면)까지를 요구한다. 즉 수용자로 하여금 능동적 가능성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학적 모습들은 사회과학을 탐구하는 학자들로 하여금 적절한 설명을 제공해 주길 요청하고 있는 바, 오늘날의 미디어스포츠가 현시하는 현상들에 대한 심층적 의미 해석은 중요한 연구 과제로 부상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미디어스포츠가 일상문화 및 미디어콘텐츠로 자리매김되면서 학문적 연구 주제로서 의미를 더해가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디어스포츠 수용자(혹은 소비자)로서 우리는 변화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에 대해 하나의 프로젝트를 준비해야 한다. 점점 미디어의 힘은 확대되고 직접적인 스포츠 참여활동은 줄어든다. 미디어스포츠를 결정하는 동인 중 경제적 파워는 결정적 작용을 한다. 스포츠의 이상(ideal)을 희구하지만, 스포츠의 변용은 스포츠 자체에 있기보다 스포츠를 다루는 미디어사회 속에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스포츠가 이상적으로 무엇인지를 고민할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디지털)미디어의 모습과 환경에 의해 스포츠가 어떻게 변하는지, 미디어스포츠의 새로운 양식에 대한 면밀한 탐색이 요청되는 지점에 서 있다고 하겠다. 이에 스포츠, 미디어와 인간/사회의 관계를 보다 과학적으로 인식하고, 그 인식 토대에서 미디어스포츠 현상에 대한 심층적 논의가 요청된다고 하겠다.
이 책은 미디어스포츠에 대한 14개의 핵심질문과 그에 대한 논의의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이 질문은 크게 세 개의 대주제에 따라 3부로 구성했다. 1부는 스포츠, 미디어 그리고 미디어스포츠에 대한 기본질문을 포함한다. 1장 “왜 스포츠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스포츠를 중요한 논의의 대상으로 삼아야만 하는 이유를 밝힌다. 2장 “스포츠와 미디어, 그리고 사회의 관계는?”이라는 질문은 스포츠와 미디어, 사회 간 관계를 사회학적 관점에서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구한다. 3장 “미디어스포츠,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는 미디어스포츠의 개념 및 의미를 이해하고 이를 사회학적 관점에서 논해야만 하는 배경을 탐색한다.
다음 2부는 미디어스포츠의 기원 및 발전에 대한 질문이다. 구체적으로 4장에서는 미디어스포츠가 언제 형성되었는지, 그 기원에 대해 추적한다. 5장에서는 미디어와 스포츠가 공생하게 되는 이유 및 과정을 분석하고, 6장에서는 공생의 관계를 넘어 각자의 이익을 위해 갈등하게 되는 메커니즘을 설명한다. 7장에서는 “디지털시대 미디어스포츠는 어떻게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온라인스포츠 양식에 대한 분석, 미디어와 스포츠 간 갈등이 어떻게 조정되고 통합되는지를 추적한다.
다음 8장에서는 우리의 미디어스포츠는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그 기원 및 역사를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3부에서는 미디어스포츠에 대한 사회학적 질문을 제기한다. 우선 9장에서는 왜 우리가 스포츠에 열광하는지, 그 맥락을 짚어본다. 10장에서는 정치경제학적 입장에서 미디어스포츠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11장에서는 기업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미디어스포츠의 의미를 분석한다. 12장에서는 “미디어스포츠는 정체성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사회적 아비투스 형성에 기여하는지, 특히 2002월드컵 당시 ‘붉은 악마’의 경험을 통해 집중 조명한다. 13장에서는 미디어가 보도 및 중계를 통해 스포츠를 어떻게 취급하는지를 분석하고, 14장에서는 미디어스포츠의 미래 모습을 그 양식 및 수용자를 중심으로 전망한다.
이 책에 포함된 14개 아이템은 대학의 강의안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신문방송학과, 사회학과, 스포츠 관련학과 등에 개설된 ‘미디어스포츠’, ‘스포츠커뮤니케이션’, ‘스포츠사회학’, ‘스포츠마케팅’ 등 관련 교과목에 널리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미디어스포츠에 관심을 갖는 일반인의 교양서로도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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