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승자가 모든 것을 갖는(Winner takes all) 세상이다. 시장 경제에 있어서 승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또한 No.1과 No.2의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예전에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말이 유행처럼 떠돌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행복은 성적순이다. IMF 이후, 힘없는 우리 기업들이 대부분 쓰러졌고 이로 인해 실업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걸 보면 그렇다. 기업과 기업이 가진 브랜드가 파워가 있을 때 100년, 200년 존속하게 되고, 그에 따라 국가와 각 개인의 브랜드 또한 살아남게 된다. 세상은 이제 브랜드 왕국에서 누가 헤게모니를 갖게 되는가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19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우리 기업들은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였다. 필자는 운 좋게도 일찍 브랜드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 코래드, 오길비앤매더(Ogilvy & Mather)에서 오길비의 브랜드 전략에 대해 교육을 받았고, 많은 클라이언트를 대상으로 브랜드 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그 당시에 클라이언트는 브랜드를 단지 생소한 개념으로만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10년 뒤 세상은 너무나 많이 달라졌다. 그 이후, 우리 기업들은 브랜드 중심의 관점으로 바뀌고 있었다. 물론 아직도 외형은 브랜드를 추구하지만, 내용은 여전히 과거의 마케팅을 답습하고 있기는 하다. 이러한 현상은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기업 스스로가 변화의 정도와 방향에 따라 결과적 차이가 극명하게 다르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ⅵ 브랜드는 커뮤니케이션이다
브랜드에 관련하여 아커(Aaker)의 이론과 책이 국내에 많이 소개되어 왔다. 대부분 마케팅 위주의 관점에서 해석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브랜드 중심의 세계에서는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해석과 비중이 달라져야 한다. 단순히 매체를 통한 광고, PR, SP 등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 모든 접촉점(contact points)을 통해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 더군다나 커뮤니케이션은 말과 글만을 통한 의사소통이 아니라, 느낌을 전달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이에 해당된다는 것도 인식해야 한다. 이와 같은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의 브랜드에 관한 접근은 이제까지 부족하였다.
이 책은 필자가 그간 15년간의 현장 경험과 이론을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정리한 것이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무엇보다 이 책의 발간을 서둘렀던 것은 브랜드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적 접근을 확산시키고자 하는 열망 때문이었다. 이 책은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기본 이론과 사례들을 접목시켰다. 이론에 관련된 부분이 다소 어려울 수 있다. 1, 2, 3, 5장은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한 토대가 되는 이론들이 대부분 소개되었다. 4장은 브랜드와 광고의 발상법을 사례를 통해 볼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책의 대부분은 필자가 그동안 발표했던 논문, 원고, 전략 사례, 그리고 그 동안 기업체와 브랜드 매니저를 꿈꾸는 수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강의 했던 내용들이다.
브랜드 관련 강의를 할 때, 가장 많이 요청받는 것은 쉽게 사례 위주로 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브랜드는 저마다 타고난 운명이 다르다는 점이다. 설사 어떤 브랜드가 특정 전략으로 성공하였다고 하여도, 그것을 다른 브랜드에 그대로 적용시켜 똑같은 결과를 얻을 수는 없다. 어렵고 조금은 지루할지는 몰라도 기본적인 브랜드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저마다의 브랜드에 맞는 전략을 세우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그간 소개된 수많은 브랜드 관련 저서들을 읽고 대부분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서 아는 것(knowing)과 할 수 있는 것(can)은 다르다. 또한 하는 것(do)과 뛰어난 것(excellent)은 다르다. 뛰어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브랜드이다. 뛰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식을 알고, 머리로 이해하는 데만 그쳐서는 안된다. 가슴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 소개된 여러 지식과 이론들이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익히게 될 때 비로소 브랜드 전략을 세울 수 있는 준비가 되는 것이다. 아마 이런 준비가 끝나게 되면, 세상의 모든 것을 브랜드 관점에서 보게 될 것이다. 더욱이 커뮤니케이션의 모든 채널들이 눈에 들어 올 것이다. 광고나 PR 기사만 관심을 가지는 게 아니라, 거리의 현수막이나 네온사인, 매장의 분위기, 종업원의 옷차림 등에 나타난 컬러, 머리말 ⅶ
디자인, 노출 위치, 그리고 단 한줄 문구의 의미 등이 한 눈에 들어 올 것이다. 과연 이 모든 것들이 소비자에게 어떠한 의미로 커뮤니케이션 되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길 때, 그때서야 비로소 브랜드 전략가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가 브랜드를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익히게 되길 희망한다. 또한 기업이나 기업의 브랜드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의 개인 브랜드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필자 또한 독자들과 필자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위해 앞으로도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코래드에서 감사의 인연을 맺은 분들이 참 많다. 김앤백의 김명하 회장님, 백승화 사장님, 윌커뮤니케이션의 권익표 회장님, 코래드 정만석 사장님, 김재훈 상무님 그리고 코래드의 정유석 대리, 김계현 대리, 한국외국어대학교의 정창신 대학원생의 도움이 컸다. 또한 브랜드에 대한 실전 경험을 학문으로 결실 맺게 해주신 한국외대의 김유경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언제나 든든한 힘이 되어주는 나의 가족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나를 빛의 길로 인도하시는 하나님께 이 책을 바친다.
2005년 5월
최원주, 김흥규
--- 머리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