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소개하는 KCMC(다국적기업 최고경영자협회) 소속 글로벌기업들의 문화가 정답이다, 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KCMC 내에서도 특히 기업문화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 온 20개 기업을 추려서 그 사례를 가감 없이 담백하게 보여드리면, 새로운 기업문화를 두고 고민하는 분들께 참고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보는 것이다.
(“들어가며” 중에서)
플레시먼힐러드에는 아우팅(Outing) 제도가 있다. 한 달에 한 번, 오전근무를 마친 후 팀원들이 다 같이 나가 맛있는 식사를 하고 야외에서 문화생활을 즐기는 것이다. 아우팅 프로그램은 주로 팀 막내들의 주도로, 영화관, 박물관, 미술관, 음악회는 물론이고 놀이동산, 도자기 체험, 마사지샵 방문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채롭게 이루어지고 있다. 때로는 친한 두 팀이 조인트를 하거나 대표를 초청해 새로운 방식으로 아우팅을 즐기기도 한다. 회사는 아우팅을 위해 업무시간을 정식으로 할애해줄 뿐만 아니라, 이에 드는 비용도 전액 부담한다.
(본문)
논의 끝에 나온 묘책은 엉뚱하게도 ‘판소리’였다. 팀장들을 불렀다. 그리고 한복부터 곱게 하나씩 해 입혔다. 억지로 끌려와서 난데없이 판소리라니, 이건 또 무슨 일인가 하며 행여나 눈에 뜨일까 봐 강의실 맨 구석 자리를 찾던 팀장들은, 수업시간마다 앞으로 끌려 나가 너나 할 것 없이 골고루 망신(?)을 당하는 통에 수업이 진행될수록 급격히 가까워졌다. 자고로 팀장들이 친해지면 팀원들끼리도 친해지는 법. 판소리를 통해 각 부서 사이의 벽이 허물어지는 효과도 발생했다.
(본문)
20년 이상의 장기근속자 비율이 4분의 1인 우리 회사에는 부장 급 이상을 중심으로 환갑을 맞는 직원들이 생겨나고 있다. 보통의 회사에서는 마흔 후반만 넘어서도 슬슬 노후생활과 당장 퇴직하면 무엇을 해야 할지 궁리하게 돼 업무집중도가 떨어지고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우리 회사에서는 환갑이 넘어도 5년이나 더 정년이 보장되어 훨씬 더 여유롭게 활기찬 중년 이후의 생활을 준비할 수가 있다. 많은 국내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들이 좋은 복리후생을 직원들에게 제공하고 있지만, 나는 우리 회사의 이 65세 정년이야말로 직원들에게 최고의 복지일 것이라고 자부한다.
(본문)
채용이 되었어도, 여성 직원에게는 난관이 많이 남아 있다. 결혼부터 육아에 이르기까지 남자 직원들과는 전혀 다른 종류 의 문제들을 겪어야 하기 때문에, 이미 그 길을 걸어간 여성 선 배들의 조언과 직접적인 도움이 꼭 필요하다. 그래서 HP에는 WAVE(Women Adding Value with Enthusiasm)라는 것이 있다. 여성 임원을 포함한 HP 내부의 여성 선배들이 다양한 활동들을 기획하고 실행하는데, 주제별 소그룹을 만들고 여성 임원이 리더가 되어 멤버들이 당면한 과제들을 현명하게 헤쳐 나아가는 길을 조언해 주기도 한다.
(본문)
카길애그리퓨리나는 평가중심 성과관리를 하지 않는다. 대신 과정에 집중한다. 더 좋은 환경, 더 좋은 분위기, 더 좋은 시스템을 만들어주면 직원들이 더 좋은 성과로 보답할 것이라고 믿고, 좋은 과정과 상황을 만들어주는 데 주력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직 원들을 평가해 rating을 매기는 대신, 관리자가 직원들과 day to day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그들의 목표달성과 지속적인 성장을 돕는 데 온 힘을 기울인다.
(본문)
유독 남성 중심적인 물류 및 특송 업계에서 여성으로 지사장까지 오른 비결을 묻는다면, 나는 개인의 노력보다 FedEx가 가진 수평적이고 합리적인 기업문화가 큰 몫을 했다고 답하고 싶다. 차별 없는 인사 정책, 사람 중심 기업문화가 없었다면 오늘 지금의 자리에 오르지 못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본문)
김 과장은 긴 출장에서 돌아온 것도, 다른 팀에 갔다가 원 소속 팀으로 복귀한 것도 아니다. ‘퇴사’했다가 재입사한 경우다. 김 과 장이 특별한 사례는 아니다. 한국그런포스펌프는 퇴사 후 재입사를 희망하는 직원들을 조건 없이 받아주고 있다. 경쟁사로 옮겼었던 직원은 물론 두 번을 퇴사한 직원도 세 번째 다시 품에 안았다. 이렇게 퇴사횟수에 관계없이 회사 복귀를 원하면 언제든 받아주는 것은, 직원들의 장기근속을 장려하기 위한 행복한 경영, FUN 경영의 일환이다.
(본문)
아코르 앰배서더 호텔 곳곳에 부착된 플래닛21은 단순한 마크가 아니다. 건강, 자연, 탄소(carbon), 혁신, 지역, 고용, 대화라는 7개의 주제마다 각각 3개씩 총 21가지의 실천항목을 세 워 지속적인 성장과 환경, 그리고 지역사회를 위한 책임경영을 하 고자 하는 노력의 상징인 것이다.
(본문)
나는 Think Small Act Big이라고 말 하고 싶다. 생각은 고객이 서 있는 작은 스팟에 집중하고, 행동은 우리가 경쟁하고 있는 세계 수준으로 하자고. 그것이 오늘 방문한 한 명의 고객에게 세계 최고가 되고자 하는 호텔, 아코르 앰배서더 코리아가 걷는 길이다.
(본문)
2010년 DHL 전 직원들에게 한 권의 동화책이 선물되었다. 제목은 ‘우리 엄마 아빠는 DHL에서 일해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DHL이 하는 업무를 다양한 삽화와 함께 쉽고 재미있게 기술한 책이었는데, 그 외에도 색칠공부, 낱말퍼즐, 틀린 그림 찾기 등이 들어가 있었다. 이 책은 일터에서뿐 아니라 집에서도 존중받는 엄마, 아빠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DHL Express Global CEO 켄 알 렌(Ken Allen)이 직접 지시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본문)
각 조는 순서대로 나와서 직접 정리한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인기 TV 프로그램인 [불후의 명곡] 방식으로 경합에 나섰다. 일방적으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는 지루한 브리핑 시간을 피하기 위한 아이디어였다. 예를 들어 1조와 2조가 각각 아이디어 발표를 한 후 투표를 하고 그 결과 1조가 승리하면, 이어서 3조가 나와 아이디어 발표를 한 후 다시 투표를 통해 1조와 3조 중 승자를 가리는 방식이었다. 이런 식으로 진행을 하니 직원들은 모든 조 의 발표가 끝날 때까지 긴장을 놓지 않았고 대망의 우승조는 어디가 될지 궁금해했다.
(본문)
독립법인 설립 후 제일 먼저 한 일은 직원들의 핵심역량을 키워 주기 위한 예산 책정이었다. 단일 제품 공급이 아니라 엔지니어링 패키지 상품을 제안하고 컨설팅을 제공하려면 우리 직원들이 업계의 트렌드를 읽고 시장을 진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했다. 이를 위한 직원 교육은 틈새시장인 특수내화물 시장에서의 선두주자, 업계 1위가 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과정이었다.
(본문)
Straight Talk’를 장려하는 기업문화 덕분에 한국화이자제약에서는 여타 기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장면이 종종 연출되곤 한다. 팀장의 주도하에 진행되던 회의에 입사 1년 차 직원이 급제동을 거는가 하면, 7년 차 대리급도 나와 같은 임원의 의견에 현실성을 고려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당당하게 보낸다. 사실 이런 문화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직급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며, 여러 사람의 다양한 시각과 경험이 합쳐져야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본문)
SABIC Women Network의 약자를 따서 SWN이라고 불리는 이 활동은, 매년 프로그램들이 조금씩 바뀌어 운영된다. 회사에서는 이 SWN의 리더만 정해주고, 그 리더가 직접 운영진을 구성하고 회의를 통해 프로그램을 기획한 뒤 모든 여직원들과 함께 한 해 동안 더 나은 여성 리더가 되기 위한 활동들을 진행한다.
(본문)
호칭은 굉장히 사소한 것 같지만, ‘사람 존중’과 직결되어 있는 문화다. 한국식 직급 체계에서는 낮은 직급에 해당하는 직원의 의견 또는 인격이 무시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고, 이는 회사 전체의 경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나는 ‘서로를 존중하라’고 백날 외치는 것보다 호칭 문화를 과감히 개선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확신했고, 파격적으로 한국식 직급 폐지를 결정할 수 있었다.
(본문)
멘토와 멘티는 한 달에 두 번씩 회사에서 지원해 주는 비용으로 함께 식사를 하며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 끈끈하고 친밀한 관계를 맺는다. 그러다 보니 6개월 동안의 공식적인 멘토링 프로그램이 끝난 이후에도 서로를 격려하고 위해주며 돈독한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본문)
회사 입구에서부터 보이는 ‘The Wall of Why(질문의 벽)’은 이러한 Why 문화의 상징이다. 혁신은 언뜻 당연해 보이는 것에도 ‘왜 그럴까?’라고 궁금해하고 토론하며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이러한 논리적인 사고력은 시장에 필요한 제품을 개발하고 공급하는 제조업체라면 어디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역량이다. 특히 인체에 사용하는 의료기를 공급하는 비브라운에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본문)
우리는 올해 ‘재능기부 아카데미’를 신설했다. 외부 전문가들에게만 활동을 맡기지 말고, 우리 직원들이 재능을 하나씩 길러서 직접 어린이 대상 봉사활동에 나서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래서 많은 직원들이 저마다의 독특한 재능들을 개발하고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최근에는 전문 마술사를 초빙해 마술과 공연기법을 배운 직원들이 서울지역 사회복지관에 찾아가 아동들을 대상으로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마술을 통해 아이들의 상상력과 감성 이 많이 길러지길 바라며 프로 못지않게 열심히 준비했다고 한다.
(본문)
동도는 선배가 후배에게 혹은 매니저가 부하 직원에게 업무 관련 노하우를 전달하는 한국얀센의 독특한 교습법이다. 책상머리에서 지침서 몇 권 던져주고 진행되는 인수인계와는 차원이 다르다. 선후배가 둘씩 짝을 지어 직접 현장(Field)을 방문하고 부딪힌다. 그리고 맞닥뜨리게 되는 예측할 수 없는 실제상황에서 새내기들은 매뉴얼에 적힌 죽은 지식이 아닌 선배들의 살아있는 실전 노하우를 익히게 된다. 선배와의 동행을 통해 영업의 법칙들을 깨우치게 되는 것이다.
(본문)
인피니움이 가장 강조하는 구호도 비슷하다.
“Nobody Gets Hurt!”(아무도 다치지 않아야 한다!)
산업현장에서 사고는 종종 일어난다. 그런데 사고가 나면 가장 큰 피해자는 기업이 아니라 직원이다. 기업은 손실액이 발생하는 것으로 끝이지만, 직원은 삶이 통째로 무너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절대적인데, 그 삶이 무너지는 것이다. 그래서 인피니움은 직원들의 안전을 과할 정도로 강조한다. 안전은 인피니움이 추구하는 사람 존중 의 시작점이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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