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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숲 정원에서 온 편지

초록숲 정원에서 온 편지

: 식물을 가꾸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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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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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5년 06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344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77660625
ISBN10 897766062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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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시계가 고장나면 뜯어본 뒤 전문가에게 가져간다. 자동차가 움직이지 않으면 엔진 덮개를 들어 올린 다음, 그 속에 있는 온갖 부속품을 이리저리 만져 본 뒤 정비공을 부른다. 이 세상의 모든 것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뭔가가 있다. 모든 것은 수리되고 개조될 수 있다. 하지만 날씨에 관한 한 손쓸 방법이 전혀 없다. 엄청난 열정과 과대망상을 가지고 바쁘게 움직이면서 참견도 하고 욕을 쏟아 붓는 등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자연의 순리에 따라 때가 되면 새싹이 틀 것이고, 봉오리가 갑자기 벌어지기 시작할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겸허하게 인간의 무력함을 인정한다. 그리고 인내는 지혜의 어머니라는 사실을 이해하게 된다.
결국, 이것 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다.
---p. 68~69
6월은 풀을 베는 시기이다. 하지만 도회지의 아마추어 정원사인 우리는 어느 상쾌한 아침, 아직 이슬도 채 마르지 않은 시각에 예리하게 갈아 놓은 큰 낫을 들고 셔츠 단츠를 한두 개 쯤 풀어 헤친 채, 민요가락을 흥얼거리면서 칼날이 닿을 때마다 쉭쉭 소리를 내는 반짝이는 풀을 베는 것은 아쉽게도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우리들의 작업은 전반적으로 그것과 다소 다르다. 우리 정원사들이 가장 우너하는 것은 카쳇처럼 두껍고, 당구대의 천같이 녹색을 띈 영국 잔디, 완벽한 잔디, 벨벳 칼은 잔디, 티 하나 없이 깨끗한 잔디, 풍경사진에서 볼 수 있는 초원이다.
하지만 이른 봄이 되었을 때 우리는 정성스럽게 심어 놓은 바로 그 영국 잔디가 군데군데 죽어있고, 진흙이나 이끼로 뒤덮여 있고, 또 이름 모를 억세고 누르스름한 잡초들이 여기저기 꼴사납게 불거져 나와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우선 불거져 나와 잇는 잡초들부터 제거해야 한다. 우리는 쭈그리고 앉아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고약한 잡초들을 마구 뽑아내기 시작한다. 우리가 지나간 자리는 마치 벽돌공이나 한 무리의 얼룩말이 한바탕 춤을 추고 지나간 것처럼 완전히 짓밟히고 헐벗은 공터가 된다. 잡초를 다 뽑은 뒤에는 물을 주고 땅이 햇빛에 탁탁 소리를 내며 갈라지도록 내버려 둔다. 이제 정말로 잔디를 베어야겠다고 결심한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풋내기 정원사는 바짝 긴장한 채로 곧장 가장 가까운 교외로 달려간다. 거기서 풀을 다 뜯겨 완전히 황무지가 된 들판에서 서양산사나무나 테니스 네트를 뜯고 있는 말라 빠진 염소 한 마리와 자그마한 노파를 발견한다.
"할머니,"정원사는 붙임성있게 말을 건다. "저 가엾은 염소에게 맛있는 풀을 잔뜩 먹이고 싶지 않으세요? 저희 집에 오시면 얼마든지 먹일 수 있는데요."
---p.11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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